방문을 환영합니다.
최종편집
2022.01.26 11:19

바울의 법철학

조회 수 225 추천 수 0 댓글 0

 

 

바울의 법철학

 

9f9da4c61741678c3bbea5444e7b9809.jpg

 

황영철 목사

(성의교회 담임)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성경은 나에게 늘 낯선 책이다. 성경을 연구할 때마다 나의 평소 생각과는 다른 이야기를 발견하는 까닭이다. 이상하게 성경은 그렇게 읽고 공부를 해봐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속되게 말하면 늘 뒤통수를 친다. 성경의 가르침이 자기 생각과 똑같다고 말하는 사람을 가끔 보는데, 사실 좀 믿어지지 않는다. 
   로마서를 공부하면서 사도 바울의 법에 대한 이해를 생각하다가 역시 뒤통수를 맞았다.

 

로마서 5:20

“율법이 들어온 것은 범죄를 더하게 하려 함이라.”

 

 

   이게 말이 되나? 자고로 모든 윤리학자와 사회학자들의 이상은 사람들이 법을 잘 지키는 사회였다. 이건 상식이다. 사람들은 머리를 짜고 짜서 최선의 법을 만들어 왔고, 어떻게 해서든지 사람들이 법을 지키면서 살기를 원했다. 학교 교육의 최고의 목적 중의 하나는 준법정신을 함양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법을 지키는 사람을 칭찬하고,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처벌했다. 결국 인간 사회의 문제는 구성원들이 법을 지키느냐 안지키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런데 사람들이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들어도 하나님만큼 좋은 법을 만들지는 못한다. 모세 율법을 상세히 연구해 보면 그것이 얼마나 위대한 법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법이 그리는 사회가 얼마나 위대하고 아름다운 사회인지 알 수 있다.

   시편 119편은 율법에 대한 찬가이다. 유대인들이 율법을 자랑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 바울은 그 율법이 들어온 것은 범죄를 더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점에서 바울의 법철학은 독특하다. 나는 사도 이외에 법에 대해 이렇게 말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모든 사람은 법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지, 법이 사람들의 범죄를 더하게 하기 위해 주어졌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바울은 이렇게 말한 것이다. 그러니 이런 말을 듣고 뒤통수를 맞는 것처럼 느끼지 않으면 이상하지 않은가?
   대체 사도는 어디서 이런 이상한 아이디어를 얻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구약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를 보면 그게 분명하다. 그 백성은 출애굽 후에 율법을 받았다. 모세는 그 법이 얼마나 위대하고 아름다운 법인지를 알았고, 그 법을 지켰을 때에 그들이 어떤 복을 받을지에 대해서도 풍부하게 가르쳤다. 물론 그 법을 순종하지 않았을 때에 그들에게 임할 저주와 형벌에 대해서도 풍부하게 가르쳤다. 이스라엘 민족은 그 법과 함께 하나의 독립된 국가 공동체로 시작했다. 긴 세월이 흐른 후에 어떤 결과가 나왔는가? 그들은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그 법을 꼼꼼하게 연구하고, 그 법이 하지 말라는 것을 충실히 행함으로 나라가 망해버린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어떻게 그렇게도 충실하게 법을 찾아서 어길 수 있었을까.

 

   그것은 중요한 계시였다. 결국 법은 사람으로 하여금 그 법을 지키게 하지 못한다. 단순히 지키게 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그 법을 찾아서 어기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것이 율법을 받은 이스라엘만의 문제겠는가? 그렇지 않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법이 하나의 강제력으로 작동하는 모든 사회에서 발견되는 문제이다. 결국 법은 사람으로 하여금 법을 지키게 하지 못한다. 도리어 법을 어기게 함으로 범죄가 더해지는 결과를 낸다. 인류의 근본적인 비극은 법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법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법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낸다는 것이다. 
   사도의 해법은 무엇인가? 사도는 율법 너머의 세계를 보고 있다. 율법이 그 세력을 상실한 나라, 그래서 더 이상 율법이 사람을 자극하여 범죄하게 만들지 못하는 나라, 사람이 율법의 세력에서 해방된 나라, 이것이 사도가 바라본 나라이다. 율법이 아무리 위대한 세계를 보여 준다고 해도 사도가 바라본 나라에는 미치지 못한다. 사도는 그 비전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특별히 그의 죽음과 부활에서 본 것이다. 그리고 죽음과 부활의 세력이 활동하는 영역, 곧 하나님의 나라에서 그 가능성을 본 것이다.

