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개정 초안 비평-
성희찬 목사
(작은빛 교회)
이번 헌법개정 초안을 보면 <예배지침>에서 ‘주일학교’를 삭제하고 이를 대신하여 ‘교회학교’로 수정한 것이 눈에 띈다. <예배지침>은 <교회정치>, <권징조례>와 함께 우리 헌법에서 <관리표준>에 속한다.
기존 <예배지침> 제9장은 <주일학교>라는 명칭 아래 제32조부터 39조까지 주일학교의 명칭, 주일학교 예배, 주일학교 편제, 주일학교 책임자, 주일학교 교사, 주일학교 교과서 등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번 총회헌법개정위원회(위원장 김세중 목사)가 공청회 용으로 초안을 담아 제작한 책자를 보면 비고란에 아무런 설명이나 언급 없이 ‘주일학교’를 ‘교회학교’로 고쳤다.
1. 교회학교, 주일학교 명칭을 각각 고집하는 이유
‘주일학교’를 ‘교회학교’로 수정한 이유가 무엇일까? 수정한 이유가 있을 텐데, 너무나 당연해서 비고란에 별다른 이유를 적시하지 않는 것일까?
그래도 그 이유를 추정할 수 있는 단서는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기존과 개정 초안을 서로 비교해보자:
기존 |
개정 초안 |
제32조(주일학교의 명칭) 교회에서 시행되는 각종 교육의 기관은 기독교의 전통과 국제관례에 따라 주일학교로 그 명칭을 통일한다. |
제37조(교회학교의 명칭) 교회에서 시행되는 교육기관은 세계기독교 역사와 우리 고신장로교회의 전통에 따라 교회학교로 칭한다 |
즉 기존 조항은 ‘주일학교’로 명칭을 통일하는 근거로 첫째, 기독교의 전통, 둘째, 국제관례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개정안 초안도 ‘교회학교’로 칭하는 근거를 제시하는데, 첫째, 세계기독교역사, 둘째, 고신장로교회의 전통이다.
주일학교인가? 교회학교인가? 두 명칭 모두 나름대로 먼저 제시하는 근거로 ‘기독교의 전통’ ‘세계기독교역사’가 나오는데, 필자가 이해하기에는 둘 다 같은 말로 보인다. ‘기독교의 전통’이나 ‘세계기독교역사’나 같은 것이 아닐까? 필자가 이해한 것이 맞다면 어떻게 같은 근거에서 서로 다른 명칭이 나오는 것일까? 참으로 아리송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두 명칭이 제시하는 두 번째 이유는 서로 다르다. 주일학교 명칭의 두 번째 근거는 국제관례이고, 교회학교 명칭의 두 번째 근거는 고신장로교회의 전통이다.
2. 고신장로교회의 전통은 과연 무엇이라고 말하고 있는가?
1) 종교교육부와 종교교육
고신 교회는 1952년 9월 제1회 총 노회에서부터 조선예수교장로회 총회 전통을 따라 ‘종교교육부’를 설치하였다. 종교교육부는 종교교육에 관한 일을 장리(掌理)하는 것이라고 하였다(총 노회 규칙 제24조).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 사회에서 ‘종교교육’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이 용어는 기독교적 배경에서 나왔기에 ‘신앙교육’ 혹은 ‘기독교 교육’을 뜻한다.[1]
2) 교회교육부와 교회 교육
그러다가 제16회 총회(1966년 9월)에서 종교교육부가 교회교육부로 개편된다. ‘교회 교육’이란 교회라는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신앙교육(기독교 교육)을 가리킨다. 종교교육보다 범위가 훨씬 좁은 개념이다. 종교교육부가 교회교육부로 개편된 배경을, 당시 한국교회에서 현실적으로 신앙(기독교)교육이 이루어지는 현장이 교회가 거의 유일하다는 점에서, 또 교회 교육이 당시 한국교회가 요청하는 기독교 교육의 일차적인 과제라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현실에서 종교교육은 곧 교회 교육이고, 교회 교육은 주일학교교육을 뜻했다. 다만, 교회 교육은 기독교교육과 구분하여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주일학교교육(교육과정 개발, 교과서 개발, 교사 교육 등)을 포함하여 교육 목회, 설교와 예배 등을 다루는 교육으로 조금 더 넓은 뜻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3) 교회교육연구회와 주교연구
‘교회 교육’이라는 말은 총회 종교교육부가 1964년 7월 제1회 전국 교회 교육 연구대회를 개최하면서 주제를 ‘교회 교육의 새로운 방향’으로 하였는데, 이때 이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1965년에는 고려신학교 안에서 자발적인 교회 교육 연구모임으로 교회 교육 연구회가 조직되었다. 이들은 교회 교육에 뜻을 둔 전도사들로 신학교 내에서 자신들의 교회 교육 사역의 발전을 위해 자발적인 연구 활동을 전개하고, 간행물을 내기까지 하였는데, 공교롭게도 그 간행물의 이름은 <주교연구>였다.[2] 이로써 적어도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것은 ‘교회 교육’이 ‘주일학교 교육’과 같이 병행되어 사용되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그들에게는 ‘교회 교육’이 곧 ‘주일학교 교육’이었다.
