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이 목회에 적용되고 있는가?
황원하 목사
(산성교회 담임)
신학은 교회를 위한 학문이다. 즉 신학은 성경을 정확하게 해석하는 일이며, 나아가서 그렇게 해석한 결과를 교회에 적용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신학은 실용적인 학문이다. 이에 목사는 신학 공부한 것들을 반드시 목회현장에서 사용해야 한다. 목회는 신학의 열매이자 목적이다.
만약 목사가 신학을 공부한 후에 목회에서 적용하지 않는다면 신학이라는 학문의 성격과 목적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며, 따라서 신학을 잘못 공부한 것이다. 혹은 일부 신학교나 신학자들이 이해하는 바, 신학이 이론적이거나 추상적이어서 목회에 적용할 만한 여지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이미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신학은 교회를 위한 학문이다. 따라서 목사는 신학적 목회를 해야 한다. 오늘날 목사들이 일으키는 많은 문제들을 비롯하여, 교회가 왜곡되거나 방향을 잃고서 갈 길을 모르는 것은 목사들에게 신학이 없기 때문이다. 곧 신학을 공부하고는 그 신학과 관계없이 목회하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1. 총회와 노회는 신학 연구 모임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 교단 총회와 노회는 그저 조직을 구성하고 행정적인 사안을 처리하는 모임으로 인식되어 있다. 간혹 신학 주제를 논의하기는 하지만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그런 일을 하면 대체로 재미없어 한다. 많은 총대들은 헌법의 전반부인 교리표준에 대한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후반부인 관리표준을 단지 행정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총회와 노회가 신학 연구 모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조직이나 행정 등도 바른 신학적 관점을 가지고 처리되어야 한다고 본다. 총회나 노회에 참석한 목사와 장로는 행정에 밝아야겠지만 궁극적으로 신학에 밝아야 한다. 바른 신학이 바른 행정과 바른 법률과 바른 조직을 이끌게 해야 한다.
특히 오늘날 그 존재 의미가 불분명한 시찰회는 신학공부 모임이 되어야 한다. 근처에 있는 목사들과 장로들이 자주 모여서 신학과 목회와 교회와 세상을 논하는 장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저 모여서 여비 받고 밥 먹고 서류 처리하고 헤어지는 모임이 되어서는 안 된다.
2. 당회도 신학 연구 모임이 되어야 한다.
신학에 무지한 목사와 그보다 더한 장로들이 모여서 당회를 이루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 하나님이 누구시며, 성경이 무엇이며, 교회가 어떤 공동체이며,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모르면서 어떻게 교인들을 지도하고 감독하며 보호하는 당회를 구성할 수 있을까?
부디 목사는 부지런히 신학을 공부해야 하며, 분명하고도 일관성 있는 신학적 관점을 소유해야 한다. 설교에 신학이 반영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상담과 심방과 전도와 구제와 행정 등에도 신학이 반영되어야 한다. 필시 신학이 없는 목회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목회에 사용하지 못하는 신학은 가치가 없다.
당회원들은 필연적으로 신학 공부를 해야 한다. 당회원들이 모여서 공부하고 토론하다 보면 점차 바른 감독과 치리를 시행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직분자로 세우셨으며, 우리에게 계시의 말씀인 성경을 주셨고, 우리가 계시에 따라서 교회를 다스리기를 원하셨다. 분명히, 성경을 모르면서 교회를 다스려서는 안 되며 다스릴 수도 없다.
3. 담임목사와 부교역자들의 공부에 대해서
한 교회에서 일하는 담임목사와 부교역자들이 같이 신학을 공부한다면 아주 효과적이다. 담임목사와 부교역자들은 공부하기 가장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이미 신학을 공부한 사람들일 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 같이 지낼 수 있는 형편에 있다. 따라서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정기적으로 공부할 것을 권유한다.
성경신학, 교의학, 봉사신학, 윤리학, 교회사 등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기를 바란다. 기독교강요를 비롯해서 무게 있는 서적을 읽고 토론할 수 있다. 성경본문을 선택하여 주해연습을 하거나 설교본문을 만들어서 나누면 아주 좋다. 일주일에 하루를 택해서 이런 식으로 공부하다보면 어느새 실력이 부쩍 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교회를 대단히 풍요롭게 할 것이다.
4. 신학과 설교
신학이 가장 직접적이고 선명하게 반영되어야 할 분야는 설교이다. 목사가 설교할 때 신학이 없는 설교를 하는 것은 성경을 잘못 전달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제발 신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할 수 있는 수준의 설교를 하지 말기를 바란다.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설교를 해야 한다. 이 말은 설교를 어렵게 하라는 뜻이 아니라, 정확하고 깊이 있게 하라는 뜻이다.
설교를 잘 하기 위해서 잡다한 기교를 익히거나 예화를 찾아 해매거나 심지어 신령한 계시(?)를 받으려고 하지 말라. 오히려 설교를 잘 하려면 성경 본문을 정확하게 해석해야 한다. 곧 본문의 의미를 제대로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본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사고의 흐름(구조)을 파악하여 대지를 구성해서(눈에 보이는 대지든 눈에 보이지 않는 대지든) 논리정연하게 전해야 한다.
신학소양이 풍부한 목사는 설교내용이 풍성하여 교인들이 진수성찬을 먹은 것 같은 느낌을 가진다. 반면에 신학에 무지한 목사의 설교는 횡설수설하는 설교이거나 우왕좌왕하는 설교이거나 빈약하기 짝이 없는 설교가 되어서 교인들을 짜증나게 한다. 한 주간 내내 세상에서 치열하게 살다 온 교인들에게 푸짐한 밥상을 제공해 드려야 하지 않겠는가!
5. 목사의 자기 공부 방법
마지막으로 목사가 어떻게 공부할 수 있는지를 말하겠다. 목사들 중에서 Th.M. 과정 등에서 공부하는 이들이 있다. 시간이나 재정이 허락되면 그렇게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이들이 많다. 그런 경우에는 몇몇 신대원에서 운영하는 사이버 강의를 들으면 된다. 필자는 합신 홈페이지에서 사이버 강의를 듣곤 했는데, 매우 유익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M.Div. 과정을 정상적으로 마친 목사들이라면 혼자서 신학을 공부할 수 있다. 양서를 선택하여 읽으면서 공부하면 되는데, 이때 다독보다는 정독을 해야 한다. 간혹 신학교 교수들이나 신학에 정통한 동료 목사들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그분들에게서 한 수 배우는 것은 책 몇 권을 단숨에 읽는 것과 같은 아주 좋은 공부 방법이다.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목사들이라면 정기적으로 공부 모임을 가지면 좋겠다. 같은 교단 목사들이면 좀 더 친화적이겠고, 같은 신학 성향을 가진 목사들이 공부해야 갈등이 덜하다. 이때 제법 뛰어난 리더급 목사가 있어서 모임을 이끌어 가면 효과적이다. 비슷한 수준의 목사들끼리 모이면 아무래도 진도가 더디고 한계가 드러나서 흥미가 떨어진다.
< 저작권자 ⓒ 개혁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