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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하지와 제임스 쏜웰의 장로직을 둘러싼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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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찬 목사

(작은빛 교회)

 

 

 

   우리나라 장로교회는 초창기 미국의 장로교회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특히 장로 직분과 관련하여 받은 영향은 지금도 한국 장로교회 여러 교단이 가진 헌법의 교회정치 여러 조항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1880년 중반 우리나라에 선교사를 처음 파송한 당시 미국 장로교회는 하나의 장로교회가 아니라 북 장로교회와 남 장로교회로 나뉘어 있었다. 특별히 북 장로교회와 남 장로교회, 양 교회는 1840-1861년 사이에 약 20년 동안 장로 직분을 두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이 논쟁에서 찰스 하지(Charles Hodge, 1797-1878)가 미국 북 장로교회의 대표자라면 제임스 쏜웰(James. H. Thornwell, 1812-1862)은 미국 남 장로교회의 대표자였다. 두 사람 모두 교리적으로는 칼빈주의를 따르는 개혁주의 신학자였지만 교회정치 만큼은 서로 의견이 달랐다. 예를 들면 장로를 교인의 대표로 보는 것은 미국 북 장로교회의 대표적인 견해이고, 반면 미국 남 장로교회는 장로가 노회의 회원이기에 목사 임직식에서 안수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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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장로교회, 호주 장로교회와 함께 초창기 한국에 온 내한 선교사들에는 미국 북 장로교회는 물론 미국 남 장로교회 출신 선교사들도 함께 있었다. 바로 이들이 우리 장로교회의 헌법 중에서 교회정치를 함께 작성하였다. 양 교회가 벌인 장로직 논쟁의 열기가 아직 채 식기 전인 1880년 중반부터 양 교회가 파송한 선교사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교회를 세우고 신학교를 세우고 가르치고 교회정치를 작성하고 노회를 세웠다. 그러니 한국장로교회의 헌법 교회정치에서 두 교회가 끼친 영향을 볼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지금 21세기를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국교회가 약 150년 전에 일어난 해묵은 미국 장로교회의 장로직 논쟁을 뜬금없이 살피는 이유가 무엇일까? 지금도 그 논쟁이 끼친 영향이 우리에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한국 장로교회 중에서 예장통합 총회의 오랜 논란거리 가운데 하나는 장로 노회장의 목사 안수 문제이다. 통합 교회는 매년 10명 안팎의 장로 노회장이 나오는데, 일부 장로 노회장들은 노회장으로서 노회에 위임한 공적 목사 안수에 참여하는 것이 문제없다고 주장하고 이에 반해 목사 후보생들은 장로에게 안수를 받을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장로 노회장의 목사 안수 문제를 10년 이상 끌어오고 있다. 장로를 노회장으로 세우면서도 정작 노회에 위임한 목사 안수식에서는 장로 노회장이 참여하지 못하게 만드는 이상한 일이 생긴 것은 미국 장로교회 역사에서 북 장로교회와 남 장로교회가 장로직을 두고 펼친 논쟁을 이해하지 않고는 납득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교회에 과제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 우리 헌법 교회정치에서 적어도 장로 직분과 관련해서 양 교회가 우리에게 끼친 영향을 식별하는 것은 물론, 그리고 이를 가지고 다시 성경과 우리 신앙고백으로 돌아가서 바른 평가를 내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일차적으로 19세기 중반 약 20년 동안 미국 장로교회에 있었던 장로직 논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본 글은 이 논쟁을 간략하게 살피는 것으로 시작한다.

 

 

역사적 배경

 

