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획기사는 '신자의 결혼'입니다. 결혼식은 인륜지대사라고 하지만 너무나 허례허식이 많고 문제가 많습니다. 로마교회에서는 성례로까지 승격시켰지만 우리 개혁교회에서는 이 결혼식을 개인이나 가정의 일이 아니라 '교회적인 일'이라는 이해하에 예배형식의 결혼식을 가지면서 온 교회가 축하합니다. 결혼과 관련된 제반 요소들을 성경적으로 조망하는 이번 기획에 청년들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 편집위원장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을 하면서 소위 ‘등골’이 휘어지다 못해서 부러진다. 결혼을 하려면 상당한 액수의 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도 만만치 않은 부조금을 준비해야 한다. 오늘날 결혼은 모든 사람들에게 ‘무거운 짐’이 되어 버렸다.
한 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결혼하는데 든 평균비용은 남자가 8,300만원이었고 여자가 4,400만원이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예식장 비용(행사일체)이 약 2,000만원, 신혼여행이 약 400만원, 예물과 예단이 약 3,000만원, 혼수가 약 1,500만원이었다. 여기에다가 신혼부부가 살 집을 구하려면 막대한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결혼할 대상이 있다고 해서 마음대로 결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젊은 사람이 공부를 마치고 직장을 다니다 적절한 나이에 결혼한다고 가정할 경우에, 본인 스스로 결혼자금을 마련하려면 지출을 거의 하지 말아야 하며, 더욱이 스스로의 힘으로 주택을 마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혼을 위해서 부모의 힘을 빌리거나 은행에서 융자를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부모로부터 결혼자금이나 주택구입 자금을 얻지 못한 사람들은 결혼을 할 때 이미 부채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 되어서 앞으로의 삶이 그만큼 험난하게 되어 있다.
결혼식에 참석하는 하객들의 경우는 어떤가? 결혼식에 참석하려면 부조금을 가지고 가야 하는데, 요즘 예식장의 식사 한 끼가 최소한 3만원은 넘으니 부조금도 그 이상을 가지고 가야한다. 그리고 한 사람이 부조금을 내면서 두 사람이 같이 가서 밥을 먹는 것은 예의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 되어서 부부가 같이 가지도 못한다. 게다가 결혼 시즌(봄과 가을)이 되면 결혼식이 주말에 집중되어서 결혼식장 이곳저곳을 동시에 들러야 하니 바쁘기가 그지없다. 지인으로부터 청첩장을 받기가 정말로 겁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결혼문화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주기 위한 결혼식이 되지 않아야 한다. 결혼이란 두 사람이 만나서 가정을 이루는 거룩하고 신성하며 아름다운 일이다. 필자는 교인들의 주례를 하면서 결혼식장에 서 있는 신랑과 신부를 쳐다볼 때 마음이 그렇게 기쁠 수 없으며 나아가서 숭고하기까지 하다. 이런 신성하고 아름다운 결혼식이 돈으로 얼룩지고 형식과 외식으로 치장되어서야 되겠는가? 심지어 남들에게 보이려고 가짜 하객들까지 동원하는 꼴이라니.
필자는 아들이 아직 어리긴 하지만 나중에 커서 결혼하게 될 때 절대로 이런 식으로 결혼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주님이 기뻐하시고, 당사자들이 좋아하고, 진정으로 축하하고 싶은 사람들만이 참석해서 신랑과 신부를 축하해 주는 결혼식이 되게 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렇게 제안해 본다. 현실적으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겠으나 생각해 볼 가치는 충분히 있지 않을까 싶다.
1. 결혼식장을 사용하지 말고 예배당을 사용했으면 한다. 자신이 출석하는 예배당에서 교우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결혼한다면 ‘교회의 공적인 일로서의 결혼’이라는 의미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전체적인 규모를 많이 줄이면 된다.
2. 부조금을 받지 않고 식사도 대접하지 않는 결혼식이면 어떨까 한다. 필자 개인적인 생각으로 부조금 문화는 시급히 정리되어야 한다. 그냥 주는 것이라면 몰라도 다음에 받을 것이라면 돈을 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리고 예식 마치고 밥을 먹지 말고 간단히 다과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3. 예식시간을 굳이 주말로 잡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평일 저녁도 괜찮다. 진정으로 축하할 마음을 가진 가까이 사는 사람들만 참석하면 된다. 멀리 사는 사람이 일부러(혹은 억지로) 바쁜 시간을 쪼개어 가면서까지 결혼식에 참석하는 일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4. 화려한 드레스를 입지 말고 평상복(정장)이나 한복을 입으면 어떨까 생각한다. 비싼 드레스 빌리는 돈으로 아주 좋은 옷을 사 입을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드레스를 굳이 입어야 할 이유가 없다.
5. 당회(목사)는 결혼식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캠페인을 벌이거나 일정한 액수 이상의 결혼비용을 사용할 경우에 주례를 서지 않아서 교인들이 아예 검소하게 결혼식을 치를 수 있도록 제도화하면 좋겠다. 그러면 당사자들의 경제적인 부담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남들 눈치 안보고).
6. 예물이나 예단은 없애고 저렴한 반지 정도만 구입해서 나누어 끼도록 한다.
7. 신혼여행을 굳이 비싼 돈 들여가면서 외국에 가야 하는가? 일전에 듣기로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신혼부부들이 신혼여행을 가장 멀리 다녀온다고 한다. 저렴하고 의미 있는 장소를 찾아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겠다.
8. 결혼식 자체는 검소하게, 그리고 결혼에 관한 교육은 철저하게 하면 좋겠다. 결혼식 잘 했다고 잘 사는 것이 아니다. 결혼하여 가정을 꾸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바르게 배우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9. 사진을 찍고 이벤트를 벌이는 것도 소소하게 하기를 바란다. 그 비용이 만만치 않으며 그렇게 괜찮아 보이지도 않는다.
10. 주례자나 봉사자에 대한 사례도 가벼운 선물 정도로 하여 감사를 표시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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