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정론은 매년 9월 총회를 앞두고 총회에 상정된 헌의안을 분석합니다. 71회 총회가 며칠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예년과 마찬가지로 분석 기사를 올립니다. 이 기사를 통해 71회 총회를 조망해 보고, 기도하는 독자들이 되시길 기대합니다. - 편집자 주
총회는 목사 양성의 주체다
손재익 목사
(한길교회 담임)
I. 원리
총회의 중요한 직무, 신학생 양성
목사는 노회가 세운다. 노회의 고유 권한이다(딤전 4:14; 웨스트민스터 정치모범; 고신헌법 교회정치 132조 5, 12항). 그런데 목사를 기르는 역할은 총회가 감당한다. 헌법 교회정치 제145조는 총회의 직무를 다루면서 제7항에서 “신학대학원을 설치하고 경영 관리하며, 교역자를 양성하고, 강도사 고시를 시행한다.”라고 기술한다. 그렇기에 총회는 신학대학원을 설립하고, 학교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감당하며, 학교법인 고려학원에 이사를 파송한다.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보생의 강도사 고시와 교육을 주관한다.
총회는 비상설 치리회이기에 파회(罷會)하고 나면 활동하는 일이 없다. 공식적으로는 그렇다. 그런데 단 하나 1년 내내 총회가 감당하는 일이 있다. 바로 신학대학원을 경영 관리하는 일이다.
총회가 생기면 제일 먼저 하는 일 중에 하나가 신학교를 세우는 일이다. 총회마다 신학교가 있다. 총회의 중요한 역할이 목사 양성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신학교의 이름은 공통적으로 ‘총회 신학교’다. 그 이름을 구분하기 위해 우리의 경우 ‘고려신학대학원’이라 명명할 뿐, 고려신학대학원 역시 ‘총회신학교’다. 예장 합동이 선점하고 있는 ‘총신’은 ‘총회 신학교’를 줄인 말로 사실은 모든 신학교를 가리키는 보통 명사다.
노회의 중요한 직무, 신학생 추천
신학생을 기르는 일은 총회가 하지만, 신학생을 신학교로 보내는 일은 노회가 한다. 노회는 목사후보생을 추천하는 주체다(교회정치 132조 4항). 또한 그들의 신학수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주체이며, 상급학년 진학도 노회가 추천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 그래서 매년 가을, 노회는 목사후보생의 신학 입학 허락과 계속 허락을 한다.
그에 따라 신학대학원은 그들을 노회로부터 위탁받아 교육할 뿐이다.
총회와 노회, 미래의 목사를 기르는 주체
이런 점에서 총회와 노회는 미래의 교회를 섬길 목사를 기르는 주체다. 바울은 디모데후서 2장 2절에서 “네가 많은 증인 앞에서 내게 들은 바를 충성된 사람들에게 부탁하라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으리라”라고 했다. 이 가르침에 따라 충성된 자를 추천하여 신학교에 보내야 한다. 그리하여 그들이 장차 교회를 섬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땅에 오고 오는 교회가 교육받은 목사(an educated ministry)에 의해 가르침을 받아 든든히 세워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므로 노회는 목사 후보생을 추천하는 일에 늘 관심을 갖고, 말씀을 아는 지식이 탁월하며 기도와 경건에 힘쓰는 젊은이들이 신학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총회는 노회로부터 위탁받은 학생들이 신학교육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신학교를 잘 경영 및 관리해야 한다.
이번 71회(2021년) 총회에 올라온 안건 중에는 목사 후보생 발굴 관련 안건과 목사 후보생 영성훈련소 설립 청원 건이 올라왔다. 이 자체는 노회가 충분히 올릴 수 있는 안건이요, 총회가 당연히 다뤄야 할 안건이다. 그런데 과연 그 내용은 어떠할까? 한번 살펴보자.
II. 안건 분석
1. 목사 후보생 발굴 및 유치 관련 안건
1) 안건 내용
첫 번째 살펴볼 내용은 목사 후보생 발굴 관련 안건이다. 상임위원회 중 하나인 신학위원회는 ‘목회자 후보생 발굴 및 유치를 위한 총회적 제도 마련 제안 건’을 상정했다. 발의하게 된 계기는 기독 청년과 신학 입학생 감소에 따른 위기 의식에서 비롯됐다. 출산율 저하로 인해 청년 자체의 숫자가 줄고 그에 따라 기독 청년의 숫자는 더욱 줄고 있다. 그 결과 신학교 지원자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이는 결국 한국교회 전체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심지어 교회의 존속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 이것이 이 안건을 상정한 이유다.
신학위원회의 안건은 상당히 잘 작성되었다. 원인을 분석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목사 후보생 발굴 및 유치(가칭: 미래의 담임목사 양성 운동) 특별위원회’ 신설을 제안했다.
