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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회 총회(2023년 9월 19-21일)가 남긴 몇 가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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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찬 목사

(작은빛 교회)

 

 

   고신 교회 제73총회가 얼마 전에 있었다. 총회는 장로교회에서 1년마다 열리는 최고 치리회(治理會)다. 개체교회의 당회, 지역 단위의 노회와 함께 그리스도의 치리를 대신하는 장로들의 회다. 이 총회가 9월 19일(화)에서 21일(목)에 걸쳐 고려신학대학원 강당에서 열렸다. 작년 제72회 총회가 고신 교회 70년 행사를 치른 후 열린 첫 총회다. 35개 노회에서 파송한 총대 518명이 출석하여 유 안건(留案件)을 포함한 약 70개의 안건이 2박 3일 기간에 다루어졌다. 73회 총회를 돌아보며 우리에게 남긴 몇 가지 과제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1. 고신 교회의 표제로 아쉬운 제73회 총회의 표제

 

   이번 총회 개회 예배에서 로마서 12장 11절 말씀을 근거하여 “열심을 품고 주를 섬기라”가 제73회 총회와 전국 고신 교회의 표제로 제시되었다. 그리고 실천 방안으로 다섯 가지가 강조되었다: 예배 생활, 말씀을 배우고 훈련하는 일, 전도와 선교, 봉사, 친교. 이는 전통적으로 교회가 주력해 온 것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고신 교회가 이 기본으로 다시 돌아감으로써 고신 교회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은 물론 큰 배를 예인선이 끌고 가는 것과 같은 역할을 고신 교회가 한국교회에서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일리가 있고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열심을 품고 주를 섬기라고 하는 영역이 너무 막연하고 일반적이어서 이 시대 한국 사회와 한국교회에서 고신 총회와 고신 교회가 취할 표제로 제시하기에는 뭔가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변화가 지구 전체에서 급속도로 진행하고 있는 시대성과, 이념에 의해 분열된 한국 사회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이를 충분히 감안하여 1952년에 진리 운동과 회개 운동으로 시작한 고신 교회의 정체성과 방향이 이 시대와 한국 사회의 상황에서 새롭게 해석해서 표제를 제시해야 했다.

   이번 제73회 총회는 고신 교회 70년 행사를 치르고 나서 처음 열린 총회이다. 지난 고신 교회 70년의 역사를 성찰하며 부족한 점을 보완하여 새로운 70년의 역사를 다시 쓰는 마음으로 열심을 내어 주를 섬겨야 할 영역을 새롭게 제시해야 했다. 그런데 “열심을 품고 주를 섬기라”라는 표제와 다섯 가지 기본 방안을 보면 고신 교회 70년의 역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크게 부족했다. 예를 들면 다섯 가지 방안 중 하나인 ‘봉사’는 주로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봉사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현 한국 사회가 교회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지금은 교회 안에서는 물론 특히 교회 밖에서 이루어져야 할 자원 ‘사회봉사’가 더욱 절실한 때다. 디도서 2장 14절에서 말씀하는 대로 ‘선한 일에 열심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 이런 점이 강조되지 않고 있다. 라오디게아 교회에 주신 “열심을 내라 회개하라”(계시록 3:19)는 열심은 회개와 함께 동반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고신 교회는 태동 당시처럼 지금도 회개 운동을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이루어 가야 한다. 고신 교회가 예인선으로 한국교회를 견인할 수 있다면 그 역할 중에 회개 운동을 강조해야 하지 않을까?

 

   고신 교회 최고 치리회인 총회의 의장인 총회장은 대내외 관계에서 고신 교회를 대표할 때가 있다. 따라서 총회장이 제시하는 표제는 한 개인이나 단체가 흔히 구호나 표어를 만드는 것처럼 해서는 안될 것이다. 1년 동안에 제시될 표제는 이 시대와 한국 사회, 한국교회에서 고신 교회의 정체성과 방향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에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팀을 구성하여 다 각도로 연구해서 최소한 5년간의 표제를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 관료적으로 흐르는 총회 조직과 회의 운영

 

    이번 총회 회의가 권위적이고 경직되어 있었고, 피상적이고도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 고신 총회가 앞으로 씨름할 문제 중 하나는 총회 조직의 관료화라는 것이 드러났다고 하겠다.

