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획기사의 주제는 “나는 이렇게 설교한다”입니다. 설교는 교회를 세우는 중요한 방편이며, 하나님께서는 설교로 자기 백성을 찾아오십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영광스러운 직무를 목사에게 맡기셨습니다. 그래서 설교는 목사의 영광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설교는 목사에게 부담이기도 합니다. 많은 목사들이 설교의 영광과 부담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고민을 함께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이번 기획기사를 통해 매주일 성실하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수고를 소개하고, 그 유익을 함께 누리면 좋겠습니다. - 편집장 주
나는 이렇게 설교한다
: 개체교회 연중 설교 편성에 대한 사례
조재필 목사
(새언약교회)
본 글은 개체교회 연중 설교 편성에 대한 하나의 사례를 소개하는 글입니다. 한 편의 설교를 어떻게 준비하고 설교할지도 목사의 고민이지만, 1년 365일, 52주일, 다양한 대상, 다양한 형태의 집회(예배와 기도회)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설교를 어떻게 구성하고 편성할지도 고민입니다.
필자가 시무하고 있는 150명 안팎의 성도로 구성된 교회라도, 대형교회와 동일한 횟수의 공적인 집회와 교회학교 부서를 운영합니다. 즉 주일 오전과 오후예배, 수요기도회와 새벽기도회, 그리고 각급 교회학교에서 설교가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설교를 그때그때 ‘감동’ 있는 대로 할 수도 있겠지만, 교회와 성도의 장기적인 영적 성숙을 위해서 체계적인 설교 편성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사실 설교자 자신에게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설교의 체계적인 편성과 장기적인 계획은 설교자의 심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고민과 필요를 따라 필자가 시행한 연중 설교 편성에 대해서 나누고자 합니다.
1. 주일 오전예배 설교 편성
첫 번째로 주일 오전예배 설교 편성입니다. 필자의 경우 성경 각권 ‘강해 설교’를 합니다. 필요에 따라 주제 설교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각권 강해 설교가 기본입니다. 이때 몇 가지 틀이 있습니다. 우선 각권 설교는 3개월 간 진행합니다. 즉 최대 12주간 설교를 합니다. 강해할 성경을 선정하여 12번의 설교를 하고나면 중단을 합니다. 그리고 다른 성경을 다시 강해 합니다. 이렇게 하면 1년에 4가지 성경을 다루게 됩니다. 달리 말하면 분기별로 성경을 바꾸어 강해합니다. 이때 신약과 구약을 교차 선정하여 편성합니다. 구약 다음에 신약, 신약 다음에 구약에서 선정합니다. 결과적으로 같은 본문은 대략 2~3년 자나서 지난 번 이후부터 이어서 설교하게 됩니다.
이렇게 하면 중간에 본문이 끊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하는 이유는 대략 두 가지입니다.
첫째, 교인들의 심리를 고려했습니다. 필자의 짧은 견해로, 교인들은 같은 본문을 3개월 이상하면, 설교 내용이 좋더라도 다소 싫증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물론 각 권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전달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의 성경을 끝까지 강해할 때 설교자의 마음은 뿌듯하지만 교인들은 식상할 수 있습니다.
둘째, 각 권 강해설교를 할지라도, 매 주일 설교는 하나의 단일한 주제로 전달되어야 합니다. 강해 설교라고 해서 교과서 진도 나가듯이 지난 주일에 끝내지 못한 것을 이번 주일에 이어서 가는 것은 아닙니다. 매 주일 설교는 하나의 주제를 지지하는 대지들로 구성된 단일한 작품(?)입니다. 이것은 각 권을 굳이 한 번에 다 끝내지 않아도 되는 하나의 이유입니다. 이런 틀을 가지고 지난 10년 동안 아래와 같이 오전 예배 설교를 편성하였습니다.
2. 주일 오후예배 설교 편성
두 번째로, 주일 오후예배 설교 편성입니다. 오후예배 설교는 ‘교리 설교’를 기본으로 합니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는 웨스트민스터 요리문답을 다룹니다. 지난 10년 간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을 한 번 했고, 대요리문답을 두 번째 다루고 있습니다.
