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막연하지 않습니까?
정용균 목사
(부산장애인전도협회)
“너무 막연하지 않습니까?”
노회에서 만난 목사님이 제가 사람을 모으지도 않고, 정부 지원금도 받지 않고 일하고 있다고 하니 그렇게 툭 내뱉습니다. 그러고는 명함 한 장을 내밉니다. 앞에는 어떤 정당 이름이 크게 박혀 있고 뒤에는 자신이 관여하고 있는 일과 기관 이름이 빽빽이 적혀 있습니다.
막연(漠然)하다는 것은, 내용을 뚜렷이 알 수 없을 만큼 논리적이거나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하는 뜻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또 그런 상황을 이르는 말입니다. 어쩌면 그가 보기에 제 일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막연하게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사람을 모으고 건물을 세우고 정부 지원금을 받으며 일해야 제대로 일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도 편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처음 부산 내려와 장애인들을 만나 대화하며 결심한 것이 있습니다. 남 따라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남 눈치 보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이 일을 통해 밥벌이는 하지만, 그것을 위한 수단으로 삼지는 않겠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사람을 귀하게 보겠다는 것입니다. 억지로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길을 내시는 대로 그 길을 가겠다는 것입니다.
간혹 주변에서 저희가 일하는 모습 보고 대단하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저는 그것이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그저 주어진 형편에서 주어진 일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그것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고맙습니다. 모든 것 감사합니다. 안달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즐겁게 맡은 일 감당하려고 합니다. 그런 모습으로 사람들을 만나 교제하고 삶을 나누며 하나님 나라를 이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