   미국 장로교회에서 장로 직분을 두고 북 장로교회와 남 장로교회, 찰스 하지와 제임스 쏜웰 사이의 논쟁은 초창기 미국 장로교회 역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17세기에 영국의 회중주의자들(회중정치를 신봉하는 자들)과 스코틀랜드 장로회주의자(장로회정치를 신봉하는 자들)들이 각각 신세계에 식민지를 건설하게 되는데, 회중주의자들은 뉴잉글랜드에 장로회주의자들은 뉴저지 등에 정착하였다. 그러나 인구가 늘면서 두 그룹은 북부 오하이오와 서부 뉴욕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 지역에서 서로 만나게 된다. 두 그룹은 교리적으로는 모두 칼빈주의이지만 교회정치에서는 서로 달랐다. 그러나 이때는 어느 정도 자기들의 입장을 서로 수정할 수 있었다. 특별히 장로회주의자 가운데는 수정된 회중주의에 대해 공감하는 자들이 점점 늘어 갔다. 그래서 마침내 1801년에 장로회 총회와 코네티컷 회중주의협회가 서로 협력하는 소위 <통합 계획>(Plan of Union)이 이루어진다. 바로 여기서 장로회적-회중정치 혹은 회중적-장로회 정치 체제라는 용어가 나왔다. 이로 인해 장로교회는 크게 성장하지만 장로회 정치 원리는 차츰 약하게 되어 갔다.

   한편 서부 진출을 위해 장로교회가 회중교회와 협력하면서 생긴 문제 가운데 하나는 요나단 에드워즈와 뉴헤이븐 등이 중심이 된 신(新)학파의 사색 신학이 장로교회 안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당장 장로교회 안에서 두 가지 학파와 흐름이 서로 충돌을 일으켰다. 구(舊)학파는 신앙고백과 장로회 정치 원리에 충실하기를 원했지만 신(新)학파는 이 둘에 무관심하였다.

   결국 1834-36년 총회에서 신학파가 우위를 점하여 교리적 오류를 관용하게 되고 장로교회는 정체성의 위기를 맞는다. 이때 프린스턴 신학교의 초기 교수 일부(Archibald Alexander, Samuel Miller)가 구학파에 적극 가담하면서 전세가 역전되어 1837년 총회에서는 구학파가 다수를 차지하게 되고 이로써 1801년에 결정하여 37년 동안 유지해 온 회중교회와의 통합안을 폐기하고 이로써 구학파는 장로교회의 정체를 회복하였다.

   그러나 통합안이 폐기되었다고 해서 장로교회 안에 일어난 논쟁이 종식된 것은 아니었다. 논쟁 한가운데 있는 것이 바로 장로 직분에 관한 것이었다. 1843년 총회가 결정한 두 가지는 장로 직분의 원리에 대한 갈등으로 이어졌다. 첫째는 안수의 문제이고 둘째는 노회 개회 성수 건이었다. 즉 총회는 목사 임직 시 장로가 안수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하였고, 목사 3인으로도 노회가 개회되도록 결정하였다.

   이 결정에 대해 당장 로버트 브레킨리지(Breckinridge)와 제임스 쏜웰은 이의를 제기하고 교회에서 장로의 합법적인 권리를 옹호하였다. 이 논쟁이 계속되면서 찰스 하지와 제임스 쏜웰이 각각 온건한 장로회주의자들과 보수적인 장로회주의자들의 대변인으로서 인식되고, 위 두 사람은 지리적으로도 구별되는 그룹의 지도자로 인식되었다. 즉 하지의 견해를 따르는 교회는 주로 북부 지역에 있는 것에 비해 쏜웰을 따르는 교회는 주로 남부 지역에 있었기 때문이다. 위 논쟁은 거의 20년 이상 이어졌다(1840-1861년). 1861년 4월 미국의 남북 전쟁이 일어날 때까지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이렇게 해서 미국 장로교회는 분열하고 말았다(Presbyterian Church in the United States, PCUS/Presbyterian Church in the U.S.A, PCUSA).

 

 

장로직과 관련하여 논점 비교

 

1) 찰스 하지(당대 북 장로교회를 대표)

 

첫째, 성경에 나오는 ‘장로’(presbyter)는 목사를 가리키며, 지금 교회의 ‘장로’(elder)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하지는 우선 신약성경 목회서신에서 나오는 ‘장로’는 ‘감독’으로 불리는데 이는 말씀의 사역자인 목사를 가리킨다고 하였다. 이를 위해 하지는 우선 성경에 호소하는데 성경에서 장로와 감독이 동의어라고 주장하였다. 또 감독은 교사인데 그래서 장로가 교사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서 개혁가 칼빈의 <기독교강요> 제4권 3장 8절을 언급하면서 칼빈도 장로와 감독의 구별을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또 하지는 이 목사를 가리키는 장로가 최상의 항존 직원인데, 그 이유는 복음의 설교와 교회의 확장과 같은 가장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이 직분은 회중의 권위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권위로 세워진 직분이라고 하였다.

