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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우 목사
고신대학교 교수
개혁주의학술원 책임연구원

고신대학교는 정말 위기인가?

입학생 감소로 인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는 모든 대학을 매년 감사하여 부실하게 경영되고 있는 대학들에 대해서는 재정 지원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대학들이 살아남기 위해 위기 탈출의 길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생존에 대한 위기의식은 수도권 대학들에 비해 지방 대학들이 훨씬 더 팽배하다. 고신대학교도 이런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고신대학교에 다가올 미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교단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것은 학교가 부도 처리되었던 뼈아픈 과거 사건을 두 번 다시 경험해서는 안 된다는 교단의 정치적 위기의식 때문이다.

고신교단은 교세가 압도적으로 월등한 타 교단들, 예컨대 통합교단과 합동교단 등에 비해 교단 재산이 월등하게 많은 편이다. 그리고 월등한 교단 재산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고신대학교다. 고신대학교는 살림살이의 독립성을 감안하면 ‘한 지붕 세 가족’인데, 천안의 신학대학원, 부산 영도의 학부, 부산 송도의 의대로 구분된다. 물론 고신대학교 외에도 교단의 유형 재산으로는 서울의 총회회관과 대전의 선교센터도 있다. 작은 교단이 큰 재산을 유지 관리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은 특히 주인 없는 배와 같은 환경이기 때문에 더더욱 어렵게 보인다.

급할수록 돌아가자!

교과부의 객관적인 자료에 의하면 분명 고신대학교도 ‘미래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위기인지 알 수가 없다. 왜냐하면 외부인, 즉 교단의 정치 지도자들이 그 위기를 심각하게 우려하는 것과는 달리 정작 고신대학교 당국은 고신대학교가 직면한 미래적 위기가 그렇게 심각한 것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위기에 대한 체감 온도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과연 누구의 진단이 정확한가? 교단의 정치 지도자들인가, 고신대학교 당국의 책임자들인가?

고신대학교의 미래 생존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한 교단 정치 지도자들은 시급하게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보고 두 차례의 공청회를 개최한 후 대책 마련을 위한 9인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조직했다. 현재 고신대학교의 미래 진단과 방향 설정은 아홉 명의 특별위원회에 달려 있는 셈이다. 특별위원회는 9월에 개최하는 총회에 의견 수렴과 진단 결과를 보고할 것이고, 아마도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아마도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고신대학교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것은 교단적으로 정말 중차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중요한 문제를 교단의 정치 지도자들이 1년 안에 서둘러 해치우려 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왜일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고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속담도 있다. 이뿐이던가?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한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정말 중요한 문제라면 좀 더 신중하게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혜를 발휘하자!

1차와 2차 공청회를 통해 다섯 곳에 흩어져 있는 교단 재산을 통합해야 한다는 것에는 크게 이의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정리할 것인지, 어느 곳을 정리하여 어느 곳으로 통합할 것인지는 이견이 분분하다. 찬성하는 다수가 막가파식으로 밀어붙인다든가, 반대하는 소수가 극단적인 방법으로 배수진을 친다든가 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에겐 결코 정당한 방법이 아니다. 그렇다면 서로의 믿음을 존중하고 서로를 경청하면서 무엇이 교단과 고신대학교의 미래를 위해 가장 지혜로운 방법인지 사심을 버리고 공의롭게 일을 처리하는 것 외에 달리 다른 길이 없다. 이 말이 추상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가능하면 이런 방법으로 일이 처리되길 바란다.