 

   나는 사도의 이 논리에서 전율을 느낀다. 그래서 이런 결론을 내린다. 이건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전능하고 전지한 신의 가르침이다. 따라서 그 하나님의 계시의 빛을 받지 못한 사람은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라고.
   로마서의 놀라운 점은 이 진리를 추상적으로 선언만 한 것이 아니라, 그 내용과 그런 나라의 건설을 위한 방법론까지 상세하게 가르쳤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나의 뒤통수를 때리는 것은 이것이다. “죄가 더한 곳에 은혜가 더욱 넘친” 곳에서 발생하는 일이 다른 것이 아니라 그 율법이 이루어지는 나라라는 사실.

 

 

< 저작권자 ⓒ 개혁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 기독교보(1499호, 2022년 8월 6일) 기사를 읽고

    <기독교보>(1499호, 2022년 8월 6일) 기사를 읽고 성희찬 목사 (작은빛교회) 고신 교회 정론지 <기독교보>가 1500호를 맞는다. 오는 8월 11일(목) 오전에 있을 기독교보 1500호 발행 감사 예배를 앞두고 이번 1499호(2022년 8월 6일) 신문은 고신 언론사 사장...
    Date2022.08.06 By개혁정론 Views1026
    Read More
  2. 고신 교회 정체성을 부인하는 ‘명예 집사(권사)’

    고신 교회 정체성을 부인하는 ‘명예 집사(권사)’ 성희찬 목사 (작은빛교회 담임) 이번 헌법개정위원회(위원장 김세중 목사)가 내놓은 개정안 초안을 보면 놀랍게도 “집사와 권사에 대한 명예직은 헌법정신에 의거 세우지 않는 것이 원칙이...
    Date2022.07.22 By개혁정론 Views853
    Read More
  3. 교회학교인가? 주일학교인가? -헌법개정 초안 비평-

    교회학교인가? 주일학교인가? -헌법개정 초안 비평- 성희찬 목사 (작은빛 교회) 이번 헌법개정 초안을 보면 <예배지침>에서 ‘주일학교’를 삭제하고 이를 대신하여 ‘교회학교’로 수정한 것이 눈에 띈다. <예배지침>은 <교회정치>, <권...
    Date2022.07.18 By개혁정론 Views679
    Read More
  4. SFC, 여전히 필요한 고신의 학생운동

    SFC, 여전히 필요한 고신의 학생운동 김동춘 목사 (서울제일교회 담임) 경주에 있었던 ‘SFC지도위원회와 미래정책위원회의 연석회의’ 석상에서 불거진 “SFC 폐지론”과 관련해서 여러 글과 말이 지면과 모임 석상에서 회자되고 있다. ...
    Date2022.07.13 By개혁정론 Views770
    Read More
  5. 헌법개정안 중 권징조례 초안 비평 - 기독교적 특성의 약화를 우려하며

    2022년 고신 헌법 개정안(권징조례 勸懲條例) 초안 비평 - ‘기독교적’ 특성의 약화를 우려하며 - 성희찬 목사 (작은빛교회 담임) 1. 서론 우리가 아는 대로 ‘권징’(勸懲)은 성경에서 기원하며, 우리 신앙고백서와 개혁주의 신조에 잘...
    Date2022.07.04 By개혁정론 Views689
    Read More
  6. 우리는 지금 어떤 교회를 꿈꾸고 성찰하며 고신 교회 70년을 맞는가?-헌법 개정 초안(2022년 6월)에 대한 간단한 비평

    우리는 지금 어떤 교회를 꿈꾸고 성찰하며 고신 교회 70년을 맞는가? -헌법 개정 초안(2022년 6월)에 대한 간단한 비평- 성희찬 목사 (작은빛교회) 교회에 있는 헌법 조항은 ‘법조항들로 이루어진 교회론’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국내외를 막론...
    Date2022.06.24 By개혁정론 Views1010
    Read More
  7. 이름, 그 의미

