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를 보고
정용균 목사
(부산장애인전도협회)
영화 <미나리>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이게 뭔가, 하는 생각 들었습니다. 조금 당황했습니다.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 살아가는 어떤 이는 이 영화를 보고 그냥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보는 내내 힘들고 답답했다고 했습니다. 그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영화를 보며 조금 이해되었습니다.
영화는 1980년대 미국으로 건너간 한인 이민자의 이야기를 너무나 생생하고도 정밀하게 그려냅니다. 그 때문일까요? 저 또한 무엇인가 불편하고 답답했습니다. ‘미나리’가 생명력, 희망 따위를 상징하는 도구로 쓰인 것 같은데, 제겐 왠지 크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영화에 조금이라도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의 연기 덕분입니다.)
그런 가운데에 유달리 기억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여자 주인공은 병아리 감별 공장에서 일을 합니다. 그곳에서 다른 한인을 만납니다. 반가움에 15명이면 한인교회를 세울 수 있지 않느냐고 합니다. 그때 그 여자는 도시를 떠나서 여기로 온 사람들은 교회를 피해서 온 것이라고 대꾸합니다.
문득 얼마 전에 한 장애인과 나눈 대화가 떠오릅니다. 그는 하나님이 교회 안에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교회 다녀야 구원받는다고 믿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차별이 없는 공동체, 그것 믿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오늘날 그래도 교회에 가야할 이유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또 “교회가 무엇입니까? 교회를 세워나간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하고 질문하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자기 존재 그 자체로 존중받고 인정받지 못할 때에 사람은 그곳에 있을 이유를 잃어버립니다. 일반 교회에서 존재 그 자체로 존중받고 인정받는 경험을 한 장애인이 얼마나 있을까요? 시스템과 제도는 그 다음입니다.” 그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아무리 경사로가 잘되어 있어도, 엘리베이터가 있어도 한 사람의 인격체로 존중받은 경험이 그들에게 얼마나 있을까요? 과연 교회는 그런 장애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인격체로 존중하고 인정할 준비와 자세가 얼마나 갖춰져 있을까요? 가르쳐 주십시오.”
그 말 들으며 생각합니다. ‘교회는 무엇이고 무얼 위해 존재하는가? 부산장애인전도협회의 존재 이유는 또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