고신대학교에 대한 문제의식을 아직 교단 전체가 갖고 있지 않은 상태다. 먼저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해결 방법이 있는지 공지할 필요가 있다. 기독교보와 같은 교단지에 간간이 알리는 수준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몇 번에 걸쳐 톱기사로 다루어도 결코 과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아직까지 없었다. 이전에 고신대학교가 부도 처리되었을 때도 사전에 어떤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논의되었는지 소수의 교단 정치인들과 관심 있는 몇몇 분들 외에는 거의 알지 못했고, 대부분의 교인들은 사건이 터진 후에야 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이었는지 실감했고 터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 중요하고 중대한 문제인 만큼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정도가 아니라,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대안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아무튼 비전문가들이 서둘러 결정하고 진행하는 일에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 이 일로 교단이 다시 한 번 심각하게 동요하고 신앙적인 피해를 보지 않도록 교단의 정치 지도자들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 시대는 너무 빠른 것이 문제이지, 늦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를 서둘러 처리하기 보다는 찬찬히 들여다보고 차근차근 처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돈이냐, 신앙이냐?

교단의 정치 지도자들은 고신대학교의 존폐를 단순히 돈의 문제로, 또는 정치 공학적인 문제로만 보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미래의 고신대학교를 살리기 위해서는 재정도 정치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 두 가지보다 우선하는 것이 신앙이다. 교단의 순교 신앙과 정신을 돈 몇 푼으로 팔아 처분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위기라는 것을 빌미로 이 일에 지금까지 교단의 권력을 남용해온 ‘정치꾼들의 입김’이 개입된다든지, 모종의 ‘정치적 힘겨루기’가 작용한다면 이것은 정말 교단과 고신대학교의 미래에 초대형 재난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그들의 눈에는 첫째도 돈이요, 둘째도 돈이요, 셋째도 돈일 것이다.

오늘날 세상의 모든 문제는 경제 문제, 즉 돈 문제로 통하는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현대인의 삶 전부가 돈으로 환산되기도 할 것이다. 정치권력도 돈 앞에서는 무력하다. 건강도, 심지어 가족관계도 돈으로 계산되는 세상이다. 하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아니 돈으로 환산해서는 안 되는 것들도 적지 않다. 특히 신앙이 그렇고 하나님 앞에서의 신앙적인 삶이 그렇다. 모든 것을 ‘돈’으로만 환산하는 세속적인 불신앙의 칼날이 이 중차대한 교단의 문제를 난도질하지 못하도록 교단의 깨어 있는 지도자들이 일어나야 할 때다.

고려신학교가 개교된 1946년 9월 20일로부터 10년 후 한상동 목사께서는 우리 고신이 “돈 없이, 집 없이, 인물 없이” 시작했다고 회고하셨다. 삼무(三無)로 시작된 대한예수교장로회 고려파는 약 60년이 지난 지금 어떠한가? 세 가지 모두 부족함 없이 잘 갖추어져 있다. 그런데 그 때 그 시절 한 목사님처럼 순교를 각오할 만큼 순수한 열정적 신앙은 어디에 있는가? 오늘날 우리 고신에 한상동 목사께서 말씀하신 세 가지는 차고도 넘칠 만큼 충족되었을지 모르지만, 그 세 가지를 얻기 위해 세 가지를 잃어버린 불행한 역사를 겪었다. 돈을 얻는 대신 순수한 신앙을 잃었고, 건물을 세우는 대신 말씀의 권위를 무너뜨렸고, 인물을 얻는 대신 형제 사랑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신앙도, 말씀도, 사랑도 없는 교단이 되어버렸다. ‘큰 것과 많은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사실을 앎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는 큰 것과 많은 것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위기를 기회로!

위기는 기회라 했던가? 오늘 우리에게 정말 심각한 위기가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고신대학교가 정말 위기인가? 그렇다면 서두르지도 말고 인간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자세는 더더욱 삼가야 할 것이다. 위기일수록 먼저 기도해야 하지 않겠는가? 교단적인 기도회 한 번 갖지 않고 그런 엄청난 일을 너무 쉽게, 단순히 돈의 문제로만 취급하여 처리하는 것은 참으로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심각한 위기라 해도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능력과 지혜를 따른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잃어버린 교단 정신과 신앙까지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제발 더 이상 저 추잡한 세속 정치의 돈 놀음에 일희일비하는 교단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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