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자마자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장애인과 교회, 장애인과 직장, 장애인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장애인들은 한 교회에 잘 정착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겉도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큰 교회일수록 그런 느낌을 많이 받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장애인이 개척교회를 찾는답니다.
그 이야기는 다른 이에게도 들었습니다. 그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들 때문에 교회를 옮겨 다녔다고 합니다. 장애부서가 있는 교회라고 해서 더 좋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무엇인가 껄끄럽고 불편했습니다. 오히려 더 소외당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점심시간에는 교인들에게 밀려 식사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곳저곳 아들이 적응하고 출석할 만한 교회를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지금은 조그만 교회에 출석을 하고 있습니다. 아들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은 없지만 마음 편히 교회를 출석할 수 있어 좋답니다.
그런데 지체장애인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교회에 적응하기 참 힘들답니다. 한 교회를 정하지 못하고 이 교회 갔다 저 교회 갔다 하는 장애인이 의외로 많이 있다고 합니다. 장애인선교단체가 필요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합니다. 직장에서나 교회에서, 심지어 가정에서 상처받고 소외받는 장애인을 장애인선교단체가 보듬고 안아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무슨 큰일을 하기보다는, 눈에 드러나는 일을 하기보다는 그 일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 말이 천둥처럼 제게 들려왔습니다. 사실, 사역의 방향을 두고 고심하고 있었습니다. 사역 환경의 변화와 함께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 그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민했지요. 어떻게 하면, 무엇을 해야만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고 후원자를 설득하는 것이 될까 고심했지요. 그런데 그 친구는 무슨 큰일하려고 하지 말고 장애인들을 보듬고 안아주는 일에 먼저 집중하라고 합니다. 그래야만 한다고 했습니다.
그 말 마음에 새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