    이름, 그 의미 고덕길 목사 (이슬라마바드 한인교회 담임) “나를 모든 환난에서 건지신 여호와의 사자께서 이 아이들에게 복을 주시오며 이들로 내 이름과 내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의 이름으로 칭하게 하시오며 이들이 세상에서 번식되게 하시기를 원하...
    Date2022.06.06 By개혁정론 Views188
    Read More
  8. 유월절, 맥추절, 성령강림절

    유월절, 맥추절, 성령강림절 황원하 목사 (산성교회 담임) 구약의 3대 절기 출애굽기 23:14-17에는 세 개의 절기를 지키라는 명령이 나온다(참고. 신 16:1-17). “너는 매년 세 번 내게 절기를 지킬지니라 너는 무교병의 절기를 지키라 내가 네게 명령한...
    Date2022.06.03 By개혁정론 Views1199
    Read More
  9. 교회에서의 선거와 민주국가에서의 선거는 어떻게 다른가?

    교회에서의 선거와 민주국가에서의 선거는 어떻게 다른가? 아래의 글에 대한 영상은 다음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손재익 목사 (한길교회 담임) 선거의 계절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2022년 3월 9일(수)에 있었던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지 얼마 안...
    Date2022.05.27 By개혁정론 Views496
    Read More
  10. 하나님과 약속한 시간, 가정예배

    아래 글은 월간 생명나무 (월간 고신) 2022년 6월호에 실린 글로 필자의 허락을 받아 이곳에 올립니다. - 편집장 주 하나님과 약속한 시간, 가정예배 채충원 목사 (한밭교회 부목사) 제 아내와 저는 성격이 사뭇 다릅니다. MBTI 성격 유형 검사에 따르면 저는...
    Date2022.05.23 By개혁정론 Views255
    Read More
  11. 독학으로 시작한 가정예배의 성장 이야기

    독학으로 시작한 가정예배의 성장 이야기 채충원 목사 (대전한밭교회 부목사) 고신총회 헌법은 개혁교회와 스코틀랜드 장로교회의 전통을 따라 가정기도회를 신자의 당연한 의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 예배지침 제8장 제29조에서 “가족이 사적으로...
    Date2022.04.26 By개혁정론 Views296
    Read More
  12. 팬데믹 시대의 청년사역

    팬데믹 시대의 청년사역 박창원 목사 (포항장로교회) 현실 마주하기 전 세계가 코비드19의 몸살을 앓은 지 벌써 2년이 지나가고 있다. 그동안 우리의 일상적 생활에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자가 격리 등의 용어가 익숙해지고, 마스...
    Date2022.04.14 By개혁정론 Views481
    Read More
  13. 가장(家長)이 존경받는 방법, 가정예배

    아래 글은 월간 생명나무 (월간 고신) 2022년 4월호에 실린 글로 필자의 허락을 받아 이곳에 올립니다. - 편집장 주 가장(家長)이 존경받는 방법, 가정예배 채충원 목사 (한밭교회 부목사) 요즘엔 가장(家長)이 존경받는 가정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사실 가...
    Date2022.03.24 By개혁정론 Views233
    Read More
  14. 전쟁에 대한 기독교의 입장

    전쟁에 대한 기독교의 입장 손재익 목사 (한길교회) 전쟁은 참혹하다.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서 전쟁은 단 한 순간도 끊이지 않았다. 윌 듀런트에 의하면 인류 역사상 전쟁이 없었던 햇수는 고작 29년이다. 없어야 함에도 불구...
    Date2022.03.16 By개혁정론 Views1407
    Read More
  15. 가정예배는 빠를수록 좋습니다

    아래 글은 월간 생명나무 (월간 고신) 2022년 3월호에 실린 글로 필자의 허락을 받아 이곳에 올립니다. - 편집장 주 삼형제네 가정예배 이야기 3 가정예배는 빠를수록 좋습니다 채충원 목사 (한밭교회 부목사) 가정예배는 언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저는 ...
    Date2022.02.25 By개혁정론 Views342
    Read More
  16. 세족식(洗足式), 어떻게 보아야 하나?