   총회에 상정된 안건들은 이론적으로는 기본적으로 ‘상임위원회-부회-본회’의 3단계 구조 안에서 상임위원회와 부회에서 충분한 토론을 거치고 본회에서는 토론 없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사회와 특별국, 특별위원회는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기에 본회에서 토론을 허용하여 최종 결정을 내린다.

 

   실제로는 이 3단계 구조가 아직 원활하게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 우선 각 부회에 주어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80분(둘째 날 오후 3시 40분~5시) 안에 부회를 인도할 부회 임원 선출을 하고, 해당 부회 소속 각 상임위원회의 위원 소개와 보고가 있은 후 본격적으로 각 상임위원회가 결정한 안건들을 심의하고 결정하며, 부회에 배당한 안건들을 토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처리할 안건들이 많거나 까다로운 안건이 있을 때는 80분의 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상임위원이 아닌 위원들의 참여도가 여전히 낮은 것은 계속 연구해야 할 과제다.

   더 큰 문제는 위원들이 미리 총회 상정 안건들을 충분히 연구하지 않고 참여하는 것이다. 또 막 선출된 부회 임원이 토의 진행을 위한 어떤 준비도 없이 주어진 시간 안에 모든 안건을 마쳐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회의를 이끌기에 수많은 안건의 토의 과정과 결정 과정은 피상적이고 형식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때 그 결정이 얼마나 성경과 우리 신학에 근거를 둔 전문성을 갖추며 또 고신 교회와 성도를 위해 얼마나 적절하고 유익한 것인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본회에서 고려학원 이사회의 보고를 받을 때 고신대학교 문제가 재정 문제 등 심각한 위기에 있다는 빠졌다는 총대들의 인식으로 장시간 갑론을박이 이루어졌으나 결국 총회는 이에 분명하게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었다. 500여 명의 총대가 참여하는 본회에서 여유를 가지고 충분하게 토론하고 결정한다는 자체가 무리였기 때문이다. 부산의 3개 노회가 지난 7월 20일에 공포한 개정헌법에 대해 재개정을 요구한 안건이 올라왔고, 본회가 이 안건을 다룰 수 있도록 허용하였음에도, 법제위원회의 재개정 안에 관한 연구와 보고를 본회가 받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토론은 너무나 피상적이었다.

 

   14개의 유안건 보고를 서기가 대신 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여러 특별위원회의 보고를 일괄적으로 한꺼번에 받은 것은 오직 주어진 시간 안에 마쳐야 한다는 효율성만을 앞세운 관료화의 대표적 사례다. 결국 회의 진행 속도를 총회장이 의도적으로 조정하려다 보니 그 와중에 발언을 저지하는 일이 종종 있었고 약간의 실랑이, 그리고 총회장의 사과 발언이 이어졌다. 다음의 회의 진행세칙도 잘 지켜지지 못했다: “발언 시간을 한 안건 당 2회로 제한하고, 1회 발언은 3분으로 제한할 수 있고..” 이 문구의 전제는 “안건이 오래 토의될 경우”이다. 이 문구 자체를 보면 아주 모호하다. 그렇지만 문맥을 볼 때 “한 안건이 오래 토의될 경우” 한 사람에게 2회, 1회 발언 시 3분으로 제한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회의 진행을 효율적으로 하기를 원한다면, 본회가 종종 정회할 때 ‘정회를 위한 기도’는 과감하게 생략할 수도 있었다. 회의 진행세칙을 보면 속회 시는 기도하라고 규정하나 정회 시에 기도하라는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총회 조직과 이에서 파생한 회의 진행의 관료화가 왜 문제일까? 이런 틀과 구조에서 과연 고신 교회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도전 앞에서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그리스도의 말씀과 성령의 다스림을 받으며, 지체들이 사랑 안에서 서로 소통하고, 진리를 파수하고 다음 세대에 신앙을 전수하고 사회와 세상에서 능력있게 복음을 전할 수 있을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3. 세상 법 전문가에게 교회법을 자문하는 영적 혼돈

 

   3개 노회는 이번 총회에 지난 7월 20일에 공포한 개정헌법 중에서 장로회정치원리에서 벗어난 일부 조항에 대해 재개정하도록 요구하는 안건을 제출하였다. 이에 헌의위원회는 본회가 이 안건을 다루는 여부 자체를 결정하도록 하였다. 그 이유는 개정헌법 공포는 2023년 7월인데 청원 결의는 2023년 4월이라는 점에서 아직 개정이 공포도 되지 않았는데 청원을 할 수 있느냐는 문제와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는 3년 내 청원하는 것을 자제를 권고한 총회의 결의 때문이었다.

