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장애인전도협회 소식지 '평등과 참여' 288호에 실린 글을 필자의 허락을 받아 싣습니다. - 편집자 주
따뜻한 눈길의 힘
점심 때 모교회 후배를 만나 교제를 하였습니다. 마산에서 버스를 타고 온 그를 동래역 앞에서 만나 함께 기장으로 가서 밥 먹고 차 마시며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는 오랜 독일 생활을 끝내고 얼마 전에 아주 귀국을 하였습니다. 얼마 전 모교회 입당 예배에 참석했다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독일로 유학하게 된 남편을 따라 독일로 가게 되었습니다. 막 결혼한 뒤였습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낯선 외국으로 떠난 이주였습니다. 낯선 외국 생활은 힘들었고, 무엇보다 외로웠습니다. 남편에게 투정도 많이 했습니다. 하나님께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냈습니다.
그날도 터덜터덜 교회로 가던 길입니다. 그런데 한 독일 할머니가 따뜻한 눈길로 그를 보더니 가만히 안아주었습니다. 그 할머니의 포옹에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다고 하지요. 그처럼 그의 가슴에 응어리져 있던 원망이 싹 가시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는 그것을 통해 따뜻한 눈길이, 따뜻한 말 한마디가, 따뜻한 포옹이 큰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그것을 통해 느꼈습니다. 그는 그 얘기를 하며 그날의 감동이 되살아나는지 금방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저녁 어스름이 들 무렵 동래 시외버스정류장에 그를 데려다 주면서 그의 평안을 빌었습니다.
돌아오면서 우리의 사역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별스럽지 않은 말 한마디가, 격려가, 있는 모습 그대로 안아줌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힘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며, 크지 않지만, 그 모습으로 사람을 만나고 일해야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말했듯 어떤 상황에서도 평안을 잃지 않고 제게 주어진 길 가고 싶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이, 살아간다는 것이, 사람을 만나 사랑을 나누고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참 좋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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