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요한 기자
“한국 교회 개혁을 위해 투명한 재정 관리가 필요하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재정 건강성 증진을 통한 교회의 모습을 통해 대사회적 신뢰회복을 목표로 2005년도에 결성된 단체이다. 매년 재정과 관련된 세미나를 해온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올해 11월 14일(금)에도 “공개해도 괜찮아: 헌금의 공공성과 재정의 투명성”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교회재정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장로회신학대학교 명예교수 이형기 교수(공적신학과교회연구소 소장)가 “하나님 나라의 복음과 교회의 공공성: 교회 재정 투명성의 신학적 전제”라는 제목의 주제강연을 한 뒤에 샘물교회 사무처장 김재수 장로, 예인교회 정성규 목사가 패널로 참석하여 재정공개에 관한 토의를 하였다.
▲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11월 14일 "공개해도 괜찮아: 헌금의 공공성과 재정의 투명성"이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열었다.
보편적이어서 공공성을 갖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
이형기 교수는 주제강연을 통해 교회의 공공성을 근거로 교회 재정 공개의 당위성을 주장하였다.
이 교수는 역사적으로 기독교 내에서 있어 왔던 이분법 구도(하나님의 도성과 땅의 도성, 그리스도의 왕국과 세상 왕국, 교회 대 세상 등)가 18-19세기 모더니즘과 20세기 신자유주의의 세계화 과정,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겪으면서 사사화(私事化, privatization)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아울러 이러한 흐름이 한국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교회와 세상의 적대관계, 영혼과 몸을 갈라놓는 이분법, 물량적 교회성장주의, 맘몬의 지배로 사유화되는 영생과 하나님 나라 등의 형태로 나타났고 결국 교회의 공적 책임 수행은 미흡하였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물론 이 교수는 한국 초기 개신교의 근대식 병원 도입, 평등사상, 교육에의 기여, 여권신장, 독립운동과 1970년대 반독재투쟁, 1980년대 남북평화통일운동, 이후 장기기증운동, 태안 앞마다 기름 제거 운동 등 개신교의 공헌 역시 언급한다. 하지만 교회 전체적으로는 교회의 공공성이 매우 미흡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지적이었다.
특별히 이 교수는 교회 공공성의 신학적 근거를 들면서 영국의 복음주의자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의 내러티브 신학을 소개하였다. 뉴비긴의 『성서 전체를 꿰뚫어 보기』(A Walk Through The Bible)에 따르면 “성경의 이야기는 인류 보편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나님의 아들은 믿는 사람들을 위하여 죽으신 것 이전에 인류 전체(보편사)를 위해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다”는 것이다. 뉴비긴은 “성경의 이야기 전체가 결국 한 민족인 이스라엘과 한 인간인 예수님에게 초점을 두면서 이스라엘과 예수님은 창조세계와 인류의 보편사 전체를 향한 하나님의 목적의 운반자”였다고 이해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뉴비긴의 보편사적 해석은 결국 “창조와 구속과 종말론적 신앙을 통해 창조세계의 의미와 목적을 21세기 상황과 결부시켜 해석할 여지를 준다.”
이러한 뉴비긴의 사상은 그의 저서 전반에 녹아 있다. 과학과 신앙의 관계에 대해서 뉴비긴은 “‘사물과 인생의 목적에 따른’ 혹은 ‘창조주의 목적을 계시하고 실행하는 역사 속에서의 하나님의 활동’이라는 신앙을 기준으로 하여 과학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것”을 주장한다(『다원주의 사회에서의 복음』[The Gospel in a Pluralist Society]). 세속화에 대해서는 “모더니즘 전통을 통해 문화화되고 보편사의 일부가 되고, 문화사의 한 부분이 되고 종교사 가운데 하나로 전락한 기독교 세계에 대하여, 신약성경이 말하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은 하나의 폭탄선언”이고 주장한다(『세속화의 맥락 속에서 복음전도』[Evangelism in the Context of Secularization]). 뉴비긴이 이해하는 전도는 “복음의 공적인 본성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복음의 전수 과정과 공적 영역에서 믿음에서 출발하는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대회의 소명: 공적인 진리로서의 복음』[Conference Call: The Gospel as Public Truth]).