   본회는 근소한 표 차이로 3개 노회의 재개정 요구를 본회가 다룰 수 있도록 허락하였고, 법제위원회가 이 재개정 요구를 잘 살펴서 안건을 만들어 와서 본회에 보고하도록 하였다. 3개 노회가 총회에 재개정 요구한 안건들의 핵심은 고신 교회의 정체성과도 직결되는 명예 집사(권사) 허용 건과 80세 이상의 은퇴 목사에 대한 언권과 선거권 제한이었다.

   그런데 법제위원회가 본회에 보고한 것은 뜻밖에 명예직을 다룬 정치 제36조 2항과 은퇴목사의 언권과 투표권 자격에 대한 나이 제한을 다룬 정치 126조 2항에 대해 3년 유예하여 시행하는 안이었다. 이 보고를 두고 본회에서 이런저런 토론이 이루어지는 중에 이 안 자체가 헌법 위반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이때 총회장이 73회 총회 총대 중에서 고신 총회의 자문 변호사로 봉사하는 분에게 조언을 의뢰했다. 이에 이 안 자체가 모법인 헌법을 위반한다고 조언했고 그래서 법제위원회의 안은 기각되고 결국 3개 노회의 재개정 요구는 무산되고 말았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고신 총회의 자문 변호사는 고신 교회에 속한 개체교회와 총회의 기관이 세상 법과 연루되어 분쟁과 송사가 있을 때 이를 보호하기 위해 사회법 전문인으로서 자문하는 분이다. 그런데도 총회와 총회장이 사회법이 아니라 교회법과 관련해서 자문한 것 교회법과 세상 법의 원리조차도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는 단적인 실례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교회법의 원리 근간은 한마디로 성경이며, 그래서 교회법은 영적인 것으로서 세상 법의 원리와는 근본적으로 결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교회법이나 세상 법이 모두 (정)의를 구한다는 점에서 겉으로 볼 때 같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교회법에서 말하는 ‘의’는 근본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기반을 둔 화평을 통해 이루어지나, 세상 법이 말하는 ‘의’는 정당한 정죄와 보응을 통해 이루어진다.

 

   제62회 총회(2012년)는 동일한 사안에 대해 가급적 3년 이내에 발의를 삼가도록 권고했을 뿐이지 3년 재론 금지를 결정한 적이 없다: “(17) 행정위원장 신상현 목사가 청원한 ‘총회 결의 3년 내 재론 금지 청원’은 각 노회나 부서들이 3년 내에는 가급적 발의를 삼가하도록 권고하기로 가결하다.” 따라서 총회가 결정하면 갓 공포한 개정헌법이라고 할지라도 심각하게 성경과 신앙고백, 장로회정치원리를 위배한 것이라면 얼마든지 다시 개정할 수 있는 길이 있다.

   더구나 지난 개정헌법은 우리가 아는 것처럼 성경과 신앙고백과 상충하는 일부 독소조항들과 노회 수의 시 잘못된 일괄 투표 방식으로 인해 고신 교회 역사에서 가장 득표율이 적은 헌법이다. 태생적으로 결함을 가진 헌법이다. 아무리 교회 헌법일지라도(특히 관리표준) 성경과 신앙고백, 장로회정치원리에 심각하게 위배한 조항들을 교회가 개정하고 공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정신에서 3개 노회가 재개정 요구를 했고, 본회는 총회가 이 요구를 다룰 것을 결정하였다. 그런데도 개정 자체가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총회 자문 변호사의 조언 한마디로 3개 노회의 재개정 요구는 기각되고 말았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개정헌법 제22조(총회재판국 구성)에서 제3항을 신설하여 “본 교단 시무장로 중 법조인(판사, 검사, 변호인) 1인 이상을 전문위원으로 둔다”고 한 것은 권징조례의 ‘기독교적’ 특성을 무시한 일이다. 교회 권징은 그 특성이 영적이어서 재판 과정, 원리, 속성에서 일반 소송 과정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백번 양보해서 법조인을 필요에 따라 자문할 수 있도록 자문위원으로 두는 것은 허용될 수 있으나 ‘전문위원’이란 이름으로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겠다.

