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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빈의 일반은총론이 갖는 함의

(“칼빈과 일반은총”[1] 에서 발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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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헤르만 바빙크 (Herman Bavinck)

영문번역: 게할더스 보스 (Geerhardus Vos, 미국 구 프린스턴 신학교 성경신학 교수)

한글번역: 태동열 (미국 칼빈 신학교 조직신학 박사과정 중)

 

 

     칼빈에게 있어 유기(reprobation)와 관련해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것이 모든 은혜의 중단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록 죄로 말미암아 인간은 하나님나라의 모든 영적 실재에 대해 장님이 되었고, 따라서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부성적 사랑을 보여주는 특별계시와 죄인의 마음 속에 빛을 비춰주는 성령의 특별한 조명 (specialis illuminatio) 이 필수적이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간에게 다양한 선물을 나누어 주는 일반은총 (generalis gratia)이 이것들과 함께 존재한다. 만약 하나님이 사람을 보존하지 않으셨다면, 그의 타락은 자연 전체를 파멸시켰을 것이다. 이를테면, 하나님은 아담과 하와의 타락 사건 후 즉시 개입하셔서 그분의 일반은총으로 죄를 억제하시고 우주를 보존하셨다. 이는 무엇보다 죄가 본질적 (실체적) 성질 (substantialis proprietas) 이 아닌 외래적 (우발적) 특성 (adventitia qualitas) 이고, 이런 이유로 하나님은 자신의 사역에 노하셨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사역이 부패한 것에 노하셨기 (operis sui corruption magis infensus quam operi suo) 때문이다. 비록 사람으로 인하여 자연 전체가 무익함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은 하나님께서 그것의 심장에 심으신 소망에 의해 유지된다. 하나님의 영광의 광채가 어렴풋이 나타나지 않는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수 많은 경이로운 것들로 가득 찬 하늘과 땅은 하나님의 지혜의 장엄한 전시장이다.

 

 

     특별하게 인류는 여전히 하나님의 사역의 투명한 거울, 그분의 다양한 선물의 전시장 (exhibition) 이다. 모든 사람에겐 종교의 씨앗, 즉 그들의 삶이 의존하고 있고 심지어 이방인들까지도 하나님을 인류의 아버지라고 일컫도록 이끄는 모든 하늘의 은혜를 깨닫게 하는 결코 근절될 수 없는 하나님에 대한 의식이 있다. 초자연적 은사들은 상실되었고 자연적 은사들은 오염되었기에 사람은 하나님께서 그에게 어떤 분이 되시기를 그리고 무엇이 되시기를 원하시는지 더 이상 선천적으로 알지 못한다. 하지만 자연적 은사들이 사람에게서 완전히 박탈된 것은 아니다. 이성과 판단력과 의지는, 아무리 그것들이 부패했을지라도, 그것들이 인간의 본성에 속해 있는 한에서는, 아직 완전히 상실되진 않았다. 사람들이 전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분별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은 이 은사들의 일부분은 자명한 것이 아니고 그것들이 공로에 기초해서 사람들에게 분배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렇지만 하나님은 그것들을 우리에게 나누어 주신다. 사람이 진리와 잘못된 생각 그리고 선과 악을 구별하고, 개념들과 견해들을 형성하게끔 하는 이성 (the reason) 과, 사람이 자신에게 좋은 것으로 여겨지는 것을 얻으려고 애쓰는 기능으로서 인간본성에서 분리할 수 없는 의지 (the will), - 이것들은 사람과 동물을 뚜렷이 구별해 준다.

 

 

     결과적으로 사람에게 어떠한 참된 개념도 형성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과 같은 그러한 영구적인 무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경험 뿐 아니라 성경과도 상반된다. 반대로, 어둠 속에 여전히 비취는 빛이 있고, 사람들은 여전히 어느 정도 진리에 대한 사랑을 보유하고 있으며, 진리에 대한 얼마간의 불꽃은 늘 보존되어 왔다. 사람들은 자신을 스스로 그리고 공동체적으로 규율하는 법의 원칙을 지킨다. 그들은 정의와 평등의 기본원칙에 동의하며, 어디서든 사회질서를 위한 적합성과 기호를 표현한다. 때때로 남다른 총명함이 사람들에게 주어지고 그것으로 인해 그들은 어떤 것을 학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요한 발명과 발견을 하며 이것들을 삶에서 실용화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으로 인해 사람들 가운데 규율 있는 시민 사회가 만들어 지는 것이 가능할 뿐 아니라 예술과 학문이 발전한다. 이러한 것들은 경멸받지 말아야 하는데 이는 이것들이 성령의 선물로 간주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성령이 성화의 영으로서 신자들에게만 거하신다는 것은 옳다. 하지만 삶과 지혜와 능력의 영으로서 성령은 불신자들에게도 역사하신다. 그러므로 어떠한 그리스도인도 이러한 선물을 멸시하지 말아야 하고, 그와는 반대로 그는 예술과 학문, 음악과 철학과 다른 다양한 인간 정신의 산물들을 성령의 매우 귀한 선물 (praestantissima Spiritus dona) 로 존중해야 하며, 스스로의 몫으로 그것들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따라서 도덕적 영역에서도 어떤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 사이의 차이점을 인정해야 한다. 모두가 타락했지만, 모두가 동일한 깊이로 타락한 것은 아니다. 거기엔 무지로 인한 죄와 악한 의도에 의한 죄가 있다. [도박에 빠졌다가 후에 회개하고 수도자가 된] 카밀러스 (Camillus) 와 [로마에서 반역죄로 처형된] 카틸리나 (Catilina)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심지어 죄 많은 사람에게도 때때로 아름다운 자질 (speciosae dote) 과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 (speciales Dei gratiae) 가 주어진다. 일반적인 말로 어떤 사람은 좋은 성품을 지니고 태어났고, 다른 사람은 나쁜 성품을 지니고 태어났다고 말하는 것도 심지어 허용된다. 아니, 모든 사람은 자신에게 위탁된 재능 속에 있는 하나님의 특별한 혹은 독특한 은혜를 인정해야 한다. 이 모든 선물들의 다양성 속에서 우리는 그것으로 인해 인간이 다른 모든 피조물들과 구별되는 하나님의 형상의 흔적을 본다.  