4) 총회 교회교육부가 총회 교육부로 편입되면서 ‘교재편찬분과’로 축소
한편 제16회 총회(1966년)에서 종교교육부가 교회교육부로 바뀐 후 이 교회교육부는 제26회 총회(1976년 9월)에서 교단발전연구위원회의 보고를 받고 신학교육부와 함께 ‘교육부’라는 새 명칭에 함께 속하게 된다. 즉 교육부는 신학 분과, 평신도분과, 교재편찬분과로 나뉘는데, ‘교재편찬분과’가 앞선 ‘종교교육,’ ‘교회 교육’을 대신하게 되었다. ‘종교교육’이 ‘교회 교육’으로 축소되더니 이제 다시 ‘교재편찬분과’로 국한된 것이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제28회 총회(1978년 9월)는 경기노회, 진주노회, 교육부(교재편찬위원회)의 건의를 받아 교회 교육을 전문적으로 관장하는 ‘총회 교육국’ 설치를 허락하였다.
5) 제30회 총회(1980년)에서 ‘교회학교’를 ‘주일학교’로 수정 결정
제29회 총회(1979년)는 1981년에 출판하게 될 제4차 헌법개정안을 계속 심의하던 중에 있었다. 이때 부산노회(노회장 전은상 목사)가 현재 ‘교회학교’ 명칭을 ‘주일학교’로 재론해서 명칭을 변경해달라는 청원을 총회에 하였다. 그러나 총회는 현행대로 ‘교회학교’로 사용하기로 결정한다.
부산노회(노회장 박정덕 목사)는 이에 굴하지 않고 제30회 총회(1980년)에 다시 ‘교회학교’를 ‘주일학교’로 명칭을 환원해 달라는 내용의 건의안을 올리게 된다. 이번에는 안건과 함께 이유서를 제출하는데 총회 회록에 세 페이지 분량으로 첨부되어 있다. 그 이유서의 참고자료로 김득용 교수의 <주교교육학>, 장윤철 번역의 <교회의 교육적 사명>, 성요한 목사의 조언이 적시되어 있다.
‘교회학교’를 ‘주일학교’로 수정하자는 이유서의 핵심으로 첫째, 현대주의 교파와 자유주의자들이 본래의 명칭인 ‘주일학교’ 대신 ‘교회학교’로 바꾸었다는 것과 둘째, ‘교회학교’라 하면 ‘교회에서 경영하는 일반 학교’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래서 이러한 ‘교회학교’ 명칭을 주일에 성경을 가르치는 ‘주일학교’와 같게 불리어질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런 이유로 “한국에서 보수와 개혁주의 주체세력이라고 자부하는 고려파가 신신학 전통 교회를 모방하여 아무 거리낌 없이 주일학교를 교회학교로 개명하여 부르는 것은 우스운 일이 아니라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기회에 교회학교 명칭을 주일학교로 환원하여 우리 교회 제2세 교육을 올바른 신앙의 전통 위에 세워 놓아야겠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3] 이에 총회는 결국 ‘교회학교’ 명칭을 ‘주일학교’로 수정하였다.