 

 

4. 동일한 선출직에 재출마하는 것에 관해

 

   총회 때마다 총대들의 주된 관심은 총회 상정 안건보다도 1년 혹은 그 이전부터 준비해 온 총회 선출직(임원, 이사, 감사 등)에 대한 선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원과 이사로서 총회와 고신 교회를 위해 기꺼이 봉사하려는 이분들의 자세와 헌신, 열정은 우리가 높이 살 만하다. 문제는 언제부터인가 총회에서 이 선거가 과열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동일 선출직에 후보로 나서는 분들이 본래 선출하고자 하는 정수보다 많고 그래서 서로 경쟁이 되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너무 과열된 나머지 총회 조직 안에 선거관리위원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암묵적으로 하는 불법적인 선거 운동을 철두철미하게 막을 수 없는 한계와 역부족을 느끼기도 한다.

 

   총회는 고신 교회의 최고 치리회로서 어느 치리회보다 모범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치리를 드러내야 할 책임이 있다. 이 책임은 당연히 총회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선거에도 해당한다. 총회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선거 역시 개체교회에서 이루어지는 선거처럼 근본적으로 총대들의 투표를 통해 주님의 뜻을 묻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혹 동일 선출직에 봉사하려는 분이 정수를 초과하여 경쟁이 될지라도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총대들에게 자신의 비전을 소개한 후에는 겸손하게 조용하게 주님의 뜻을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내 뜻과 달리 혹 총대들로부터 선출을 받지 못했다면 이것 역시 주님의 뜻으로 알고 물러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내적 소명을 입고 주님이 세운 총회와 고신 교회를 위해 봉사하려고 했으나 총회에서 정작 회중의 투표를 통한 외적 소명을 받지 못했다면 자신의 뜻을 굽히고 이를 주님의 뜻으로 받아야 한다.

   그런데 선출받지 못한 이가 동일한 선출직에 다시 후보로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총회에서 선거가 과열되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총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선거는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선거에 모범과 귀감이 되어야 한다. 동일한 선출직에 재출마하는 것을 두고 과장해서 주님의 뜻을 운운하며 단정할 필요가 없고 또 단정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여러 관점에서, 특별히 재출마로 인해 총회 선거가 과열되고, 이 때문에 총회 선거가 개체교회의 선거에 본을 보이지 못한다면, 동일 선출직 재출마를 허용하는 우리 총회 선거조례가 과연 정당하고 바람직한지 질문해 보아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예장 통합은 동일한 선출직에 3회 이상 재출마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례를 만들었다.

   우리 고신 총회가 최소한 3회 이상이든, 혹은 2회 이상의 재출마를 금지하는 조례를 만든다면 총회에서의 선거 과열은 어느 정도 식을 것이다. 나아가 총회 선거는 물론 노회와 개체교회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선거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역시 더욱 경건하게 될 것이다.

 

 

5. 다시 생각해 보는 교단 통합

 

   이번 총회는 구 서경노회와 구 고려총회의 특별 총대 40명 파송을 다시 5년 연장할 것을 결정했다. 특별 총대 40명은 구 서경노회의 영입(51회 총회, 2001년)과 구 고려총회와의 통합(65회 총회, 2015년) 후속으로 이루어진 조처였다. 제67회 총회(2017년) 결의에 따라 제68~70회기에 한시적으로 적용되었으나, 제70회 총회(2020년)는 총회임원회의 제안으로 특별총대 40명 파송을 1회에 한해 3년 연장(2023년 제73회 총회 시까지)을 결정한 바가 있다.