 

둘째, 그런데 장로는 교회의 교인을 대표하는 자이다.

   하지는 먼저 교회는 성령께서 내주하시는 신자들의 교제요 공동체라고 하였다. 그래서 교회의 권한은 교회에 속한 교인에게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바로 이들을 대변하는 자가 바로 장로라고 하였다.

 

셋째, 따라서 장로는 목사가 임직할 때 안수할 권리가 없다.

   하지는 장로의 권한은 교인을 대변하는 것에서 나온다고 하였다. 이 점에서 목사가 임직할 때 안수에 참여할 권한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 장로교회 헌법을 만든 사람들은 장로에게 이러한 권한을 주지 않았고, 그래서 장로에게는 행정적인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노회는 최상의 항존 직원들로 구성된 곳이지, 파송된 장로들은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목사 3인만 있어도 노회가 개회될 수 있다고 하였다.

 

넷째, 목사는 성직자이며 장로는 평신도이다.

   결국 하지의 견해를 따르면 목사와 장로의 관계는 성직자와 평신도로 대조되는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장로회 정치의 특징은 교구를 중심으로 하는 감독 정치라고 말하였다.

 

 

2) 제임스 쏜웰(당대 남 장로교회를 대표)

 

   첫째, 교회의 ‘장로’(elder)는 교인의 대표가 아니라 성경에 나오는 ‘장로’(presbyter)이다.

 

   쏜웰은 장로를 교인의 대표라고 보는 민주주의적인 사고를 근본적으로 거부한다. 장로 역시 주님이 친히 제정한 직분이라고 하였다. 하지가 주장하는 것처럼 교인을 대변하여 파송되는 총대가 아니라 회중에 의해 선출된 ‘다스리는 자’라고 하였다. 그리고 목사와 장로 직분은 직무와 기능에서 다를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목사와 장로를 성직자와 평신도로 구별하는 것을 배격하고 단지 ‘질서’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하였다. 장로는 신약성경에 나오는 장로‘(presbyter)와 같은 것이며, 말씀을 설교하는 것도 장로 직분의 부가적인 기능이라고 하였다. 본래 ’장로‘(presbyter)의 기능은 설교가 아니라 ‘정치’ ‘다스림’에 있다고 하였다. 쏜웰은 하지가 근거로 제시한 칼빈의 <기독교강요>를 언급하면서 칼빈의 견해를 따르면 ‘장로’(presbyter)는 곧 다스리는 ‘장로’(elder)라고 하였다. 그 근거로 그는 칼빈이 쓴 다음 성경의 주석을 제시하였다(야고보 5:15, 베드로전서 1:1, 디모데전서 5:17, 고린도전서 12:28).

 

   둘째, 장로는 목사 임직 시 안수할 권리가 있다. 목사 임직과 안수가 치리회에 속한 공적 일이기에 치리회 회원으로 하는 것이다.

 

   쏜웰은 장로가 목사의 임직식에서 안수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보았다. 안수는 임직식에서 한 순서에 불과하며, 천주교처럼 특별한 은사를 나누는 시간이 아니며, 성직자라는 지위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임직은 단지 주님께서 이 직분으로 부르신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나아가 임직은 치리회에 속한 것으로 치리회의 공적 직무이며 장로도 이 일에 거부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쏜웰은 권한의 위임, 권한 수여, 직분의 위임은 근본적으로 감독 정치에 속한 일이라고 하였다. 그는 고대교회에서도 장로가 목사 안수에 참여하였다고 하였다.

 

셋째, 노회의 개회 성수를 위해 목사뿐 아니라 장로가 있어야 한다.

   1843년 총회가 목사 3인으로도 노회가 개회 성수 요건이 된다고 결정하였는데, 쏜웰은 이 결정을 논박하였다. 목사로만 구성되는 노회는 완벽한 노회가 아니라 절반의 노회라고 하였다.

