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포럼발기’에 대한 우려와 기대
황대우 교수
(고신대학교 개혁주의학술원)
지난 주 기독교보 2면의 하단 전체를 장식한 것은 ‘고신포럼’의 창립을 위한 광고였다. 고신포럼이 표방하는 정신과 목표 및 사명과 사역은 고신교회에 지당한 것일 뿐만 아니라 매우 훌륭하다. 광고에는 ‘발기인’의 명단이 함께 실려 있고, 광고 배경에는 고신교회의 엠블렘(Emblem), 즉 로고가 들어있다. 그래서 마치 고신교회의 총회나 노회, 혹은 공식기관이나 이에 준하는 곳이 주최하는 공식 포럼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상 ‘고신포럼’은 일부 고신 목사들이 주최하는 창립 모임의 명칭이다. 한 마디로 사적인 조직의 공식출범을 의미한다. 이와 비슷한 모임은 이미 존재한다. 일부 고신 목사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모임이 있는데, ‘미포’ 즉 ‘미래포럼’이 그것이다. 미래포럼의 중심에는 인터넷신문 ‘코닷’ 즉 ‘코람데오닷컴’이 있다. ‘미래포럼’은 ‘코닷’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분들이 주체가 되어 개최하는 연례적 정기행사다. 또한 ‘서울포럼’이 있는데, 이것은 수도권 노회들이 회원노회가 되어 공식적으로 여는 포럼이며 수도권 노회들이 고신의 나아갈 길을 고민하면서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고신포럼’의 발기는 ‘미래포럼’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영향의 산물로 보인다. 여기서 ‘영향’이라 함은 연계적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반립적이고 대립적 의미다. 마치 ‘다름’을 보여주기 위해서 ‘발기’하는 듯하다. 왜냐하면 미래포럼의 주체와 고신포럼의 주체가 겹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미래포럼에 관여하는 분들 가운데 단 한 명도 고신포럼의 발기인 명단에 없기 때문이다.
미래포럼과 유사하게 보이는 고신포럼이 과연 앞으로 어떤 ‘다름’을 보여줄지, 그 ‘다름’의 의미는 무엇일지 주목해볼 일이다. 아니면 ‘포럼’이라는 같은 형식의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신포럼’이 내세운 모임의 정신, 목표, 사명과 사역, 간구를 간단하게 표명하고 있지만 이것은 사실상 고신인이라면 누구나 내세울 수 있는 대의명분이다. 그래서 그 대의명분으로 무엇을 지향하는 모임이 될지는 아직 알 길이 없다. 다만 또 다른 하나의 ‘포럼’이 만들어진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미래포럼과 고신포럼이 비슷할 수도 다를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다른 점은 명칭이다. ‘미래’와 ‘고신’이라는 포럼의 명칭은 사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아마도 둘 다 주체가 지향하는 바를 표현한 명칭일 것이다. 하지만 ‘미래’는 일반 명사이고 ‘고신’은 고유 명사다. ‘미래’라는 단어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고신’이라는 단어를 아무나 사용할 수는 없다. 최소한 ‘고신’이라는 명사가 ‘대한예수교장로회’ 가운데 ‘고신’교회를 의미하는 한.
그렇다면 누군가 그 용어를 사용하고 싶다면 고신교회의 총회나 노회가 허락하거나 용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는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일부 고신 목사들이나 장로들의 사적이거나 비공식적인 모임이라면 ‘고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사적인 모임이나 조직에 ‘고신’이라는 명칭을 공적으로 붙일 때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고신’은 이미 고신교회를 의미하는 공적인 명칭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고신포럼’이란 명칭은 고신교회의 총회나 노회, 혹은 고신대학과 같은 공적 기관이 공적인 행사를 할 때 사용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 따라서 사적인 모임이나 조직을 위한 공식명칭으로는 합당해 보이지 않는다. 외부에서 볼 때 ‘고신포럼’이라는 용어는 고신이 공적으로 주최하는 대표성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의해야할 명칭이다. 그렇다면 고신교회의 총회나 노회, 혹은 여타 고신의 공적 기관이 주체가 아닌 단체가 그 용어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고신포럼 발기인 중 한 분으로부터 들은 얘기로는 ‘고신포럼’이 ‘보수’와 ‘개혁’ 가운데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그 둘을 아우르기 위한 모임이라 한다. 이 말을 액면가 그대로 평가한다면 ‘우리는 보수와 개혁이라는 정치적 그룹과 다른 보수적 개혁 혹은 개혁적 보수를 지향하는 정치집단이다!’라는 의미일 것이다. 한 마디로, ‘고신포럼’은 정치를 하기 위한 집단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더욱 ‘고신’이라는 명칭을 사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들이 앞으로 펼칠 정치가 비록 선할지라도!
총회임원 중에도 이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이 있다는 말도 들린다. 적극적인 참여 정도가 아니라 거의 모임의 주체라고도 한다. 만일 이 ‘고신포럼’에 현직 총회임원이 참여한다면 그것은 정말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총회임원은 개인이 아닌, 고신교회 전체를 위한 직임을 맡고 있는 반면에, ‘고신포럼’은 고신교회의 공적 모임이 아니라, 사적인 조직이기 때문이다.
물론 총회임원이라도 어떤 모임에 개인의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고신포럼’에 참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사적인 행보로 볼 수 없다. 왜냐하면 ‘고신포럼’은 이미 ‘발기’를 통해 고신교단의 일부 목사들로 구성된 사적인 모임의 공식출범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성향을 가진 모임이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총회를 앞두고 소위 말하는 개혁파, 보수파가 모여 선거에 나갈 사람을 급작스럽게 추천하곤 했는데 이런 공식적인 포럼을 통해 교회를 세우고자 하는 것은 긍정적인 차원에서 진일보한 모습으로 보인다. 교회 역시 정치를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칭은 별개로 하더라도 교회의 하나 됨을 무너뜨리는 파벌 조장과 세몰이의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디, ‘고신포럼’의 명칭보다는 다른 명칭으로 수정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총회임원이 참여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당부하고 싶다. 또한 이왕지사 창립된 포럼이라면 훌륭한 설립정신과 목적에 부합하는 활동으로 고신교회를 하나님의 말씀 위에 세워갈 수 있도록 견인차 역할을 잘 감당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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