그렇게 해서 현재까지 우리 헌법(예배지침)은 ‘교회학교’가 아니라 ‘주일학교’ 명칭을 사용해왔다. 이러한 명칭의 변천 과정과 그 적합성 등을 따져볼 때 ‘고신장로교회의 전통’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교회학교인가? 주일학교인가? 필자는 솔직하게 어느 한쪽이라고 말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어쨌든 어느 쪽이든 성경이나 신앙고백서가 아니라, 모두 역사와 전통, 관례에 근거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사안을 조금 여유롭게 대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런데도 헌법개정위원회의 초안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주일학교’를 ‘교회학교’로 수정하는 둘째 근거로 ‘고신장로교회의 전통’을 제시하고 있다. 정말 ‘고신장로교회의 전통’이 ‘주일학교’에서 수정해야 할 만큼 ‘교회학교’임을 확신하고 있는 것일까?
3. ‘주일학교’를 ‘교회학교’로 수정한 이번 개정 초안의 진짜 문제점은 무엇일까?
이번 헌법개정 초안에서 아무런 설명과 해설 없이 ‘고신장로교회의 전통’임을 내세우며 ‘주일학교’를 ‘교회학교’로 수정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필자는 이번 개정 초안의 문제점은 단순하게 교회학교인가? 주일학교인가?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자체만 보면 앞서 본 것처럼 주일학교는 곧 교회학교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둘 다 고신교회의 전통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이번 개정 초안의 진짜 문제점은 어디에 있을까? 헌법 조항을 개정하면서 적어도 그 조항이 담고 있거나 그 조항 배후에 있는 역사적 배경이나 그 조항의 개정 역사와 변천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닐까?
이러한 문제점은 사실 헌법개정 초안 전반에서 볼 수 있다. 간단한 실례를 하나 들면 헌법개정 초안은 이번에 교리표준 중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34장 35장을 삭제하는 안을 제시하였다. 우리가 아는 대로 34장 35장은 나중에 미국 장로교회에서 첨가한 것이며, 교리적으로 다소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 총회는 일찍이 34장, 35장을 추가로 채택하기로 결정하였고, 이후에 총회가 채택한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의 보고서에도 34장 35장 문제는 시간을 두고 논의할 문제라고 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헌법개정위원회는 적어도 34장, 35장 문제를 두고 이러한 역사적 문맥과 개정 역사를 충분히 주지한 가운데 해명을 내놓아야 했다.
주일학교인가? 교회학교인가? 어떤 사람에게는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우스꽝스러울지 모르나, 위에서 간략하게 본 대로 상당수 사람에게는 진지한 문제였고 그리고 총회는 공적으로 결정했다. 그런데도 헌법개정위원회가 해당 조항의 역사적 문맥과 총회의 결정 역사를 면밀하게 살피지 않고 아무런 해설 없이 ‘주일학교’를 ‘교회학교’로 수정하자고 말한다면 이는 역사의 무게 앞에 너무나 가벼운 행동을 보인 것이 아닐까?
진짜 중요한 문제는 교회학교인가, 주일학교인가 어느 한쪽을 선택하고 다른 한쪽을 버리는 것에 있지 않다. 헌법 조항을 수정할 때 적어도 조항 배후에 있는 역사적 배경이나 그 조항의 개정 역사와 변천을 우선 살피지 않은 점이 진짜 문제다.
물론 조항의 배경이 되는 역사적 문맥만 아니라 현대적 상황이나 목회적 유익도 고려해야 하고, 나아가 신학적 맥락, 다른 표준문서와의 조화 등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1] ‘종교교육학’은 기독교적 배경에서 교육학이 신학으로부터 해방되는 과정에서 탄생한 것으로, 신학과 교육학 사이에 독자적인 학문 체계로 자리를 잡았다.
[2] 나삼진, “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교육의 역사,” 개혁주의 기독교교육의 새로운 지평: 고신총회설립60주년 기념 교육논문집, 서울: 생명의 양식, 2012, 23.
[3] 제30회 총회회록, 136-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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