   

 

3. 장로직 논쟁과 한국장로교회

 

   하지와 쏜웰, 미국 북 장로교회와 남 장로교회 사이에 있었던 장로직 논쟁은 한국장로교회 초창기 <교회정치>에 양 주장이 혼재된 상태로 무비판적으로 도입되었다. 그래서 우리 헌법 교회정치 일부 조항에서는 양측의 모순되는 견해가 그대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조선예수교장로회의 1922년 『교회정치』를 보면 1907년 최초의 『교회정치』처럼 교회에 영존할 교회직원 즉 항존 직원은 성경에 근거하여 오직 두 종류, 장로(감독)과 집사가 있다고 하였다. 또 장로는 두 종류가 있는데 곧 목사와 교인의 대표자인 장로로 구분하였다:

 

“교회에 항존불폐할 직임은 여좌하니, 장로(감독)와 집사라. 장로는 둘이 있으니 (1) 강도함과 치리함을 겸한 자를 목사라 칭하고, (2) 치리만 하난 자를 장로라 칭하나니 이는 회원의 대표자라. 이 두 직은 성찬 참예하는 남자라야 피택되나니라”(제3장 교회직임 2조 교회에 영존할 직임)

 

   곽안련 선교사는 당시 신학잡지인 <신학지남>에 실은 글에서 1919년 총회에서 투표하여 결정할 것으로 예상하는 새로운 『교회정치』에서 교회직원에 대해 이미 해설한 적이 있는데, 즉 사도시대 교회직원은 사도, 전도사, 감독(혹 목사, 교사, 장로), 집사이나 이 시대에 사도는 아주 없어졌고 설립된 교회에서는 전도사(선교사)가 없어졌고, 그래서 교회에 영존할 직원은 감독과 집사라고 하였다. 이는 1907년 『교회정치』 내용과 동일하다. 그런데 항존 직원을 감독, 집사 둘로 본 것은 전통적으로 미국 남 장로교회 입장이다. 왜냐하면 지금의 목사와 장로는 모두 함께 ‘감독’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는 항존 직원을 셋으로 구분한 미국 북 장로교회 입장과 크게 차이가 난다. 왜냐하면 북 장로교회에서 목사는 감독으로 부르는 성직자이지만 장로는 교인의 대표로서 교인이기 때문에 남 장로교회처럼 목사와 장로를 함께 ‘감독’으로 묶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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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문제는 곽안련 선교사가 자신이 미국 북 장로교회 선교사로서 미국 북 장로교회 교회정치를 그대로 반영한 J.A Hodge의 책, 『교회정치문답조례』(1917년)를 직접 번역하여 출간한 것과 그리고 이 책을 조선예수교장로회가 참고서로 채택(1919년)한 데 있다. 『교회정치문답조례』 제55문답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예수께서 재림하실 시까지 계속 존재할 직분은 무엇이뇨? 예수께서 재림하실 시까지 계속 존재할 직분은 셋이니 목사 장로 집사니라.”

 

즉 『교회정치문답조례』는 항존 직원으로서 목사, 장로, 집사를 모두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교회직원의 구분과 장로직 등을 두고 교과서 격에 해당하는 『교회정치』와 참고서 격에 해당하는 『교회정치문답조례』가 서로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충돌은 지금까지 한국교회에서 내려오고 있다. 더구나 교과서를 만드는 일을 주도한 자가 동시에 참고서를 썼는데(곽안련 선교사) 어떤 부분에서는 두 책 내용이 서로 상충한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가 있다.

 

   한 가지 더 실례를 본다면 1922년 『교회정치』는 제4장 목사 제1조 목사의 직임에서 “목사는 노회의 안수함으로 장립함을 받아”라고 하였다. 또 제15장 목사급 선교사 임직 제14조 안수예식을 보면 “회장은 사도의 규례에 의하여 기도와 노회의 안수로 엄숙히 증인을 세워서 목사의 직을 임하고”라고 하였고 또 “기도를 필한 후 기립하여 회장이 제 회원이 순사 악수하고..”라고 하였다. 여기에는 장로 회원이 배제된다는 문구를 찾아볼 수 없다. 이는 교회정치문답조례 제567문답과 내용과 분명하게 상치된다. 본 문답은 “누가 (목사의) 장립 시에 안수하느뇨”라고 묻고 있고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본 노회 목사들이나 혹 언권 방청으로 참여하는 목사가 하느니라. 미국 남 장로교회 중에서는 치리 장로들도 목사 장립 시에 안수하나 타 장로회에서는 목사라야 안수하느니라.”