 

 

     칼빈의 다른 저작들로부터 손쉽게 강화되고 강조될 수 있는 이 모든 진술들을 고려할 때, 그 종교개혁가 칼빈을 마음이 좁고 관용이 없는 인물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 물론 그가 찬사를 보내는 이 모든 예술적 학문적 재능과 적성을 칼빈 자신이 지니고 있었는가는 다른 문제이다. 그러나 이것이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루터를 두드러지게 한 음악과 성악에 대한 애정을 그가 소유하지 않았을지라도, 이러한 것은 그에게 불명예가 아닌데, 이는 모든 천재에게는 한계가 있기 때문일 뿐 아니라, 종교개혁자들은 소명상 믿음의 사람들이었고 그러해야 했기 때문이며, 이러한 점에서 탁월한 그들은 예술가나 학자들 이상으로 우리의 존경과 찬사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칼빈은 자연인의 미덕이, 아무리 고상할지라도, 하나님의 심판대에서 의롭다 함을 얻기에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지만, 이것은 도덕법의 권위와 영적 특성에 관한 그의 뿌리 깊은 확신에 기인한다. 이 외에도, 그는 무엇이 올바르고 유익한 것인지를 인정하는 데 있어, 그것이 어디서 발견되든, 다른 어떤 종교개혁자보다도 더 관대하다. 그는 전 세계를 관찰하면서 어디서든 하나님의 선하심과 지혜와 권능에 관한 증거를 찾는다. 칼빈의 목적론적 관점은 그가 편협한 마음을 갖도록 하지 않고, 오히려 그의 마음에 보편성의 성향을 제공한다.

 

 

     이것은 그가 말하는 그리스도인의 소명에서 같은 명료함으로 표현된다. 여기서도 칼빈은 하나님의 뜻을 자신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로마 가톨릭의 견해에 대해 그는 이교도들의 사상에 대항하는 것과 똑같은 이의를 제기한다: 선행(善行)에 입각한 공로 교리는 망상이다; 수도 서원 (monastic vows) 은 그리스도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추구되는 완전함은 인간이 만들어낸 독단적 이상이다. 로마 가톨릭교와 이교 (paganism) 둘 다 인간본성의 타락을 최소화하고, 선행의 문제에 관해서 인간의 자유의지에서 출발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칼빈은 ‘우리는 우리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다 (nostril non sumus, Dei sumus)’ 라는 원리에 따라 진행한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하나의 지속적인 헌신, 하나님께 대한 온전한 봉헌, 하나님의 이름을 위한 봉사, 그분의 율법에의 순종, 그분의 영광의 추구이어야 한다. 이러한 온전한 헌신은 이 세상에서 주로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삶의 특징을 띤다. 이교 (paganism) 는 이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그것은 단지 어떤 도덕적 격언들을 설파하고 인간의 삶을 그의 이성이나 의지에, 혹은 자연에 종속시키고자 한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지성과 의지와 힘을 하나님의 율법에 복종시킨다. 그는 필연의 운명에 스스로를 맡기지 않고 하늘 아버지께 스스로를 위탁한다. 그분은 미덕을 전파하는 철학자와 같은 분이 아니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이시다.

 

 

 

[1] 바빙크는 이 글을 칼빈 출생 400주년을 기념해서 썼다. 게할더스 보스에 의해 이 글은 화란어에서 영어로 번역되었다. 그 번역된 글(영문제목:“Calvin and Common Grace”)은 1909년 프린스턴 신학 리뷰(The Princeton Theological Review)에 실렸다. 그 페이지는 437쪽에서 465쪽까지이다. 거기엔 65개의 (칼빈의 기독교 강요와 그의 성경주석들과 관련된) 각주들이 달려 있지만, 이 한글 번역에서는 그것들을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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