   바로 그 특별 총대의 연장 시한이 끝나는 이번 제73회 총회에 한 노회에서 특별 총대의 연장 안건이 또 다시 상정되어 본회가 이를 다루게 되었다. 전 고려총회 소속 총대 한 분이 고신과 고려의 통합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름답다는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힘과 수의 논리로 인한 흡수통합이 아니었냐고, 고려 측에 대한 배려가 있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수도권의 고신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통합을 했느냐는 표현까지 했다. 이에 제65회 총회(2015년) 당시 고려총회와의 통합을 이끈 김철봉 목사(총회 자문위원)가 고려 측 형제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자고 발언하였고, 본회는 결국 특별 총대 파송을 다시 5년 재연장하기로 결의하였다. 이번 특별 총대 연장 결정은 서경노회 영입 이후 22년, 고려총회와의 통합 이후 9년이 지나가고 있으나 교단의 통합이 여전히 어렵고 힘든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하겠다.

 

   이 시점에서 여기서 우리가 교단 통합, 교회 연합과 관련하여 한 가지 깊이 생각할 점이 있다. 제51회 총회(2001년)에서 이루어진 서경노회의 영입은 차치하더라도, 제65회 총회(2015년)에서 이루어진 고려총회와의 통합을 되돌아보면 사실 이번 특별 총대 재연장 결의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것이었다.

   당시 고려총회와의 통합을 돌이켜보면 한 마디로 교단과 교단과의 통합 시에 준수해야 할 분명한 원칙과 기준과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교단 통합을 하면서 통합 헌법 채택이나 교단 명칭 등을 두고 양 교단의 총회가 각각 노회 수의를 거치는 가장 기본적인 과정조차 밟지 않은 데 있다. 일찍이 1960년에 고신 교회가 승동 측과 합동을 하면서도-당시 이루어진 양 교단의 합동은 현재 일부에서 졸속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적어도 합동 헌법 채택과 같은 중요한 문제를 두고서 양 교단에서 노회 수의를 거쳤었다.

   2015년의 고려총회와의 통합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절차인 통합 헌법 채택을 위한 노회 수의가 없었고, 나아가 지역 단위에서 양 교단의 교회들이나 노회들 사이에서 강단 교류를 비롯한 내적 교류가 전혀 없이 통합이 이루어졌다. 당시 고려총회와의 통합은 거의 위에서 아래로 이루어지는 통합이었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통합이 아니었다. 총회 임원이나 지도자들 사이의 합의를 따라 이루어진 통합에 가까웠다. 그래서 당시 통합은 양 교단 ‘조직’의 통합에 더 가까웠지, 교회 연합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양 교단에서 최소한 몇 년의 유예 기간을 두고 그 동안 교회들 사이에서 강단 교류, 총회와 노회 차원이나 연합회들의 교류를 충분히 가진 후에 최종적으로 통합 헌법을 함께 만들어 양 교단의 노회 수의를 거쳤으면 좋았을 뻔했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침묵한 다수의 총대는 이번 총회의 특별 총대 40명 재연장 결정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착잡했을 것이다. 순전히 교단의 일부 지도자들에 의해 위에서 아래로 이루어진 교단 통합이 두고두고 양 교단의 교회들과 교인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와 후유증을 남기는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심지어 특별 총대 40명은 우리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총회에서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73회 총회는 순장총회와의통합준비위원회를 결정했다. 순장 총회와의 통합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다시는 지난 잘못된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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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교회 소모임 금지명령은 정당한가? 황대우 교수 (고신대 개혁주의학술원) 지난 7월 8일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즉 중대본을 통해 예배 이외의 소모임을 금지하는 명령을 발동했다. 지금까지 정부의 기조는 코로나 19 방역규정을 준수할 것을 교...
    Date2020.07.10 By개혁정론 Views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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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코로나 19 사태와 이에 따른 목회환경에 대한 합신 교단의 대응 방안에 대한 제언

    코로나 19가 장기화 되는 가운데, 각 교회가 어떻게 교회의 사명을 감당할 지 고민에 빠졌다.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는 비상상황 가운데 적절한 방식을 따라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 이에 예장 합신 총회 임원회는 총회신학연구위에 교회가 어떻게 해...
    Date2020.06.22 By개혁정론 Views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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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코로나 사태, 교회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코로나 사태, 교회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이성호 교수 (고려신학대학원)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고통 중에 있는 모든 성도들께 삼위 하나님의 평강이 넘치기를 원합니다. 한두 달 정도면 마무리 될 줄 알았던 코로나 사태...
    Date2020.05.27 By개혁정론 Views3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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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인터넷 성찬”이 가능한가?