 

   교과서인 1922년 『교회정치』와 1919년 총회 참고서로 채택된 『교회정치문답조례』가 서로 충돌하는 다른 실례를 들면 노회 개회 성수에 대한 것이다. 1922년 『교회정치』는 제10장(노회) 제6조 노회성수에서 목사 3인 이상과 장로 2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교회정치문답조례』 제291문답은 “목사 3인만 출석하면 장로의 출석은 다소를 불허하고 개회할 성수가 되고 심지어 모든 장로가 다 불참할지라도 개회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곽안련 선교사는 이 문답에서 개인 논평을 하여 “조선교회는 미국 남 장로교회처럼 장로 1인 이상, 목사 3인 이상이 된다”고 적시하였다.

 

   한국장로교회의 헌법 교회정치와 교회정치문답조례에 나타난 이러한 상충은 결국 지금까지 노회와 총회에서 목사와 장로 사이의 긴장에 일부 원인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점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당시 미국 선교사들이 앞서 자신이 속한 장로교회 역사에서 특히 교회정치 분야에서 일어난 이러한 차이와 논쟁을 충분히 알고서 교회정치 작성에 임하였다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장로교회를 세우기 위해서는 신경과 함께 교회정치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금 우리에게 깨우쳐 주며, 교회 일선에 있는 목회자와 직분자는 물론 특히 선교지에서 교회를 개척하는 선교사들에게도 교회정치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중차대한가를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4. 평가 및 결론

 

   1) 두 사람 모두 비록 그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을 가졌으나 ‘장로’(presbyter)와 ‘감독’(episkopos)은 같은 직분이라는 것, 장로(presbyter)와 목사가 같은 직분이라는 것, 두 직분이 그리스도의 교회를 위한 영적인 목양자라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위 두 사람의 논쟁은 웨스트민스터 총회(1643-1649)가 장로를 항존 직원으로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은 점, 더욱이 두 사람 모두 칼빈을 그 근거로 제시하지만, 칼빈 또한 다스리는 장로의 기원에 대한 성경적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즉 칼빈은 목회서신이 아니라 로마서 12장과 고린도전서 12장의 ‘다스리는 자’에서 찾기 때문이다. 하지는 오직 목사만 성경에 나오는 ‘장로’(presbyter)라고 하였지만, 고전 그리스어에서 ‘감독’은 교사가 아니라 통치를 맡은 자를 가리킨다. 장로를 감독이라고 한 것은 감독이라는 말이 그리스도의 교회 유익을 위한 영적인, 목양적인 돌봄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2) 목사와 장로를 성직자와 평신도로 비교할 수 있을까? 목사와 장로를 성직자와 평신도로 대조하여 비교하는 하지의 주장은 비성경적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목사는 최상의 항존 직원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성경과 개혁주의 신학은 직분 간의 동등을 말한다. 교회의 직분은 모두 무엇보다 그리스도의 종이다. 고유한 직무와 기능 때문에 직분이 서로 구별된다고 할지라도 직분의 동등성은 유지되어야 한다. 모든 교회 직분은 교회를 불러 모으고 지키고 보전하는 그리스도의 사역을 위해 제정되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직분을 통해 그리스도는 제사장 선지자 왕의 삼중 직을 수행하신다. 따라서 부르심과 기능에서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질서와 지위에 관련해서는 차이가 있을 수 없다.

하지가 교구의 감독 정치가 장로회 정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보았으나 이는 성경적인 지지를 받지 않는다.

 

   3) 장로를 ‘교인의 대표자’로 보는 것은 민주주의 정치원리에서 나온 세속적인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장로는 그리스도의 종의 위치에서 회중을 다스리고 돌보기에 한편으로는 그리스도를 대변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리스도의 몸인 회중을 대변한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기에 세속 정치와 교회정치가 어느 정도까지는 비교될 수 있다. 그러나 동일시하는 것은 신중하게 피해야 한다.

