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표절, 무엇이 문제인가?
- 2017년 목회대학원 동계강좌 심포지엄
손재익 객원기자
2017년 2월 7일(화) 18시 30분부터 20시 40분까지 “설교표절에 대한 심포지엄”이 고려신학대학원 강의동 101호에서 열렸다. 이 심포지엄은 제66회 총회결정에 따른 대책 수립마련의 한 일환으로 기획되었으며 총회신학위원회(위원장 전원호 목사)와 고려신학대학원의 공동주관으로 마련된 시간이었다.
신학위원회 위원인 이한의 목사(은항교회)가 제안설명을 한 뒤, 신대원에서 설교학을 가르친 바 있는 한진환 목사(서울서문교회 담임)가 “설교 표절,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다.
▲ 심포지엄에 참석한 청중들 ⓒ 손재익
한진환 목사는 표절설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설교의 경우 글쓰기를 기초로 하지만, 작성된 글쓰기에 기초해 선포되는 설교이므로 글쓰기에 대한 표절과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설교자가 설교 중에 “이 부분은 어느 주석의 해석입니다.” “이 부분은 어느 목사의 설교집에 있는 내용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입니다.”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다른 각도로 접근해야 하는데, 첫째, 의도적인가? 둘째, 반복적인가? 셋째, 위선적인가? 하는 점이 기준이 된다고 보았다.
의도적이냐 하는 문제는 처음부터 베끼기로 작정하고 시작하면 표절이라고 보았다. 대지를 가져오든 내용을 통째로 가져오든 출처를 밝히지도 않고 남의 설교를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도용이라고 보았다. 반복적이냐 하는 문제는 상습적으로 남의 설교를 사용하는 것을 문제로 보았다. 위선적이냐 하는 문제는 남의 설교를 기술적으로 자신의 것처럼 포장하는 것으로 보았다.
한 목사는 설교 표절은 하나님의 현재적 메시지를 가로막고, 설교자의 영혼을 고사시키며, 교회를 병들게 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잘못이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설교표절을 근절하기 위한 4가지 대안을 제시했는데 다음과 같다. 첫째, 설교 작성에 관한 전반적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목사의 과중한 설교사역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 셋째, 목회 성공주의 신드롬을 극복해야 한다. 넷째, 설교사역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 한진환 목사 ⓒ 손재익
주제발표 후 패널토의와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는데 김성수 교수(신대원)가 사회를 보고 한진환(서문교회), 장희종(명덕교회), 오병욱(하나교회), 이한의 목사(은항교회)가 패널로 나섰다.
▲ 패널토의, 좌로부터 오병욱, 한진환, 김성수, 장희종, 이한의 ⓒ 손재익
패널들은 한결같이 설교하는 일이 목사에게 늘 고민이고 쉽지 않은 부분이지만, 설교를 표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설교는 어디까지가 표절이고 어디까지가 표절이 아닌지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보았다.
청중 중에서도 “주변에 표절하는 목사가 있는 것을 안다. 제법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하였다.
대안으로 목사가 준비한 한 편의 설교를 한 번의 예배에 사용하기에는 아쉬운 면도 있으므로 강단교류를 원활하게 하면 목사의 설교준비 부담도 줄어들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있었으며, 오병욱 목사는 충청노회 천안시찰의 예를 들어 금요일 새벽기도 후에 시찰 목사들이 모여서 목요일까지 준비한 설교에 대해 토의하는 시간이 있는데 그것이 목사로 하여금 늘 공부하게 만드는 좋은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심포지엄은 목회대학원 동계강좌의 한 순서로 마련하였는데, 목회대학원에 참석중인 목사들에게 의무적인 참석을 시킨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늦은 시간까지 많은 이들이 참석하여 큰 호응을 얻었으며, 설교표절에 대한 관심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목회대학원은 “교회를 향한 도전; 너희는 내게 거룩하라(레 20:26)”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다. 주강사로 기동연 교수(고려신학대학원)이 레위기 전체를 하나하나 살피는 강좌로 일선 목회자들에게 직접적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목회대학원 동계강좌의 주제에 맞게 설교표절은 교회와 목사에게 속할 일이 절대로 아니다. 남의 것을 훔치는 일이며,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거짓을 행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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