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애인 형제 집으로 가는 길에 철물점에 들러 길을 물었다. “00아파트가 어디에 있나요?” 대뜸 옆에 있던 한 남자가 “복권 사러 가는 건가요?” 한다. 이 무슨 생뚱맞은 말인가. 길을 찾고 있는데 복권 이야기라니... 들으니 아파트 앞에 명당 복권방이 있단다. 아주 유명한. 그 목적으로 길을 묻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그 남자는 밖으로 나와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주었다.
그 남자가 일러주는 대로 길을 간다. 그런데 저만치 사람들이 한 가게 앞에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가만 보니 복권방(판매소)이다. 가게 이름, <천하명당>. 아까 그 남자가 말하던 그 가게이다. 가게 옆에 “또 터졌다. 1등 16번째.”라는 문구가 보인다.
저 사람들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소문 듣고 왔을 것이다. 로또 1등 인생을 꿈꾸며. 내가 만났던 노숙인 가운데에도 그런 사람 많았다. 매주 로또를 사고 거기에 희망을 걸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고나 할까. 그것이 그들에게는 삶을 살아내는 힘이자 위안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인생역전이란 거창한 말을 쓰지 않더라도 거기엔 그들의 간절함이 묻어있다. 그래서 나는 매주 로또를 사고 남 몰래 번호를 맞춰보는 그들을 나무라지 못했다. 왜 그것에 집착하느냐 야단치지 못했다.
그러면 저들은 왜 로또를 사는가? 왜 그곳을 찾아 와서 줄을 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가? 그것은 내가 만난 사람들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길게 줄을 선 그 모습 보고 피식 웃음이 났다가도 사뭇 진지해졌던 것은 그 이유 때문이다. 누구 말마따나 어쩌면 그들에게 로또를 왜 사느냐고 묻는 것은 왜 사느냐고 묻는 것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그만큼 우리의 삶은 고단하고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