2) 평가
원인 분석을 비교적 잘했지만, 정작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 목사직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졌다는 점이다. 청년 숫자가 준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만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안 그래도 적은 숫자의 청년들인데, 그들이 목사직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것이 신학생 감소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뿐만 아니라 이 부분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지 않고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왜냐하면 갑자기 출산율을 증가시킬 수도 없고, 청년 숫자를 늘이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상정 안건이 제시한 이유들은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기독청년들이 목사직에 대해 부정적인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대외적으로 목사에 대한 부정적 뉴스들 때문이다. 목사의 부정부패와 관련한 여러 가지 뉴스는 물론 코로나 19 기간 동안 보여온 목사들의 과격한 발언이나 무지한 발언들은 청년들로 하여금 목사직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었다. 목사를 지성인으로 보기보다는 무례하고도 무지한 집단으로 바라보게 만든 점이 분명히 있다. 다른 하나는 대내적으로 목사에 대한 교인들의 존경심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교인들이 목사를 공사간에 존경하고, 목사의 필요를 채우는 일에 큰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또 하나 결정적인 것은 부교역자들의 처우(사택, 생활비)다. 청년들은 당장 담임목사를 바라보고 신학을 지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신학교 입학과 동시에 부교역자가 될 것이기에 부교역자의 처우를 먼저 보게 된다. 또한 그들이 가장 많이 만나고 대화하는 대상은 부교역자다. 그런데 그들의 눈에 부교역자의 처우는 상당히 떨어지며, 대부분은 허드렛일에 종사하기 때문에 청년의 눈에 목사는 기피 직업군 중 하나다. 설교하고 성례를 집례하는 것처럼 멋있고 보람있는(?) 일은 그들에게 먼 미래에 있을 일로서, 그들에게 전혀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니 목사직을 선망하지 않는 것이다.
이 외에도 필자가 알지 못하는 더 많은 원인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신학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특별위원회가 구성된다면 원인 분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특별위원회가 구성된다면 단순히 목사 후보생 발굴 및 유치만 아니라 기정사실화된 감소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왜냐하면 신학생 감소는 선진국에 있는 교회들이 처한 공통된 위기요, 우리에게 복음을 전해준 교회들이 이미 경험한 어려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감소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는 물론, 극복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신학생 감소 상황에서 신학대학원을 어떻게 축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열어두고 검토해야 한다. 즉 신학생 발굴에 대해서만 아니라, 발굴이 어려울 경우 신학대학원을 과거와 같이 운영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 네덜란드, 독일, 일본 등의 신학교가 신학생 감소로 경험한 어려움과 부작용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가까운 일본의 무목(無牧)교회 현황을 파악해야 하고, 특히 신학생 감소가 결국 목사직에 대한 여성 임직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까지 심각하게 다뤄야 할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 하나를 더 첨언하면, 이 안건이 상임위원회 중 하나인 신학위원회가 발의했는데, 필자가 모두(冒頭)에 밝힌 대로 목사 후보생 추천의 주체가 노회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안건은 신학위원회보다는 노회에서 상정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며, 또한 이에 대한 문제 의식이 신학위원회만의 문제의식인지 아니면 총회 산하 각 노회도 동일하게 갖고 있는 문제의식인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만약 노회가 그다지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면 굳이 이 안건을 다룰 필요가 있을까도 싶다.
2. (가칭)고신교단 목회 후보자 영성훈련소 설립 청원
1) 안건 내용
경남김해노회는 ‘(가칭)고신교단 목회 후보자 영성훈련소’ 설립을 청원했다. 이 안건은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가 지난 3월 경주에서 열린 고신포럼에서 제안한 것이다. 그 내용이 고신포럼에서 발행한 책자의 것과 같다. 손현보 목사가 소속 노회에 상정한 것을 총회로 상정한 것으로 보인다.
안건은 교인 수의 감소 통계를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인구, 교인, 교인 중 장년, 교인 중 미성년 등 인구 변화를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그에 이어지는 내용은 ‘목회 후보자 영성 훈련소’ 설립이다. 그러면서 신학대학원 과정 외에 특별 프로그램을 신설해 줄 것을 청원하고 있다.
2) 평가
인구 및 교인 숫자 변화를 통계를 통해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귀중한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왜 ‘신대원 졸업 후 특별 프로그램 신설 필요성’으로 이어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인구가 줄면 인구를 늘이기 위해 애써야 하고, 교인이 줄면 교인이 늘기 위해 애써야 하는데, 느닷없이 신학교육 문제를 언급한다.