뉴비긴을 통해 이 교수가 하려는 이야기는 “하나님 나라는 모든 민족과 창조세계를 아우른다는 점에서 보편적이며 객관적인 것이며 교회는 종말론적 희망으로서 하나님 나라를 생명과 영의 역사로 믿음, 희망, 사랑으로 수용한 특수한 공동체”라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가 하는 “예배, 설교, 세례, 성만찬, 교제, 교육, 전도, 선교 및 기타 모든 세상을 향한 활동에 대한 공공성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논지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교회 공동체의 본질적 사명은 복음을 듣지 못한 사람에게 하나님의 통치의 좋은 소식을 전하는 복음 전도, 정의와 평화와 기쁨과 같은 하나님의 통치의 가치를 삶으로 옮기고 미리 맛보도록 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러한 논지를 바탕으로 “재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역시 공공성의 영역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 왼쪽부터 한빛누리 황병구 본부장, 샘물교회 김재수 장로, 예인교회 정성규 목사, 장신대 명예교수 이형기 교수
신뢰가 쌓여야 비로소 복음을 기준으로 교회를 바라봐
이형기 교수의 주제강연 이후에는 재단법인 한빛누리 황병구 본부장의 사회로 김재수 장로, 정성규 목사, 이형기 교수의 패널토의가 있었다.
우선 황 본부장은 “재정공개의 원칙이 있는가”를 물었다. 김재수 장로는 재정공개와 관련한 특별한 원칙을 제시하지는 않고 “공개하는 곳도 별로 없고 복식부기를 쓰는 교회도 별로 없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라고 대답했다. 아울러 샘물교회의 직분자 임기제에 대해 설명하였다. 샘물교회는 목사와 장로가 임기제다. 장로의 경우에는 5년 임기 후 최소 1년은 다시 임직하지 못하고 후에 재신임을 받으면 5년을 더 할 수 있다. 정성규 목사는 재정공개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신뢰성”을 꼽았다.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사람은 복음을 가지고 교회를 평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계속되는 토의에서 재정관리에 관한 내용이 나왔을 때 정 목사는 “교회 내에 회계 전문가가 없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한 정관을 구하면서 교회적으로 처리해 나왔다”고 대답하면서 “이런 당연한 이야기를 굳이 나와서 해야 하는가” 하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김 장로는 “당일 헌금은 재정을 담당하는 사람이 바로 정확히 입력하여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헌금 사용 내영은 세무사를 통해 검수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하였고 “헌금을 사용하면 바로 부서에서 알 수 있고 부서의 재정담당자의 사인이 없으면 재정을 지출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특별히 “담임목사의 목회계획에 따라 연초에 재정이 배정되겠지만 이후에는 담임목사가 일체 관여하지 못한다. 담임목사가 결재하는 과정이 없다.” 하고 설명하기도 했다.
교회의 리더십과 성도 개인의 의식 개선 함께 가야
정 목사는 재정의 공공성과 관련하여 “단순히 교회 재정 사용의 공공성뿐만 아니라 성도 개인이 재산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하는 부분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성도의 삶 속에서 개인 혹은 가정의 재정을 운영할 때 할 수 있는 한 공공성을 염두에 두고 운영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 장로는 재정 운영에 관하여서는 “우선은 세금계산서 문제, 갑근세(갑종 근로 소득세), 목회자 4대 보험 및 보험료 납부 등 기본적으로 사회법은 지킨다는 원칙을 가지고 재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대답하였다.
이형기 교수는 “재정 투명성 자체도 중요하지만 목회자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교수의 주장은 교회의 공공 활동의 영역을 더 근원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으로 이것은 “정의와 평화 운동, 창조 세계 운동과 관련하여 NGO 활동과 연대하는 활동 등의 측면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을 통해 드러났다.
황 본부장은 진행 중에 “재정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일은 없었는지”를 묻기도 했다. 김 장로는 “교회가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구비하고 지원을 한다. 그리고 지역 주민을 위해 주일을 제외한 날에는 모든 공간을 개방한다. 그러다 보니 전기세가 많이 나와 교인들 가운데 불만도 있다.” 하고 대답하였다. 정 목사는 “재정을 바르게 활용하려고 하는 취지에 대한 의심이 있는 경우가 있었다. 성장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교회는 교회 건물이 따로 없어 교인을 위한 서비스가 부족한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해 불만이 있는 분이 계신 것으로 안다.” 하고 답하였다.
“이것부터 시작하자 하고 조언할 내용이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 김 장로는 “담임 목사의 재정 철학이 중요하다. 예전에는 나도 교회 재정에 대해서는 연말정산 하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고 답하였다. 정 목사는 “교회 일은 목회자가 한다는 인식이 있는데 실제로 교회의 일은 교인이 하는 것이고 목회자는 함께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재정을 열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 재정을 쥐고 있을 때 생기는 부스러기 때문에 계속 재정을 잡고 있는 것보다 열어 놓으면 오히려 조력자가 생긴다. 오너십(ownership)에 의해 움직이는 힘과 공동체성에 의해 움직이는 힘은 다르다.” 하고 답하였다. 아울러 “교회의 재정 표준화는 그 교회의 역사, 이야기가 따라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교회의 실정에 맞게 하는 것이다.” 하는 조언을 덧붙였다.
설요한 기자 juicecre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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