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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찬 목사
마산제일교회 담임목사
예장 고신총회 헌법해설집 발간위원회 위원

지금까지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대통령이 지명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하나님의 뜻’에 대한 발언을 두고서 교회에서 기독교인들이 양편으로 첨예하게 갈라지면서 대립하는 일이 있었다. 나는 지금 교회 밖에서 일어난 현상을 염두에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문 후보자가 어느 해 어는 교회에서 행한 강연에서 나온 ‘일제 식민지와 6. 25가 하나님의 뜻’이라는 표현에 대해 기독교인 한쪽에서는 지극히 신앙적인 진술이라고 하며 오히려 이 발언의 취지를 왜곡한 공영방송이나 사람들을 규탄하며 신학자, 목사들의 지지성명 혹은 설교, 글이 잇따랐다. 또 교회의 다른 한쪽에서는 이 발언이 그릇되었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이라며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비난하였다. 심지어 서로 좌파니 우파니 하며 대립각을 세우기도 하였다. 고신 교단 안에서도 일부 목사와 신학교 교수들이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하게 의견이 갈라졌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란 첫째 바로 이 점이다. 교회 내에서 정치와 연관된 이슈가 나오면 교인들이 왜 이렇게 서로 날카롭게 대립하고 서로를 비난하는가 하는 점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왜 서로 조금씩 거리를 두고 냉정하게 당면한 문제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러나 내가 더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오히려 다른 것에 있다.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보기에 거의 광적일 정도로 그렇게 예민하게 대립각을 세우면서까지 신자의 당연한 입장을 말하면서 월드컵 축구에 대해서는 신자의 입장과 자세에 대해 진술하는 경우를 거의 보거나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 시대는 문화시대라고 말한다. ‘이제는 문화다’라고 한다. 문화가 왜 관심을 끄는 것일까? 사람은 본래 생각하고 느끼고 욕망하고 선택하고 놀이를 하며 노는 존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시대에 문화는 곧 돈이기 때문이다. 농산품이나 공산품보다도 문화라는 상품이 훨씬 더 부가가치가 높다. 영화 한 편의 흥행효과를 생각해보라. 월드컵의 경제효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또 이 시대를 문화의 시대라고 보는 것은 문화를 사회변혁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에는 정치적인 투쟁을 했지만 지금은 촛불집회처럼 문화운동을 통해서 사회변혁을 시도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문화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신자는 대중문화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 것일까? 즉 텔레비전이나 광고, 대중음악, 영화, 문학, 사이버 문화 등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대중문화를 비평하고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요 16:7-8; 빌 2:15; 4:8). 왜냐하면 신자의 중요한 영성 중 하나는 ‘나그네’로서 생활이기 때문이다. 나그네는 세상에서 도피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 도리어 이스라엘처럼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의 일곱 족속을 정복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는 사명이 우리에게 있다, 그러면서 신자는 종말을 향한 소망을 잊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이 세상에서 신자가 기독교 문화를 건설하는 것과 나그네로서 살아가는 것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기독교와 복음이 사회와 대중문화에 대하여 주는 메시지를 잃어버리면, 이 세상에서 교회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아니 세상 문화의 포로가 되어 버린다. 대중문화 중에서 스포츠를 뺄 수 없다. 원칙적으로 운동 혹은 스포츠는 거의 기독교 정신과 모순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한참 열기를 더하는, (비록 한국이 16강에서 탈락하였지만) 월드컵 축구는 어떠한가? 월드컵 축구에 대해 기독교는 사회를 향하여 어떤 메시지를 갖고 있는가? 월드컵을 통해 국위를 선양하고 월드컵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기도할 수 있을까? 아니면 월드컵을 선교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까? 지난 2002년 월드컵 개최를 두고 기독교계는 기도회를 가지기도 하였다. 이를 위해 과연 기도할 수 있을까?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월드컵 축구는 스포츠 정신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다. 스포츠 정신이란 금전적인 이해가 없이, 정치적인 이해가 없이 단순히 즐기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이러한 정신이 상실되거나 변질되었다. 한국이 알제리에 지고 나서 남은 벨기에 전을 앞두고 16강에 올라가기 위해 소위 경우의 수를 말하는 것을 보고 월드컵 축구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것을 재확인하였다. 요행을 바라면서까지 그렇게 이겨야 하는 것일까?

지금 월드컵 축구는 첫째, 상업주의에 빠져 있다. 선수들은 돈을 벌기 위해, 보상을 바라보고 운동한다. 거의 모든 스포츠 경기에는 금전 이해가 걸려 있다. 그 상금을 타기 위해서 시합을 한다. 재미있게 즐기면서 하지 못한다. 스포츠가 놀이가 더 이상 아니다. 심지어 종교가 되어가고 있다. 새벽 기도회에 잘 나오는 신자가 그 시간에 하는 경기를 보고 있다.

스포츠는 본래 놀이이다. 그러나 이제는 돈 벌기 위해서 스포츠를 하고 시민은 구경만 하고, 노동은 부가 되고 스포츠가 주가 되어 버렸다. 우리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노동인데, 노동이 주가 되지 않고, 여가/노는 것/쉬는 것이 주가 되어 버리면 이것은 타락이다. 종교의 수준으로 올라간 것이다. 공산주의에서 종교를 아편이라 했는데, 지금은 스포츠가 아편이 되었다.

둘째, 국가주의가 문제이다. 월드컵에서 국수주의적인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우승은 곧 국가의 위신을 세우는 것으로 생각 한다. 1970년 월드컵 예선전 때문에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 사이에 전쟁이 일어난 적이 있다. 언젠가 차범근 해설위원이 일본의 경기를 해설하면서 아시아 축구 발전을 염원하는 마음에서 ‘우리 일본!’이라고 했다가 주의를 받기까지 했다. 그는 또 북한이 시합하는 경기를 해설할 때 애정을 가지고 해설하면 안 된다고 고민을 털어 놓았다. 스포츠는 이념이나 종교를 떠나서 순수하게 즐기고 이를 통해서 연합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월드컵 축구가 가지는 상업주의와 국가주의 때문에 선수들은 서로 경쟁하고 그렇다 보니 약물을 복용하기도 한다. 그 결과 스포츠의 목적인 건강을 오히려 손상시키게 한다.

월드컵 축구가 가지는 또 다른 문제점은 셋째, 주일성수와 관계된 것이다. 월드컵 축구는 주일에도 시합을 한다. 우리만 주일성수 하면 되었다고 생각해도 될까? 선수 중에는 교인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가?

넷째, 월드컵 축구의 문제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대로 폭력(지나친 몸싸움)과 부정행위에 있다. 

내가 월드컵 축구를 보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개혁주의 교회에서 발행하는 기독교 일간신문에서 월드컵 축구 소식을 싣지 않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들도 축구를 아주 좋아하고 축구가 국민통합의 가장 중요한 동인이지만 그들은 월드컵 축구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었다. 물론 젊은이들은 몰래 경기를 보거나 이야기하기도 한다. 

내가 위의 이유로 월드컵 축구를 보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월드컵 경기를 보지 말라고 할 마음은 없다. 다만 생업이나 중요한 일과 계획에 지장을 주면서까지 굳이 보지는 말라고 말하고 싶다. 새벽 시간에 기도하는 것에 지장을 주면서 까지는 하지 말라. 적당하게 보라. 월드컵을 위해서 기도할 수 있다면, 경기 결과를 위해서 기도하지 말고 참여한 나라를 보면서 기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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