이 안건을 자세히 읽어보면, 인구 변화 통계는 그냥 핑계이고, 현재 신학대학원의 교육방법에 대한 불만이다. 이는 제안설명 중 다음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1. 검토 배경
o (신학교 내 상황) 현재 신학교 내 인본주의 성향이 강한 일부 교수가 학생 및 학교 운영에 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상황
o (교단의 영향력 약화) 교단의 일치된 의견에 대해서도 교수들이 문체부 소속이라는 이유로 교단의 의견을 무시하고 있는 상황
2. 문제점
o (목회자 영성 문제) 신대원 6학기만 마치면 바로 목회자가 될 수 있어, 현실 훈련이나 깊이 있는 영성 훈련을 체험하지 못하고 교회로 파송
- 특히, 일반대학에서 신대원 진학한 학생들은 3년의 교육으로는 목회전문가로 사역하기에 턱없이 부족
o (신학교 커리큘럼 부족) 실업계 고교생, 사관생도, 신부* 등은 교육 외에 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이 있으나 신학교는 이러한 프로그램 부재
이 안건의 발의자는 신학대학원과 현 신학교육 자체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그것이 이 안건를 발의하게 된 계기의 본질이다.
그런데 과연 발의자가 밝힌 대로 신학교 내 인본주의 성향이 강한 일부 교수가 학생 및 학교 운영에 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상황이며, 교수들이 문체부 소속이라는 이유로 교단의 의견을 무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사실일까? 만일 아무 근거 없이 이런 주장을 했다면, 신학대학원 교수회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그리고 만약 발의자가 생각한대로 교수가 문제 있다면, 신학대학원 교수회의 사상(?)을 검증하자는 안건을 발의하든지, 현재 고려신학대학원 체제하에서 변화를 줄 안을 발의하든지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 안건의 발의자는 목회의 본질을 숫자로 생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 이유는 첫째, 안건에 대한 제안설명 앞부분에는 교인 숫자 감소를 이유로 제시하다가 갑자기 신학교육 문제로 이어진 점, 둘째, 해결책 중 1안으로 제시한 내용을 보면 아래 인용한 대로 “교회사역을 제대로 한다고 평가되는 목사의 교회사역지 등으로 파송하자”고 한 점을 통해 알 수 있다.
3. 해결책
o (1안) 대학원 6학기 중 1학기는 교회 사역을 제대로 한다고 평가되는 목사님의 교회 사역지, 선교사의 해외 사역지 등으로 파송하는 특수 영성 훈련 프로그램 편성
⇒ 신학교 내 커리큘럼 변경(1안)은 신학교 및 교수들이 학교는 교단과 독립된 교육부 소속이라는 이유로 거부하는 바 실현가능성 없음
그러나 목회의 본질은 결코 숫자에 있지 않다. 신학교육은 단지 교인 숫자를 늘리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다. 게다가 ‘교회 사역을 제대로 한다고 평가되는 목사’는 누가 정의한단 말인가? 교인 수가 많은 목회자가 제대로 사역하는 목사인가? 교인 숫자의 많고 적음이 목회의 성패를 나누는 기준인가? 나머지 목회자들은 제대로 사역하지 못하는 목사인가? 그러한 숫자의 함정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모른단 말인가? 그렇다고 필자는 역으로 교인 수가 많은 목회자는 제대로 사역하는 목사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발의자는 ‘교회 사역을 제대로 한다고 평가되는 목사’라는 표현을 통해 이름없이 빛도 없이 섬기는 수많은 교단 목회자들을 폄하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이 안건은 여러 가지 위험성을 갖고 있다. 오늘날의 신학교육 형태는 하루 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오랜 역사를 걸쳐 정리되어 온 것이다. 『신학 교육의 역사』(후스토 곤잘레스, 부흥과개혁사), 『신학 교육의 개혁』(에드워드 팔리, 부흥과개혁사) 등의 저서에서 다루고 있듯이 결코 간단하지 않은 것으로, 초기에는 주로 도제(徒弟) 교육을 통해 주로 이뤄지다가 중세 시대에는 수도원에서 영성 교육이나 대학에서 학문 교육이 이루어지기도 하였고, 종교개혁 이후에는 칼뱅의 제네바 아카데미를 거쳐 다시 대학이 신학교육의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다가 현대에 들어오면서 대학이 급격하게 세속화되면서 양성원(seminary) 형태의 신학 교육이 자리를 잡게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또한 발의자는 마치 현재의 목사 후보생들에게 실습 과정이 없는 것처럼 표현하였는데, 현재 신학대학원에서 하고 있는 각종 수업은 물론이고, 졸업과 동시에 목사 임직까지 각 교회를 섬기며 담임목사의 지도 하에 2년 동안 감당하는 강도사 기간이 일종의 수련 기간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나아가 현 고려신학대학원 교수 중 일부가 인본주의 성향을 갖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정작 로마 가톨릭의 신학교육 방법과 신학적으로 문제가 많은 예수전도단의 열방대학을 언급하고 있으니 모순이다.
이 안건의 발의자는 총회가 직영하는 신학교인 고려신학대학원과 강도사 수련 방식을 부정하고, 새로운 교육기관 설립과 교육제도 도입을 요청하고 있으니, 이는 매우 위험한 안건이라는 사실을 이 안건을 다루는 주체들은 참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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