 

   4) 하지는 목사는 하나님의 법에 따른 성직자이고 장로는 교인의 대표자로서 평신도로 보았으나 이는 교회 역사 과정에서 야기된 오류로서 이해해야 한다. 실제로 이러한 직분의 대비는 교회 안에서 분열을 가져왔다.

   교회에서 직분들은 결코 서로 반립적으로 대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어느 한 직분이 다른 직분에 종속될 수 없다(마태복음 23:8, 20:25-28). 직분을 서로 대비하도록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일 뿐 아니라 교회 연합에도 큰 폐해를 준다.

 

   5) 안수와 관련된 장로의 권한: 하지는 장로들은 안수와 관련해서 목사 임직에 참여할 권한이 없다는 견해를 가졌으나 쏜웰은 이와 정반대의 견해를 주장하였다. 사실 성경은 안수가 개인이 아니라 직분자 모두에게 함께 주어졌음을 분명하게 증거하고 있다(사도행전 6:6, 13:3, 디모데전서 4:14, 디모데후서 1:6). 또 교회 직분의 임직은 직분의 이양이라기보다 직분으로의 부르심을 확증하는 것으로서 여기서 안수는 임직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될 수 없으며 직분으로 엄숙한 시작과 공적인 인정을 가리킨다.

 

   6) 노회의 개회 성수: 하지는 목사만을 노회 회원으로 보았다. 이러한 견해는 장로 직분에서 가장 중요한 권리를 박탈하는 것과 같다. 장로직은 본래 목사를 돕기 위해서 세워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회중을 인도하고 다스리는 직분으로 세워졌다(사도행전 20:28, 디모데전서 5:17, 디도서 1:5-9). 장로는 처음부터 초대교회의 교회생활에서 중요한 회의에 참여했다(사도행전 15:6). 장로들은 개별적인 직분자로서 제각기 권위를 행사하는 자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하나의 회를 이룬다(디모데전서 4:14). 비록 교회 역사에서 노회보다 더 큰 치리회(대회, 총회)가 생겨나기는 했지만 여기에는 목사는 물론 장로도 포함되는 것이 성경적 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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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측의 교회법 안재경 목사 (온생명교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은 한국의 대표적인 장로교회다. 2022년(108회기) 기준 9,476개 교회, 목사수 22,180명, 장로수 34,715명, 세례교인수는 1,602,398명, 전체교인수는 2,302,682명이다. 통...
    Date2024.01.12 By개혁정론 Views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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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개정헌법,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6] 강도사 교육, 노회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2023년 7월 개정헌법이 공포되었다. 개체교회, 노회, 총회는 새로이 개정된 헌법을 적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헌법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개혁정론은 예배, 시편찬송, 미혼자 임직, 명예직, 시찰, 교회직원의 윤리 문제 등 새로운 헌법을 어떻게 적용해야 ...
    Date2024.01.09 By개혁정론 Views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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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교회법에 대해 알아야 할 7가지] 초창기 한국장로교회(1884년-1945년)의 교회법

    초창기 한국장로교회(1884년-1945년)의 교회법 성희찬 목사 (작은빛교회) 서론 교회법은 법 조항들로 이루어진 교회론이다. 본 글은 한국장로교회 초창기, 즉 선교사가 처음으로 입국한 1884년부터 1945년 해방까지로 국한하여 이 기간에 교회법이 어떠했는지...
    Date2024.01.03 By개혁정론 Views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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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정헌법,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5] 시찰회의 정기 시찰,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2023년 7월 개정헌법이 공포되었다. 개체교회, 노회, 총회는 새로이 개정된 헌법을 적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헌법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개혁정론은 예배, 시편찬송, 미혼자 임직, 명예직, 시찰, 교회직원의 윤리 문제 등 새로운 헌법을 어떻게 적용해야 ...
    Date2023.12.20 By개혁정론 Views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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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개정헌법,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4] 시편찬송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

    2023년 7월 개정헌법이 공포되었다. 개체교회, 노회, 총회는 새로이 개정된 헌법을 적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헌법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개혁정론은 예배, 시편찬송, 미혼자 임직, 명예직, 시찰, 교회직원의 윤리 문제 등 새로운 헌법을 어떻게 적용해야 ...
    Date2023.12.15 By개혁정론 Views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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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개정헌법,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3] 미혼자 임직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2023년 7월 개정헌법이 공포되었다. 개체교회, 노회, 총회는 새로이 개정된 헌법을 적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헌법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개혁정론은 예배, 시편찬송, 미혼자 임직, 명예직, 시찰, 교회직원의 윤리 문제 등 새로운 헌법을 어떻게 적용해야 ...
    Date2023.12.08 By개혁정론 Views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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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개정헌법,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2] 명예집사와 명예권사, 헌법이 말하는 대로 세워야 할까?

