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돕는 삶
정용균 목사
(부산장애인전도협회)
1. 매년 ‘사랑의 쌀 나누기’를 하는 어느 단체 사무총장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와서 쌀을 더 받아가라고 합니다. 그래서 아내가 수요일마다 돌보는 장애인 집에서 식사를 하고 사무총장이 일러주는 곳으로 가서 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몇몇 장애인들에게 전화하여 필요를 묻고 쌀을 전달했습니다.
2. 저녁 어스름이 들 무렵, Y씨 집을 찾았습니다. 그는 노모와 함께 살아갑니다. 활동지원사가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쌀을 전달했습니다.(20kg짜리라면 엄두를 내지 못했을 텐데, 쌀은 10kg짜리였습니다.)
3. Y씨가 참 반가워합니다. 뒤에서 어머니도 인사를 합니다. 어머니는 처음 뵙습니다.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나오니 어머니께서 커피 마시겠느냐 묻습니다. 혹시 밤에 잠을 설칠까봐 주저되었지만, 어머니와 잠시라도 얘기를 나누고 싶어 달라고 했습니다.
4. 어머니는 허리 보호대를 하고 있습니다. 허리 수술을 했답니다. 그 불편한 몸으로 믹스커피를 종이컵에 담아내며 늘 챙겨주어 고맙다고 인사를 합니다. 저는 배달부이다, 받아주어 오히려 고맙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딸이 부족하다, 늘 실수한다, 할 줄 아는 게 없다, 걱정이다, 하는 말을 합니다. 그 말에 이렇게 답을 했습니다. “저는 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이 좋습니다. 어머니가 그렇게 보는 것은 어머니로서 가지는 욕심 때문일 수 있습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그냥 인정하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에 만난 어떤 이가 그러더군요. 부부간에 서로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고요. 부족한 게 보여도 타박을 하기보다는 먼저 인정하고 칭찬하라고 하였습니다. 그 칭찬이 남편을 살맛나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 말을 저는 어머니에게 해주고 싶습니다. 어머니가 볼 때에는 딸이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먼저 인정하면 좋겠습니다. 저런 모양으로 어떻게 살아가나 하는 마음 들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살아갑니다. 걱정하지 말고 따님과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5. 활동지원사에 대한 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직은 쓸 마음이 없답니다. 자신에게 힘이 남아 있는 한 남의 도움은 받기 싫다고 합니다. Y씨도 지금 당장은 필요 없다고 합니다. 활동지원사 문제뿐 아니고 다른 것도 늘 신세지는 것 같아 때로 마음이 불편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는 것만 사랑이 아니고 받는 것도 사랑이다, 주는 사람을 세우는 것이다, 하였습니다.
6.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밖을 나오니 어둑해져 있었습니다. 서둘러 아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바로 집으로 가라 합니다. 자신은 버스 타고 가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집으로 와서 쉬고 있는데, 늦은 밤, 현관에서 인기척소리가 들립니다. 아내입니다. 손에 웬 종이가방이 하나 들려 있습니다. 잡채랍니다. 어느 활동지원사가 준 것이랍니다. 그러고는 먹겠느냐고 합니다. 그래서 조금 달라 해서 맛나게 먹었습니다.(심방하며 이것저것 먹느라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며 살아갑니다. 그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좋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