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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획기사는 '총회상정안건 분석'입니다. 장로교회는 목사와 장로로 구성된 치리회를 통한 다스림을 교회정치원리로 가지고 있습니다. 당회와 노회와 총회는 그리스도의 다스림을 잘 구현해야 합니다. 상설치리회는 아니지만 가장 넓은 치리회인 총회는 교리, 예배, 치리에 있어서 상정된 안건을 다루고 결정하므로 교회의 하나됨을 구현할 뿐만 아니라 세상을 향해 교회다움을 드러냅니다. 올해 제69회 고신총회에 상정된 안건들 중 중요하다 싶은 것들을 다루어 봅니다. 총회의 논의과정이 성경적이기를 바라고, 그 결정이 노회와 지역교회가 흔쾌하게 받을 수 있는 것이 되기를 바랍니다.        - 편집자 주

 

 

은퇴목사의 회원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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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 교수

(고려신학대학원)

 

 

   2019년 총회에 올라온 안건 중에 은퇴목사의 회원권 축소에 관한 것이 있다. 경기중부노회(신동섭 목사)에서 올라 온 것인데 안건에 대한 제안 설명은 다음과 같다.

 

각 노회마다 은퇴목사의 숫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므로 교회정치 제5장 43조를 개정하여 은퇴목사의 투표권을 삭제하고 언권회원으로 변경해주실 것을 상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주제에 대하여 글을 쓰는 것은 매우 부담스럽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문화에서 잘못하면 이런 논의 자체가 은퇴하신 목사들을 무시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퇴 목사 개인들에 대한 관계와 은퇴목사 제도 자체에 대한 논의는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 어렵고 부담스러운 문제일수록 공적으로 논의하는 성숙한 문화가 교회 안에서 정착되어야 교회가 건강해질 수 있다.

 

   이 문제는 여러 해 전에 이미 다룬 적이 있었다. 그때 적지 않은 은퇴 목사들이 이 안건에 대하여 총회 전부터 여러 방식으로 반대의 의견을 표시하였다. 아무래도 안건이 미묘하다보니 본회에서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지지는 못하였다. 왜 이 안건이 올라왔는지 다 아니까 바로 투표로 가자는 의견이 많았다. 총회장은 결정을 바로 앞두고 비록 총회 회원은 아니지만 전임 총회장 중 한 명에게 발언권을 허락하였다. 발언권을 얻은 목사는 앞에 나아가서 아주 간단하게 은퇴 목사들의 견해를 정리해서 발표했는데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은 명언을 하였다. “이곳과 그곳이 그렇게 멀지 않습니다.” 이 발언은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그때 총회장은 반대 의견도 발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허락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투표 결과 은퇴 목사의 투표권 제한은 부결되고 말았다. 하지만 투표권을 제한하자는 의견도 예상외로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이번에는 투표권 제한이 통과될 가능성이 이전보다는 높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하지만 그때 장로 총대들은 이 안건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었는데 만약 이 안건의 내용을 제대로 알았다면 그때 통과되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와 같은 안건이 거듭 올라오게 된 것은 은퇴 목사들(일부라 할지라도)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만약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투표권을 정말 노회를 위해서 잘 사용하였다면 왜 이와 같은 안건이 올라오겠는가? 이와 같은 안건이 올라온 가장 큰 이유는 은퇴 목사들이 투표권을 통해 노회에서 봉사나 섬김보다는 자신들의 힘이나 권익을 지키고 강화하는데 사용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은퇴 목사가 무슨 힘이 있는가라고 말할 지도 모른다. 물론 은퇴 목사 수 자체는 일반적으로 그렇게 많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제안 설명에 나와 있듯이 은퇴 목사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은퇴 목사의 표는 아주 강하게 결집되는 현상이 있다. 그러다 보니 노회에서 수에 비해서 적지 않은 힘을 행사한다. 실제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수도권의 일부 노회는 은퇴 목사들이 대부분 떠나고 난 이후에 제일 마지막에 총대나 노회 임원을 선출하기도 한다. 또한 어떤 노회에서는 은퇴 목사들을 위해서 무려 600만원이나 되는 신설예산을 아무런 토의도 없이 통과시키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 노회는 평소에 겨우 몇 십 만원 예산 증액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했던 노회였다.

   은퇴 목사들의 수가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은퇴 목사회가 구성되고 그 이후에 회장이 선출되면 노회원들이 은퇴목사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서 은퇴 목사회 회장이 후배 목사들에게 전화 걸어서 어떤 부탁을 하면 그 부탁을 거절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노회 임원이나 총대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그런 모임을 활용하기도 한다. 최소한 그들의 눈에 나지 않도록 조심을 하게 된다. 적어도 은퇴목사에 대한 안건에 대해서 아무 언급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지금까지 은퇴목사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은퇴 목사의 경험이나 지혜가 정말로 귀하니 그것들을 노회들을 위해서 잘 사용하자는 것이 대표적인 주장이다. 하지만 그것은 언권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실현시킬 수 있다. 물론 결의권이 없는 언권은 그 힘이 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말 모든 회원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설득력 있는 견해를 제시하여 노회를 섬기도록 하면 된다.

   은퇴 목사에게 투표권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한 핵심적인 이유는 직무와 관련되어 있다. 은퇴 목사란 자신에게 주어진 직무에서 벗어난 사람이다. 그렇다면 형식상으로 볼 때 무임목사와 동일한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같은 회원이지만 무임목사에게 회원권을 제한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그가 직무를 수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의무와 권리가 비례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따라서 은퇴목사에게도 언권만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현재 고신총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한국 장로교회들은 은퇴목사에게 언권만 허락하고 있다.

   결국 이 안건이 통과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은퇴 목사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교회를 바로 세우는 것인지에 대해서 총회에서 총대들이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은퇴 목사의 예우에 대한 문제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이 문제는 투표권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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