이때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교리문답 본문 자체 해설은 지양합니다. 대신 해당 문답의 근거 본문을 강해하는 것을 지향합니다. 각 문답은 성경으로부터 도출되었습니다. 그 근거 본문을 설교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자칫 교리 설교가 교리 공부나 신학 수업처럼 진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회중은 어려워 하거나 건조하게 느낍니다. 때로 지성주의 신앙으로 경도될 수도 있습니다. 이를 경계하면서 최선을 다해 본문을 강해하려고 힘씁니다.
둘째, 가능한 모든 교역자가 교리설교를 하도록 힘씁니다. 오후예배의 경우 매 주일 설교자가 달라집니다. 즉 교역자들이 돌아가면서 설교합니다. 이때 교역자들이 지난주에 이어서 다음 교리문답을 합니다. 이것은 부교역자의 신학 훈련에도 유익하고, 설교자들 사이의 신학의 일치에도 유익합니다.
셋째, 외부 강사의 경우 자유로운 본문으로 설교하도록 합니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는 헌신예배가 없습니다. 매 주일 모든 예배가 헌신이기 때문입니다. 간혹 듣는 외부 강사(선교사)의 ‘특별한’ 설교가 교인들에게 유익한 편입니다.
3. 절기 설교
세 번째로, 절기 설교입니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는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교회력을 따릅니다(대림절-성탄절-주현절-고난주간-부활절-성령강림절-추수감사절). 그 가운데 여섯 번의 절기에 절기 설교를 합니다. 세 번은 주일 절기이고(부활절, 성령강림절, 추수감사절), 세 번은 평일 절기입니다(신년감사주일, 성탄절, 송구영신예배). 주일 절기의 경우, 강해설교 본문이 아닌 해당 절기에 관한 본문을 선정하여 설교를 합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4. 기도회 설교(수요기도회, 새벽기도회)
네 번째로, 각종 기도회 설교입니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는 수요일 저녁 수요기도회와 주일을 제외한 매일 새벽 기도회로 모입니다. 이때도 설교를 합니다. 수요 기도회의 경우, 최근까지 교단 공과(킹덤 스토리)를 따라 설교를 했습니다. 즉 돌아오는 주일에 있을 교회학교 공과를 미리 다루는 것입니다. 가능한 교사들이 수요기도회에 참석하게 해서 듣도록 하지만 여의치 않으면 녹화된 영상을 듣도록 합니다. 이러면 일종의 공과 해설 효과가 있고, 장년도 동일 본문을 함께 공부하여서 온 교회가 같은 공부를 하게 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다만, 이어지는 기도회를 위해서 지나치게 공부 형식이 되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기도의 열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설교자가 의식하는 가운데, 대략 20~25분 정도 설교합니다.
새벽기도회는 선정된 QT책을 따라, 본문 설교를 합니다. 매년 온 교인들이 같은 QT책을 공동 구독합니다. 설교는 대략 10~15분 정도 합니다. 이때도 기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용을 강조하지만, 본문을 벗어나지 않도록 힘씁니다. 설교자 개인의 휴대폰으로 녹화하여 새벽기도회에 나오지 못하는 성도들이 들을 수 있도록 유튜브에 게시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더불어, 일년 한 주간 동안 특별새벽기도회가 있습니다. 신년 첫째 주간에 진행됩니다. 이때, 해당년도 교회 표어에 대한 해설을 중심으로 설교를 편성합니다.
5. 특별 집회
다섯 번째, 특별 집회 설교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3년 주기로 세 가지 형태의 특별 집회를 엽니다. 즉 사경회, 전교인 수련회, 종교개혁 기념 세미나가 그것입니다. 이 세 번의 특별 집회의 주제는 미리 정해져 있습니다. 종교개혁 5대 sola를 하나씩, 매해 순서대로 특별 집회 주제로 정하여, 전문 강사를 초빙합니다.
추가적으로 신년이 되면, 1월 중 직분자 수련회, 혹은 세미나를 가집니다. 필요에 따라 외부 강사를 모셔서 진행하기도 하고, 필자가 진행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