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명제 : "소명으로서의 교회 건설이란 삼위 하나님의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다."
일단 필자 나름대로 교회 건설은 삼위 하나님의 일을 책임감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라고 명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필자가 제시한 이 명제에 따르면 교회가 잘 세워지고 정착된 후에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많은 교회들이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라서 대형교회를 향한 교회성장 전략을 폅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더 중한 것은 국내외 다른 교회를 세우는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동참하는 일입니다.
한국 교회의 문제를 여러 가지로 진단할 수 있겠지만, 주요한 문제라고 한다면 단지 몇 그루의 거대한 포도나무와 수많은 연약한 포도나무를 심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는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여러 그루의 좋은 포도나무를 이곳 저곳에 심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경건한 자가 많아지기 위해서는 각 지역마다 그 지역을 책임질 교회가 많아져야 할 것입니다.
2. 현실적 문제
종종 누가 어느 지역에 교회를 소개해달라고 하는데, 마땅히 소개할 만한 교회를 찾지를 못해서 제 마음도 어렵습니다. 지역마다 마음 놓고 소개할 교회가 한 곳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역자들이 모인 카톡방에서 00지역에 교회 소개해 주세요 하면 답이 잘 안달립니다. 그나마 추천하는 교회들이 대부분 대형교회들 뿐입니다.
어느 지역마다 주일이면 대형교회의 버스들이 많이 운행합니다. 대형교회는 사람들에게 가장 편한 것을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보면 개척교회는 ‘필패’라는 말이 이해가 갑니다. 대충 말해서 10개 교회 중에 한 교회 정도가 개척에 성공할 수는 있을까요? 시대가 척박해지고 있기 때문에 그 비율은 더 낮을 것 같습니다. 시민들이 개척교회가 새로 생기는 것을 환영하기는 커녕 최근에는 혐오하기까지 합니다.
개척사역자를 돌보고 지원해야 할 노회도 영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10월 11월이 되면 후원요청서를 많게는 100통 이상 (큰 교회 위주로) 보냅니다. 무차별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대형교회의 담당자들은 이를 일일이 확인하는 일이 시간 낭비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일조차 포기한다면 결국 한국교회를 향한 자신의 책임을 내던지는 것입니다.
솔직히 이처럼 척박한 시기에 누가 개척에 뛰어들까요? 그런데도 개척교회가 많아지는 것은 나이가 차고 부목사로 있기 눈치가 보여서 결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라도 용기를 가지고 개척해도 척박한 환경 속에서 결국 쓴 잔을 맛보기 쉽습니다. 이렇게 아무것도 못해보고 방망이만 허우적거리다가 쓴 잔을 맛보는 개척 사역자가 많아진다면 그것은 결국 한국교회에 있어 대단히 큰 손실일 것입니다.
3. 돌파할 방법은 없을까?
이러한 상황을 돌파할 방법은 교회가 서로를 돕는 것입니다. 교회와 각 노회가 실질적으로 개척교회, 미자립교회의 형편을 살펴보고 도와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여러 교회가 함께 이 일을 하는 것이며, 더 좋은 것은 노회가 이 일을 '온전히' 담당하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노회가 이 일에서 손을 놓고 있기 때문에 조직적인 능력을 갖춘 대형교회라도 좀 더 교회 개척에 힘써야 합니다. 아직은 발벗고 나서기 힘들다면 적어도 개척 후원을 위한 위원회를 만들어서 작은 교회들을 먼저 찾아가면 어떨까요? 큰 교회가 가만히 앉아서 후원요청서가 날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일은 무책임해 보입니다. 누구라도 개척하고 찾아오면 돈을 퍼주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단 지역 근처에 있는 작은 교회들에 찾아가서 정말 좋은 교회인지를 살펴보기라도 하면 좋겠습니다. 일단 교회들을 살펴보고 난 후에 ‘아니다’ 싶으면 몇번 권고하고 그만두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세상에는 알곡같은 교회도 있고, 가라지와 같은 교회도 있어서 어느 교회를 후원해야 할지를 결정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원수가 그렇게 해 놓았으니 근심은 근심입니다. 그렇다고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알곡들을 키우는 일입니다. 적자생존이니 알아서 잘 해보라고 내버려 두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적어도 올바른 목회 원칙을 가지고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교회를 세워나가도록 개척 사역자에게 최초 2-3년간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큰 교회는 주위의 자양분을 쭉쭉 빨아들이며 거대해지고, 작은 교회만 남아서 얼마 남지 않은 자양분을 가지고 다투며 서로 경쟁하다가 서로 탈진하고 말 것입니다. 이렇게 서로 경쟁하는 구도 속에 방치하는 것은 한국 교회를 향한 책임을 저버리고 가라지만 키우는 것일런지 모릅니다.
4. 결언
필자가 섬기는 교회가 속한 세종시 지역에는 대부분 개척교회들인데, 대형교회가 수백억을 투자해 프랜차이즈식 확장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한국교회 전체를 생각하지 않는 무책임한 방식입니다. 개교회 중심주의가 심각합니다. 교회들이 다 함께 욕을 먹는 요즘같은 시기에 우리 개혁주의 장로교회라도 옆에 있는 교회들을 돌아보면서 더불어 보편교회를 세워갈 수는 없을까요?
지금은 한 그루의 나무만 키우기보다 여러 그루의 나무를 알차게 심을 때입니다. 그것은 단지 시대적 요청일 뿐 아니라 성경적인 가르침입니다. 그런 일을 하는 노회와 교회들이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주변에 있는 작은 교회들을 돌아보는 교회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아진다면 좋겠습니다. 보편 교회를 세워가는 일은 내가 속한 교회를 부흥시키고 성장시키는 일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Soli Deo Glor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