    2023년 7월 개정헌법이 공포되었다. 개체교회, 노회, 총회는 새로이 개정된 헌법을 적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헌법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개혁정론은 예배, 시편찬송, 미혼자 임직, 명예직, 시찰, 교회직원의 윤리 문제 등 새로운 헌법을 어떻게 적용해야 ...
    Date2023.12.06 By개혁정론 Views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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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개정헌법,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1] 예배 용어와 절기 기념, 어떻게 할 것인가?

    2023년 7월 개정헌법이 공포되었다. 개체교회, 노회, 총회는 새로이 개정된 헌법을 적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헌법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개혁정론은 예배, 시편찬송, 미혼자 임직, 명예직, 시찰, 교회직원의 윤리 문제 등 새로운 헌법을 어떻게 적용해야 ...
    Date2023.12.04 By개혁정론 Views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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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이-팔 분쟁, 어떻게 볼 것인가 8] 성경이 말하는 ‘땅’의 관점에서 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

    지난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틴 가자지구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그들은 수백명을 죽이고 백 수십명을 인질로 잡아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온 세계가 전쟁통을 겪고 있는데, 중동에 새로운 전쟁이 발생할 상황이다. 이스...
    Date2023.11.15 By개혁정론 Views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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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이-팔 분쟁, 어떻게 볼 것인가 7]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성경적 분석

    지난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틴 가자지구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그들은 수백명을 죽이고 백 수십명을 인질로 잡아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온 세계가 전쟁통을 겪고 있는데, 중동에 새로운 전쟁이 발생할 상황이다. 이스...
    Date2023.11.08 By개혁정론 Views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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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이-팔 분쟁, 어떻게 볼 것인가 6]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신앙적으로 접근하기

    지난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틴 가자지구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그들은 수백명을 죽이고 백 수십명을 인질로 잡아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온 세계가 전쟁통을 겪고 있는데, 중동에 새로운 전쟁이 발생할 상황이다. 이스...
    Date2023.11.06 By개혁정론 Views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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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이-팔 분쟁, 어떻게 볼 것인가 5] 이스라엘, 어떻게 볼 것인가?

    지난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틴 가자지구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그들은 수백명을 죽이고 백 수십명을 인질로 잡아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온 세계가 전쟁통을 겪고 있는데, 중동에 새로운 전쟁이 발생할 상황이다. 이스...
    Date2023.11.01 By개혁정론 Views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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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이-팔 분쟁, 어떻게 볼 것인가 4] 가자 지구의 한나 마사드 목사, 용서를 설교하다

    지난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틴 가자지구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그들은 수백명을 죽이고 백 수십명을 인질로 잡아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온 세계가 전쟁통을 겪고 있는데, 중동에 새로운 전쟁이 발생할 상황이다. 이스...
    Date2023.10.30 By개혁정론 Views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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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이-팔 분쟁, 어떻게 볼 것인가 3] 이-팔 사태를 보면서

    지난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틴 가자지구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그들은 수백명을 죽이고 백 수십명을 인질로 잡아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온 세계가 전쟁통을 겪고 있는데, 중동에 새로운 전쟁이 발생할 상황이다. 이스...
    Date2023.10.27 By개혁정론 Views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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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이-팔 분쟁, 어떻게 볼 것인가 2] 좋은 포도 맺기를 기다렸나니 (설교문)

    지난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틴 가자지구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그들은 수백명을 죽이고 백 수십명을 인질로 잡아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온 세계가 전쟁통을 겪고 있는데, 중동에 새로운 전쟁이 발생할 상황이다. 이스...
    Date2023.10.25 By개혁정론 Views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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