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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이번 기획기사는 '제65회 총회상정안건 분석'입니다. 이번에도 각 노회에서, 그리고 총회 임원회와 총회상비부에서 다양한 안건을 헌의하였습니다. 장로교회는 당회, 노회, 총회에 의한 치리를 중요시합니다. 총회에 상정된 안건에 대한 진지한 논의야말로 교회를 세우고 하나되게 하는 데에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총회가 행정적인 기능만이 아니라 예배와 신학과 교회정치를 깊이 논의하는 장이 되기를 바라면서 올해 상정된 안건을 분석하려고 합니다. -편집장 주-

 
 
[제65회 총회상정안건 분석]  고신교회와 고려교회의 통합을 바라며
 


황대우.jpg


 

황대우 목사  
고신대학교 교수  
개혁주의학술원 책임연구원  
 
 
 
     제65회 고신총회의 가장 큰 이슈는 아마도 고려교회의 통합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통합이 개혁신학에 근거한 교회연합인지, 통합을 추진하는 양 교단 지도자들은 과연 이 문제를 개혁신학의 관점에서 진지하게 고려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충분히 고려한 결과물이라면 이번 통합은 박수 받을만한 일이요, 고신역사에서 참으로 의미심장한 사건일 것이다.
 
     ‘교회연합’ 혹은 ‘에큐메니즘’(Ecumenism)이라고 하면 WCC로 인해 자유주의 교회관 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사실 개혁교회의 소중한 유산이다. 오히려 ‘교회연합’과 반대되는 ‘교회분리’정신이 로마가톨릭과 재세례파의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역사상 모든 개신교 교파는 종교개혁자들의 외침과 달리 분리주의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린 것이 사실이다. 한 마디로 16세기 이후 개신교 역사는 교회 핵분열의 역사였다. 이런 분열은 아마도 한국 개신교에서 최고점에 달한 것이 아닌가 싶다. 교회분열 이면에는 항상 대의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성경과 진리에 근거한 합당한 대의명분이었는지 살펴본다면 거의 대부분은 조건미달일 것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교회, 특히 한국장로교회에 부는 교회연합의 바람이 바람직한 것인지 재고해볼 여지가 없지는 않다. 교회 본질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히 정치적으로만 추진하여 성공한 교회연합이란 몇몇 정치인들에 의한 정치인들을 위한 정치세력 확장의 희생양이 되든지 아니면 상당히 위태로운 사상누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개혁신학은 교회연합을 교회의 본질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의 몸은 둘이나 셋이 아니라, 하나이기 때문이다. 물론 덮어놓고 연합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의 순수한 진리”가 교회연합의 유일한 도구라고 가르친다. 즉 교회는 하나님의 진리를 위해, 하나님의 진리에 의해 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합의 필수조건은 오직 하나님의 진리뿐이다.
     하나님의 진리란 달리 말하면 순수한 기독교 교리를 의미한다. 따라서 교회연합은 “순수한 교리 안에서의 일치” 외의 다른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교회연합을 위해 기독교 신앙의 핵심 교리를 희생할 수는 없다. 교회연합을 위한 기독교 핵심 교리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우선, 그것은 삼위일체 교리와 성육신 교리라 할 수 있다. 이 두 교리가 흔들리면 기독교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의 모든 기독교 이단은 이 두 교리에 대한 정통적인 가르침을 왜곡하는 것과 관련된다.
     종교개혁자들은 여기에다가 하나를 더 첨가했다. 교회에 관한 교리, 즉 교회론이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기 때문에 이것을 왜곡하는 것 역시 심각한 기독교 훼손이 아닐 수 없다. 최초의 교회론적인 이단으로는 키프리아누스(Cyprianus), 즉 키프리안과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 즉 어거스틴 시대에 왕성했던 도나투스파(Donatists)였다. 이들의 이단적 교리는 16세기 재세례파에서 재현되었다.
     초대교회의 도나투스파와 종교개혁시대의 재세례파가 가진 공통점은 둘 다 분파주의 즉 분리주의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종교개혁자들에 의하면 분리주의자들은 그리스도의 몸을 찢는 신성모독자들로 16세기 당시 가장 심각한 ‘이단아’들이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16세기 후반에 접어든 개신교는 연합에 실패하고 각기 자신의 신학 노선에 따라 교회를 세우기 시작했는데, 세월이 흐를수록 개신교의 분열은 점점 심화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16세기 개혁신학의 핵심적인 가르침이었던 교회연합이라는 이상은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리고 분열만 거듭되었다. 연합하기는 어렵고 깨어지기는 쉽다는 역사적 교훈만 남겼다. 원수를 사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것처럼 한 번 깨어진 것을 원상 복구하는 교회연합 역시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대충 묶어서 원상 복구된 것처럼 꾸미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지도 모른다.
     종교개혁자들이 가르치고 개혁교회가 추구한 교회의 본질적인 요소는 교회의 표지로 대변된다. 교회의 가장 중요한 표지로는 말씀선포와 성례준수를 들 수 있다. 종교개혁자들은 교리적으로 변절한 로마가톨릭교회로부터 자신들을 구분하기 위해 ‘교회의 표지’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교회의 표지라는 용어는 16세기에 등장한 신개념이다.
     교회의 표지는 16세기 당시 천주교를 거짓교회로 분류하는 기준이 되기도 했다. 거짓교회와 구별되는 참교회의 가장 중요한 표지는 말씀의 순수한 선포다. 종교개혁자들에 따르면 하나님의 진리인 생명의 말씀이 바르게 선포되지 않는 곳에는 구원의 기관인 교회도 없다. 교회는 진리의 기둥이기 때문에 진리를 위해 존재하고 이 진리에 의해 작동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교회 표지는 성례의 합법적 집행이다. 주요 종교개혁자들은 어거스틴을 따라 성례를 볼 수 있는 말씀으로 정의했다. 가장 중요한 은혜의 수단은 듣는 말씀인 설교지만, 가장 효과적인 은혜의 수단은 성례라고 그들은 가르쳤다. 말씀선포와 성례집행이라는 이 두 가지 표지가 있는 교회는 참교회로 간주되어야 한다. 또한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참교회는 그리스도의 한 몸을 이루고 있으므로 연합해야 한다. 이것이 개혁신학의 가르침이다. 그리고 이것에 근거하여 교회연합을 도모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우려스러운 일은 대부분의 우리 고신 교회들이 이번 통합에 무관심한 반면 고려 교회의 일부는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통합을 반대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하면 ‘반고소’를 자신들의 40년 역사의 핵심적 정체성으로 간주하는 교리적 문제와 상회비를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현실적 문제이다. 그런데 과연 이 두 가지가 통합을 반대할 정당한 명분이 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이제는 시간이 많이 흘렀다. 고신 교회 안에도 송사 문제에 있어서 고려측과 입장을 같이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므로 차라리 통합을 한 뒤에 송사 문제를 좀 더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상회비 부담의 문제 역시 통합 자체를 반대할 명분은 되지 않고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고 본다.
 
     연합에 대한 많은 고신교회의 무관심은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통합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고신의 지도자들은 이러한 무관심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할 뿐만 아니라, 무관심을 타파할 대안도 모색해야 하는 것이 좀 더 성숙한 연합의 자세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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