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틴 가자지구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그들은 수백명을 죽이고 백 수십명을 인질로 잡아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온 세계가 전쟁통을 겪고 있는데, 중동에 새로운 전쟁이 발생할 상황이다. 이스라엘은 곧장 대대적 반격을 가했고,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곧 지상군을 가자지구로 투입할 기세다. 개혁정론은 오랜 갈등과 전쟁의 진원지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어떻게 봐야할 것인지 집중해서 살펴볼 계획이다. - 편집장 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어떻게 볼 것인가? 1]
교회와 성도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성희찬 목사
(작은빛교회 담임)
지금 이스라엘과 가자에서는 과학과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와 최고의 문명과 문화를 자랑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도무지 믿기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7일 토요일 아침에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에 자행한 잔혹한 일, 이에 즉시 이스라엘이 가자에 행한 잔혹한 일로 인해 불과 2주밖에 지나지 않은 시간에 수천 명의 사상자가 생겼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소식은 완전히 파묻혔다. 이 전쟁이 확산되고 악화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모두 긴장하고 있다.
이 일은 이제 더 이상 중동에서 일어난 작은 일이 아니다. 주변 아랍 국가들은 즉시 이스라엘에 보복을 다짐하고 있고, 서방은 주로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다. 국내 뉴스는 물론 해외뉴스에서도 연일 이 소식만 들리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둘러싸고 편이 갈라지고 있고, 서로를 지지하거나 상대를 증오하는 시위가 감정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파리에서 뉴욕에서 이스탄불에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하였으나 현 사태가 크게 진정될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바로 이 잔혹한 상황에서 성도와 교회는 어떤 적절한 말로 생각하며 말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교회의 목사들은 강단에서 무엇을 설교해야 할까?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무엇으로 어떻게 기도해야 할까? 아마도 교인들은 목사와 장로가 어떻게 설교하고 기도하는지에 어느 때보다 귀를 기울일 것이다. 교인들끼리 이 이야기를 할 때 무슨 말로 서로 대화해야 할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어느 편을 들어야 할까? 어느 편이 옳고 어느 편이 잘못된 것일까?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번 일이 시작된 만큼 팔레스타인을 비난하고 이스라엘 편을 들어야 할까? 이스라엘이 성경에 나온다는 이유로, 포도원 비유에 나오는 맏아들(마태복음 21장)과 같은 이스라엘 편을 들어야 할까? 동맹국인 미국이 지지하기에 우리도 함께 지지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지금 모든 면에서 약자에 해당하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해야 하는 것일까?
이에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주님의 지혜를 구하면서 용어 선택에서부터 신중하자.
이런 상황에서는 특히 주일에 강단이나 성도의 교제권에서 설교하고 말하고 기도할 때 적절한 용어를 선택하는 것조차 어려울 것이다. 영국의 BBC는 하마스를 ‘무장 테러리스트 단체’라고 했다고 거센 항의를 받았다. 균형을 가지고 이 사태를 바라보고 말하는 것이 쉽지 않다. 테러리스트인지 전사인지, 용어 선택에 의해 균형이 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내 언론에서는 주로 ‘무장 정파’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주님의 지혜를 구하면서 용어 선택에서부터 신중을 기하자. 또 어떤 정도의 어조로 말해야 할지를 깊이 생각하고, 감정적으로 치우쳐서 너무 흥분하거나 과도하게 감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말고 정말 차분하게 말하도록 하자.
둘째, 성급하게 어느 한 편을 지지하거나 다른 편을 정죄하지 말자.
이런 상황에서 어느 한 편을 지지하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과 전쟁은 복잡하고도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이런 상황에서 이번 잔혹한 일로 이스라엘과 가자에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여 큰 슬픔을 당한 가족과 지인들을 애도하며, 이들에게 우선 주목하자.
오랜 세월 동안 이스라엘 점령 지역에서 고통을 당하고 이번 사태로 지금 피난 길에 오른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주목하자. 가자 지역의 2백만 거주자 중 절반은 14세 이하의 어린이들이라고 한다. 이들을 향한 위로와 구호를 아끼지 말자. 그래서 이 비참한 일을 겪은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하자. 이들 모두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은 이들이며 주님이 사랑하시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넷째, 이런 상황을 두고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싶어 하는 교회의 대다수 교인을 도외시하지 말고 설교자는 이 상황에서 적절한 주님의 말씀을 준비하여 강단에서 들려주어야 한다.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권하며 가르쳐야 한다.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주님께서 무엇이라 말씀하시는지를 기도하며 기다리며 준비해 보자.
다섯째, 이때 성도와 교회가 가장 우선, 그리고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없다. 우리의 모든 염려와 탄원을 우리의 참된 중보자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긍휼을 베푸시는 하나님의 보좌 앞으로 가져가도록 하자.
다음 몇 가지를 예로 들어본다.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복잡하게 읽힌 역사와 전쟁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과는 별도로) 더 이상의 사상자가 나오지 않도록 속히 전쟁과 분쟁이 종식되게 하소서. 서로 복수하고 보복하는 일이 속히 그치게 하소서.
- 주변 아랍국들과 서방의 지도자들에게 지혜를 주셔서 이 전쟁이 확산되지 않고 종식되는 것을 위해 서로 협력하게 하소서.
- 이번 일로 슬픔을 당한 이스라엘과 가자 지역의 수많은 가족을 위로하소서.
- 예루살렘과 이스라엘과 가자 지역, 팔레스타인에 있는, 비록 소수이지만 성도와 교회들을 위로하소서. 이들을 보전하시고 돌봐주소서. 유대교와 이슬람이 대부분인 그 지역에서 주 예수 그리스도를 고백하는 이들을 지켜주소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약 2%가 개신교인이라는 통계가 있다).
- 온 세계 사람들이 이번 일로 감정적으로 격화되어 편이 나뉘지 않게 하시고 증오의 마음은 사라지고 온유하고 화평한 마음을 주소서.
- 성도와 교회에 지혜를 주셔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잃지 않고 이번 일에 잘 대처하게 하소서. 성도와 교회가 이번 일로 분열되지 않게 하소서.
- 이번 일로 전쟁이 가져오는 비참함을 목격하며, 지금 남북이 군사력으로 대치하고 있는 우리 한반도를 돌아봅니다. 우리에게 속히 평화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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