    세족식(洗足式), 어떻게 보아야 하나? 성희찬 목사 (작은빛교회) 교파와 교단을 불문하고 직원 임직식을 할 때 임직하는 직원의 발을 씻어주는 의식인 세족식(洗足式)을 하는 교회를 종종 볼 수 있다. 선배 직분자들이 임직하는 후배들의 발을 씻어주는 장면...
    Date2022.02.15 By개혁정론 Views2347
    Read More
  17. 잊혀진 역사,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한 전통

    잊혀진 역사,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한 전통 손재익 목사 (한길교회 담임) 예비군 훈련에서 있었던 일 신학대학원 2학년 때로 기억한다. 예비군 훈련을 갔다. 고려신학대학원생만이 참여하는 훈련이었다. 입소식과 함께 국민의례가 있었다. “국기에 ...
    Date2022.02.10 By개혁정론 Views1702
    Read More
  18. 가정예배에 관한 안 좋은 추억

    아래 글은 월간 생명나무 (월간 고신) 2022년 2월호에 실린 글로 필자의 허락을 받아 이곳에 올립니다. - 편집장 주 삼형제네 가정예배 이야기 2 가정예배에 관한 안 좋은 추억 채충원 목사 (한밭교회 부목사) 부모의 신앙을 자녀들에게 어떻게 전해 줄 수 있...
    Date2022.02.05 By개혁정론 Views606
    Read More
  19. 바울의 법철학

    바울의 법철학 황영철 목사 (성의교회 담임)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성경은 나에게 늘 낯선 책이다. 성경을 연구할 때마다 나의 평소 생각과는 다른 이야기를 발견하는 까닭이다. 이상하게 성경은 그렇게 읽고 공부를 해봐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속...
    Date2022.01.26 By개혁정론 Views225
    Read More
  20. 3차부터 해결하고 4차로 넘어가자

    3차부터 해결하고 4차로 넘어가자 황원하 목사 (산성교회 담임) 고신 교단은 자랑할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우리가 가진 영적, 인적, 물적 자산은 많은 이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더욱 노력해야 한다. 만족하는 순간에 발전이란 ...
    Date2022.01.24 By개혁정론 Views33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Next
/ 9
사설
[사설] 성찬상을 모독하지 마라
[사설] 제7차 개정헌법 헌의안, 총...
[사설] 총회장은 교단의 수장이 아...
[사설] 명예집사와 명예권사, 허용...
[사설] 총회가 계파정치에 함몰되지...
[사설] 최근에 일어난 고려신학대학...
세계로교회 예배당 폐쇄 조치를 접하며 3
[사설] 총회(노회)가 모일 때 온라...
총회가 졸속으로 진행되지 않으려면
[사설] 누가 고신교회의 질서와 성...
칼럼
왕처럼 살고 싶습니까? 왕처럼 나누...
푸틴의 머릿속에 있는 그림
백신 의무 접종과 교회 (3부)
백신 의무 접종과 교회(2부); 교회...
백신 의무 접종과 교회 (1부)
우리 악수할까요?
두려움으로부터의 해방 (Peter Holt...
관심을 가지고 보십시오.
동성애 문제에 대한 두 교단의 서로...
하나님께서는 역사의 잘못을 통해서...
기고
직분자 임직식에서 성도의 역할
죽음을 어떻게 맞을까를 잠시 생각하며
제73회 총회가 남긴 몇 가지 과제
전임목사는 시찰위원으로 선정될 수...
고신교회와 고재수 교수; 우리가 왜...
왜 고재수는 네덜란드에서 고려신학...
제73회 총회를 스케치하다
신학생 보내기 운동에 대한 진지한 ...
명예 직분 허용이 가져다 줄 위험한...
[고신 70주년에 즈음하여 9] 고신교...
논문
송상석 목사에 대한 교회사적 평가 ...
송상석 목사와 고신 교단 (나삼진 ...
송상석 목사의 목회와 설교 (신재철...
네덜란드 개혁교회 예식서에 있어서...
제7차 헌법개정초안(2022년 6월) 분...
제7차 헌법개정초안(2022년 6월) 분...
제7차 헌법개정초안 예배지침 부분...
제7차 헌법개정초안(2022년 6월) 분...
SFC 강령의 “전통적 웨스트민스터 ...
지역교회의 적정 규모(規模 size)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