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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주기, 심히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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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경 목사
온생명교회 담임목사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한 것일까?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되었는데도 세월호는 여전히 진행중이니 말이다. 아직도 그 진실이 제대로 드러난 것이 없으니 말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골든타임을 놓쳐왔다. 그동안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애써 잊으려고 한 것이 아닐까? 세월호는 우리 사회의 전근대성과 야만성을 숨길 수 없이 분명하게 드러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무언가를 가리기에 여념이 없지 않은가? 그런 것에 발목잡혀 우리 경제회생의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하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경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는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완악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 참사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런 참사 이후에도 우리 사회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이다. 도대체 얼마나 더 큰 희생을 치루어야 우리가 바뀔 것인가?


세월호 1주기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구호만 남발하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거대한 변화를 말하기 전에 작지만 확실한 변화를 우리의 일상에서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유가족들은 지옥을 경험했기에 그들의 미움과 분노를 이상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신앙이 있다고 그 미움과 분노가 쉽게 가라앉겠는가? 세월호 유가족들은 오직 한 가지, 자기들 자식이 왜 죽었는지 알고 싶어할 것이다. 유가족들이 거액의 보상금을 요구한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것이야말로 유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그들도 사람인지라 돈에 대한 유혹이 문득 문득 일어날 때마다 죽은 자식들에게 얼마나 큰 죄책감이 들겠는가? 이런 마음을 부추기기라도 하듯 정부가 서둘러 시행령을 만들어 유가족들에게 매달 생활비를 지급하겠다고 나섰다. 바닷속에는 아직까지도 찾지 못한 시신 9구가 있고, 세월호 인양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돈으로 입을 다물게 하려는 것이야말로 유가족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자기 욕심에 사로잡힌 특정 이단이 일으킨 문제라고 치부해서는 안된다. 그런 이단을 양산한 것이 정통기독교회가 아닌지 물어야 할 것이다. 인류역사상 일어난 수많은 분파운동과 혁명운동들은 정통교회에 대한 반작용이었으니 말이다. 몇몇 대형교회가 문제라고 몰아가서는 안된다. 작은 교회들도 생존에 골몰하면서 대형교회들만큼이나 더 대형병에 걸려가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주님의 말씀을 어느 듯 외면하고 있으니 말이다. 교회를 최단기간에 수 천 명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유혹하는 세미나들과 매주 설교할 맞춤식 영상설교를 제공하겠다는 문자가 수시로 오는 것을 보면(그들이 메일주소와 전화번호를 어떻게 확보했는지도 의문이다) 교회를 향한 세상의 유혹은 여전하다. 그런 편의주의와 성공지상주의가 세월호 참사의 주범이었는데 말이다.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값싼 은혜에 매달려 있었던 모습을 회개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이들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신자 개개인이 좋은 이웃이 되어 세월호 유가족들 곁에 있어 주어야 할 것이다. 아무 말 하지 않아도 그들 곁에 있어 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위안이 될 수 있다. 교회는 선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강도만난 자의 이웃이 되어야 하겠고, 두려움과 분노, 냉소와 질시에 가득 차 있는 이들을 향해 사람이 정말 소망없는 죄인들이며, 그런 죄인들을 위해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셨다는 것을 온 몸으로 증거해야 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에게는 부활신앙이 필요하다. 세월호 1주기가 되도록 우리가 한 것이 아무 것도 없어서 심히 부끄러울 따름이지만 그런 절망감에 사로잡힌 우리 자신을 위해서라도 그리스도의 부활로 위로를 주고 받아야 할 것이다. 어떤 절망가운데서도 소망을 잃지 말자는 말을 주고 받아야 하겠다. 그리스도를 부활시키신 성령의 능력은 전혀 예상치 않은 곳에서, 전혀 예상지 않은 죄인들에게 역사하신다는 것을 믿는 것이야말로 부활신앙이지 않겠는가!


세월호 유가족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가슴속에 난 생채기가 치유되기 위해서 참으로 많은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가 냉소와 허무주의에 사로잡혀서는 안될 것이다. 이런 일은 늘 있어 왔다고, 너무 호들갑을 떨어대어서는 안된다고 심드렁하게 말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번 기회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뼈아픈 과거를 되도록 빨리 잊으려는 개인이나 민족은 망할 수밖에 없다. 세월이 해결해 준다고 말해서는 안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미 늦었다고, 이미 다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힘들다고 할지라도 진실을 밝히는 싸움, 치유를 도모하는 분투를 중단해서는 안된다. 2, 3의 세월호가 생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기성세대들이 자녀 세대로부터 버림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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