    “인터넷 성찬”이 가능한가? 우병훈 교수 (고신대 신학과) 1. 들어가며 “인터넷 예배”에 대한 논쟁이 한창인 가운데, 이제 “인터넷 성찬”에 대한 논쟁까지 발전하고 있다. 이 글은 성경적 원리와 신학적 원리에서 봤을 때...
    Date2020.04.06 By개혁정론 Views4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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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코로나19에 대해 전문가에게 묻다

    코로나 19와 관련해 전문가에게 물었습니다. 고신대학교 복음병원 호흡기내과 옥철호 교수께서 답해 주셨습니다. 1. 코로나는 얼마나 전염력이 강하고 얼마나 심각한가요?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기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10배에서 50배정도로 전염력이...
    Date2020.03.30 By개혁정론 Views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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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그 무엇도 방해하지 못하는 복음

    그 무엇도 방해하지 못하는 복음 고덕길 목사 (이슬라마바드 한인교회 담임) 복음을 전하는데 장애 요인이 많은 곳에서 사는 자들은 항상 형언할 수 없는 뭔가 답답한 마음을 간직한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괴로움이 있습니다. 하물며 복음을 전하다 감옥에 ...
    Date2020.03.25 By개혁정론 Views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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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국가적 비상상황과 공예배에 대한 신학적⦁목회적 성찰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

    <본 글은 고신총회 신학위원장의 요청으로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가 작성하였습니다> 국가적 비상상황과 공예배에 대한 신학적⦁목회적 성찰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 1.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빠른 전파로 인해 한국 사회 전체가 큰 고통을 받고 있다. 특히 성...
    Date2020.02.27 By개혁정론 Views21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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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성경이 나를 읽어내고, 나의 삶으로 성경을 읽어내는 데까지 나아가야 (강영안 교수 인터뷰)

    성경이 나를 읽어내고, 나의 삶으로 성경을 읽어내는 데까지 나아가야 개혁정론이 강영안 교수(미국 칼빈신학교)와의 대담을 진행했다. 미국에서 교수 중인 강 교수가 겨울을 맞아 우리들교회(김양재 목사)와 교회를 위한 신학 포럼에서 강의를 진행했다. 이...
    Date2020.02.14 By개혁정론 Views2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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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네덜란드 자매교회 총회를 참석하고

    네덜란드 자매교회 총회를 참석하고 김재윤 교수 (고려신학대학원 교수) 우리는 고신교회 사절로 자매교단인 네덜란드 개혁교회(해방)의 2020년 총회의 첫 주간을 함께 하였다. 우리 교단 총회는 매년 한 차례, 한 주간만을 모이는 반면에 자매교단 총회는 3...
    Date2020.01.23 By개혁정론 Views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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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노회는 장로회교회의 꽃이다

    2019년 12월 17일(화) 오후 2시 신촌강서교회(황신기 목사 시무)당에서 수도권노회 임원초청 ‘제9회 서울포럼’(위원장 유상현목사) 소포럼이 열렸다. 당일 발표된 김중락 교수의 논문을 아래에 싣는다. - 편집자 주 <2019년 12월 17일 수도권노회...
    Date2020.01.09 By개혁정론 Views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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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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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7차 개정헌법 헌의안, 총...
[사설] 총회장은 교단의 수장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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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분자 임직식에서 성도의 역할
죽음을 어떻게 맞을까를 잠시 생각하며
제73회 총회가 남긴 몇 가지 과제
전임목사는 시찰위원으로 선정될 수...
고신교회와 고재수 교수; 우리가 왜...
왜 고재수는 네덜란드에서 고려신학...
제73회 총회를 스케치하다
신학생 보내기 운동에 대한 진지한 ...
명예 직분 허용이 가져다 줄 위험한...
[고신 70주년에 즈음하여 9] 고신교...
논문
송상석 목사에 대한 교회사적 평가 ...
송상석 목사와 고신 교단 (나삼진 ...
송상석 목사의 목회와 설교 (신재철...
네덜란드 개혁교회 예식서에 있어서...
제7차 헌법개정초안(2022년 6월) 분...
제7차 헌법개정초안(2022년 6월) 분...
제7차 헌법개정초안 예배지침 부분...
제7차 헌법개정초안(2022년 6월) 분...
SFC 강령의 “전통적 웨스트민스터 ...
지역교회의 적정 규모(規模 size)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