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현장에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활용
Adiran A. Helleman
번역: 김 상 래 목사
질문: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이 복음전도를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을까?
대답: 그렇다. 너무나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성경 다음으로 요리문답은 필리핀에서 우리가 선교 사역을 위해서 사용하고 있는 아마도 가장 강력한 복음전도의 도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필리핀의 많은 새로운 신자들은 로마 가톨릭 교회의 회원이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새로운 신자들은 요리문답이라는 말 그 자체에는 익숙한 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기독교 신앙을 아는 지식이 거의 없다. 필리핀의 로마 가톨릭 교회는 필리핀 전체 인구의 80퍼센트가 가톨릭 신자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대개는 명목상의 신자에 불과하다.
필리핀 로마 가톨릭 교회는 한 번도 종교 개혁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1898년에 미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개신교 선교사들이 그 섬에 들어가는 것이 허용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래서 필리핀의 종교적 상황은 유럽에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이 작성될 때의 상황과 상당한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필리핀의 로마 가톨릭 교회는 북미의 가톨릭 교회와도 다르다.
요리문답을 진지하게 받는 사람들
필리핀 사람들이 요리문답을 얼마나 열정적으로 받아들이는지 모른다. 언젠가 필리핀 현지어로 기록된 요리문답 복사본을 한 필리핀 사람에게 건넨 적이 있었다. 나는 그를 며칠 뒤에 다시 보게 되었는데, 나를 만나자마자 내게 한 말이 다음과 같았다. “저는 밤을 꼬박 새웠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어요.” 말하는 내내 진지한 열정이 베어 나왔다. 함께 요리문답을 공부하기 시작한지 몇 주 지나지 않아서 내가 속한 교회의 회원이 될 수 있는지 물어 보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필리핀에 파송된 기독교 개혁교단의 선교사들 중에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필리핀기독교개혁교회(Christian Reformed Church)의 회원이 되고자 하는 예비 신자들은 6개월 동안의 교육을 이수해야만 한다. 주로 이 과정은 성경에 대한 소개로 시작하는데, 많은 예비 신자들은 성경의 첫 번째 책이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성경에 무지한 경우가 많다.
선교사들은 이어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주의 날(Lord’s Day)의 순서대로 자세하게 설명해 나간다. 선교사들은 예비 신자들에게 끊임없이 각 문답들의 증거 구절들을 실제로 찾아보게 함으로 그들이 가르침 받는 교훈들이 성경적이라는 것을 스스로 확신하도록 이끌어 준다. 상당히 오랜 시간을 첫 번째 질문과 대답을 설명하기 위해서 보내게 되는데, 이는 첫 번째 질문이 필리핀 사람들의 가장 주된 걱정거리인 믿음에 대한 확신의 부족을 다루기 때문이다. 필리핀 사람들이 신앙에 있어서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로마 가톨릭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악한 영들에 대한 필리핀 민족 고유의 내재된 깊은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유일한 구세주이시며 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에게만 속해 있다는 진리를 깨닫는 것이야말로 그들로 하여금 이러한 두려움들로부터 해방시켜 주는 것이다. 우리는 한 문항 한 문항 질문과 대답을 반복하며 요리문답 전체를 공부해 가는 과정을 통해서 필리핀인들에게 요리문답이 얼마나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지 경험하게 된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80번 질문과 대답은 필리핀 예비 신자들에게 성찬에 대한 로마 가톨릭 교회의 교훈과 성경적인 교훈을 직접 비교해서 맞닥뜨리게 한다. 지금같이 교회일치를 추구하는 시대 속에서 사람들은 이 질문과 대답이 오늘날의 시대적 조류에 맞지 않으므로 요리문답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필리핀 사람들에게 로마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과 성경적인 가르침의 비교를 통해서 얻는 가르침은 아주 적절하면서도 필요한 교훈임이 분명하다.
교회 질서(Church Order)와 요리문답
필리핀기독교개혁교회(CRC)의 교회 질서는 북미의 기독교개혁교회의 질서와 아주 유사하다. 그래서 필리핀에서 요리문답은 요리문답 작성자들이 원래 의도한 데로 청소년을 가르치고 목사들과 교사들을 인도하기 위해서 적절하게 잘 사용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이 다른 그 어떤 요리문답 보다 더 적절성과 연관성을 가지고 다가갈 수 있는 요리문답 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이야 말로 가장 확실한 복음전도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요리문답과 복음전도와의 관련성을 잘 생각하지 못한다. 오히려 우리는 요리문답을 교회 질서에 의해서 요구되는 설교와 교리 교육과 같은 도구로만 여긴다. 기독교 개혁교회 교회 질서 54조 두 번째 항에서 이렇게 말한다. “주일의 두 예배 중 하나에는 목사가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에 요약되어 있는 하나님의 말씀을 차례로 설교하여야 한다.” 덧붙여 64조 세 번째 항에서 이렇게 규정한다. “목사의 가르침과 설교에서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과 그 해설이 가르침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교회 질서는 이상하게도 선교에 대해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어느 곳에서도 요리문답과 선교와의 관계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지 않다. 교회는 이것을 단지 간과하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 대한 대답은 요리문답 작성 과정의 역사를 살펴보면 해결 될 것이다. 우리 중 많은 이들이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이 어떻게 작성되었는지를 기억할 것이다. 팔츠의 선제후 프리드리히 3세가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신학 교수였던 자카리우스 우르시누스와 궁정 설교자였던 카스퍼 올레비아누스로 하여금 요리문답을 작성하게 한 목적은 바로 어린 사람들을 위한 교육과 목사들과 교사들의 지침서로 사용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렇다. 요리문답 작성의 목적 그 자체가 바로 신앙이 어린 사람들에게 복음 진리를 가르치도록 목사들과 교사들을 지도하기 위함이었다면, 요리문답과 복음전도 더 나아가 선교와의 관계를 누가 부인할 수 있단 말인가?
복음전도와 요리문답
필리핀에서 요리문답은 복음전도의 도구로써 너무나 중요하다. 우르시누스와 올레비아누스가 요리문답을 작성했을 때 그들이 작성한 요리문답이 거의 400여년 후 필리핀의 새로운 신자들에게 기독교 신앙의 기본을 가르치기 위해서 사용되리라는 것을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아마도 필리핀을 들어보지도 못했을 것인데, 왜냐하면 요리문답이 작성되기 겨우 40년 전에 서양인들이 이 섬에 첫발을 내딛었기 때문이다.
필리핀에서 요리문답을 복음 전도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북미에서 같은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실제로 우리가 로마 가톨릭 신자들과 대면하게 될 때, 우리는 결코 요리문답의 효용성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현안문제들을 다룰 때 적절히 사용 된다면, 요리문답은 북미 대륙에서도 강력한 복음전도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오래 전에 쓰여진 것이라고 해서 우리가 그것을 경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요리문답을 더욱 존중해야 할 것이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과 같은 시기에 작성된 그 어떤 문서도 이 요리문답처럼 세월의 시험을 잘 견뎌낸 것도 없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가치는 해가 갈수록 다이아몬드처럼 그 가치가 영롱한 빛을 더하고 있다.
필자소개: Adrian a. Helleman 목사는 기독교개혁교회(CRC) 파송 선교사로 필리핀을 포함한 세계 여러 지역에서 교회개척(church planter)와 교수 선교사로 섬겼다.
* 이 글은 미국기독교개혁 교단지인 THE BANNER에 실렸던 글로 편집장으로부터 번역과 사용에 대한 허락을 받아 선교지평(25호, 2014/12)에 게재된 것을 재차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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