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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획기사는 제자입니다. 한국교회에서 유행하던 제자훈련을 비판적으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우리가 십자가를 지신 주님을 따른다고 하면서 과연 십자가를 지는 삶을 사는지, 또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기에 부활의 능력으로 사는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한국교회가 경건의 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시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제자들이 많아져야 하겠습니다. 아니, 모든 신자가 다 주님의 제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부활의 능력으로 사는지를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 편집자 주 -

  


 

재세례파와 제자도

 

 

 

이성호.png

 

 

 

 

 

 

 

 

이성호 교수

(고려신학대학원)

 

 

   종교개혁 당시 재세례파만큼 제자도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이들도 많지 않을 것이다. 오직 특별하게 소명을 받은 사제나 수도사만이 진정한 의미에서 주님의 제자가 될 수 있다는 로마교회의 가르침에 대항하여 재세례파는 모든 신자가 제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대표적인 예로 산상수훈의 가르침(예를 들어 원수를 사랑하라는 주님의 명령)은 문자 그대로 지켜져야 하며 모든 신자에게 주어진 명령으로 그들은 생각하였다.

 

   재세례파는 그 당시 로마교회는 더 이상 교회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가장 큰 이유는 교리적 부패도 있었지만 그 교회가 더 이상 신자라고 볼 수 없는 명목상의 신자들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교회의 거룩성을 교회의 가장 중요한 표지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교회의 거룩성은 무엇보다 교회를 구성하고 있는 신자들의 거룩성으로 이해하였다. 그들에 따르면 이 거룩성은 교회와 국가의 혼합 때문에 파괴되었다. 실제로 국가와 종교가 일치된 중세 유럽 사회 속에서는 시민과 신자가 구분이 될 수 없었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재세례파는 유아세례를 교회의 거룩성을 파괴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생각하였다. 유아세례는 국교회 체제 속에서는 사실상 모든 시민들을 태어나면서부터 교인으로 만들었다. 재세례파는 이와 같은 유아세례가 성경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성경 어느 곳에도 유아들에게 세례를 주라는 명령이 없다는 점, 세례는 고백에 근거해서 시행되어야 하는데 유아들은 고백을 할 수 없다는 점, 예수님은 할례를 받았을 뿐 성인으로 세례를 받았다는 점 등은 재세례파들이 유아세례를 반대하는 중요한 성경적 근거들이었다.

 

   그들은 거룩한 교회를 세우기 위해서는 교회가 신앙을 진실로 고백할 뿐 아니라  그리스도의 법을 철저하게 따르기로 서약한 성도들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그들은 교회의 회원권을 매우 강화시켰다. 실제로 그들은 로마교회와 개신교 정부 모두로부터 극심한 박해를 받았기 때문에 철저하게 회원을 관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공동체는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새로운 회원을 받을 때뿐만 아니라 회원으로 받고 나서도 엄격하게 회원들을 관리하였다. 이를 위해 그들은 교회의 권징을 대단히 강조하였다. 이들은 이 권징을 교회의 순결을 보존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보았다. 심지어 이들은 권징이야말로 참 교회와 거짓 교회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 간주하기도 하였다. 그들에 따르면 참 교회는, 루터나 칼빈이 가르쳤듯이, 단순히 순수한 복음이 선포되고 성례가 집행되는 곳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왕으로 다스리는 곳, 즉 그리스도의 명령에 복종하는 곳이었다.

 

   재세례파들은 또한 제자의 가장 중요한 표지가 고난과 박해라고 생각하였다. 이들은 예수님께서 가르쳤듯이 진정으로 예수님을 따른다면 세상으로부터 박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명령 때문에 박해당하는 자신들이야말로 참된 교회라고 생각하였으며 그리스도의 이름 때문에 당하는 박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박해를 통하여 자신들의 참된 교회됨을 확인하였다. 반대로 자신들을 박해하는 로마교회나 개신교회야말로 거짓교회임을 스스로 증명하다고 그들은 생각하였다.

 

   이들이 얼마나 그리스도의 명령을 순종하려고 노력하였는지 한 가지 예를 들고자 한다. 오늘날 재세례파 후예 중에 ‘아미쉬’라는 공동체가 있다. 이들은 어떤 현대의 문명도 거부하고 제자들의 공동체를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국에서 전기나 전화도 없을 뿐만 아니라 말을 타고 다닌다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2006년 어느 날 니켈 마인스라는 조그만 마을에 한 외부인이 들어와서 여러 어린이들을 총으로 살해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방송국에서 피해자들의 부모들을 인터뷰 했는데 하나같이 그 신자들은 살인자를 용서한다고 하면서 그의 가족들이 평안하기를 빈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 장면들은 보복적 정의에 물들어 있는 미국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여기에 대해서는 뉴스앤조이에서 출판한 "아미쉬 그레이스"라는 책을 참조하라.)

 

   한국교회에서도 한 때 제자훈련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 훈련을 주도했던 교회는 지금 어떻게 되어 있는가? 그 프로그램 자체가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이제는 제자훈련에 대해서 좀 더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성경뿐만 아니라 교회사적인 분석도 필요하다. 아미쉬 교회의 신자들이 그런 제자훈련 교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과연 제자는 훈련으로 만들어지는가? 재세례파가 옳은 것도 아니고 우리가 그들을 따라가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그들이 제자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했던 것들은 우리가 선별적으로 참조하여 정형화 된 제자훈련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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