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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선거 사진.JPG
▲ 2013년 예장 고신 교단 총회 사진. ⓒ 설요한

장로교에서 총회장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교회사적인 배경지식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총회에 참석하는 총대들은 총회장이 어떤 존재인지도 모르고 총회장을 선출하게 된다. 실제로 그런 총대들이 우리 교회 안에는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총대 중에서 총회장을 대통령에 비유하는 것을 종종 본 적이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총회장직에 대한 무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장로교는 정확하게 그런 교권적인 생각과 맞서 싸운 투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장로교회는 17세기 영국 교회에서 출발하였다. 영국 교회가 기본적으로 개혁파 신학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청교도들이 그들과 하나됨을 거부한 궁극적 이유 중의 하나는 교회는 1인(人)에 의해서가 아니라 회(會)에 의해서 치리되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장로교 정치는 사도권에 기반을 둔 주교정치나 심지어 그보다 좀 더 온건한 감독정치마저 거부하였다.

총회장은 정확히 말하면 총회의장이다. 따라서 비유를 한다고 하면, 총회장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의장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총회장은 영어로 ‘president’가 아니라 ‘moderator’라고 한다. 이 뜻을 한국어로 직역하면 ‘조정자’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총회장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의 뜻을 실현시키는 것이 아니라 회원들의 뜻을 잘 반영하여 조정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 총회장 선거운동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 총회장직을 이렇게 이해하면 각 지역을 순방하면서 자신의 공약을 내세우는 선거운동은 근본적으로 필요 없다. 총회장은 자신의 공약을 실현시키는 사람이 아닐 뿐 아니라 그 공약을 실현시킬 권한이나 수단도 별로 없고 실제로 임기가 1년뿐이기 때문에 그 공약을 실현시킬 시간적 여유도 없다.

총회장을 이렇게 이해한다면 누가 총회장이 되어야 할 것인가? 총회장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 조정이라고 한다면 총회장은 무엇보다 자기 고집이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권위주의적인 사람은 절대로 총회장으로 선출해서는 안 된다. 거듭 말하지만 총회장은 자신의 뜻이 아니라 회원들에 의한 합의에 순종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가장 훌륭한 총회장은 회원들의 합의를 잘 이끌어내는 사람이다.

그러나 회원들의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총회장은 모든 사람들에게 신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정 계파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 특별히 중요한 사안일수록 성급하게 결정해서는 안 된다. 교회에서 중요한 것은 일 자체가 아니라 회원들 간의 화합이다. 안건은 결정되었지만 회원들 사이에 분란으로 인해 상처만 입었다면 그 결정이 교회에 무슨 유익이 되겠는가?

합의를 도출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성질 급한 사람들은 차라리 감독제를 선호하기도 한다. 이 점에서 장로교 정치는 성숙한 회원들을 전제로 한다. 원만한 합의는 총회장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다. 수준 높고 교양 있는 회원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직도 총회 석상에서 고함을 치는 총대들을 종종 보는데 이런 이들이 많을수록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장로교회가 총회장이 가질 수 있는 교권주의의 폐해를 얼마나 경계했는지는 우리 총회 헌법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총회장은 총회를 소집할 권한이 없다. 교회정치 146조에 따르면 총회는 매년 1회 예정한 시일과 장소에서 회집하도록 되어 있다. 쉽게 말해서 총회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개인적으로 총회를 소집할 수 없다는 말이다. (참고로 천주교회는 오직 교황만이 총회를 소집할 권한을 가진다) 총회는 오직 총회만이 소집할 수 있다는 것이 장로교 정치의 중요한 원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로교회에서는 임시 총회나 비상 총회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 고신 역사 속에서 유일하게 그것도 복음병원 문제로 비상 총회가 개최된 적이 있었는데 사실상 초헌법적 사건으로 상당히 부끄럽고 유감스러운 일이다.

총회장은 회기마다 선거에 의해서 선출된다. 우리 헌법에 따르면 매년마다 총회가 개최되기 때문에 총회장의 임기는 겨우 1년이다. 1년의 임기가 너무 짧다고 생각하지만 이 제도가 있기 때문에 교권주의가 장로교회에서 형성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하다. 이것은 장로교회가 일의 효율성을 추구하기보다는 교회 안에서 교권주의에 조그만 틈이라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전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총회장은 1년 동안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겨우 할 수 있을 뿐이다. 

교회 정치 148조는 “총회장은 총회를 대표하고 총회 업무와 산하기관을 총괄한다.” 라고 규정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단어는 ‘총괄’이다. 총괄은 살핀다는 의미이지 다스린다는 의미가 아니다. 단적인 예로 총회장은 총회 안에 있는 각 기관장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것은 국회의장이 국회의원을 직접 징계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총회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잘못한 회원을 발견했을 때 총회나 해당 기관장에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장로교회 안에서 총회장의 권한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 말은 총회장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거나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헌법 제149조는 총회장이 장로교회에서 위상이 얼마나 제한되어 있는지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준다. “총회는 기도로 개회하고 폐회하되 폐회하기로 결정한 후, 회장이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축도함으로 폐회한다. ‘교회가 내게 위탁한 권한으로 지금 총회는 파함이 가한 줄 알며, 이 총회와 같이 조직한 총회가 다시 아무 날 아무 곳에서 회집함을 공포합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총회는 총회가 파하면 원칙상 없어진다. 엄밀히 말하면 총회장도 총회가 끝나면 그 역할이 종식된다. 총회가 파하고 나면 총회장은 총회를 대표하는 역할만 할 뿐이고 총회에서 위임한 안건만 다룰 수 있을 뿐이다. 총회가 위임하지 않은 일은 전혀 할 수 없다. 다음 회의 개최 장소도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원칙상 총회가 개최되는 동안 결정하여야 한다. 요즘 편의상 임원회에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헌법 정신에 불충실할 뿐 아니라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총회장이나 소수의 임원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회원들이 다 모여 있을 때 차기 장소와 일시를 정하는 것이 장로교의 기본 정신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장로교 정치 원리에 비추어 보았을 때 총회장의 가장 중요한 능력은 회원들의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반대로 말해서 권위의식을 가지고 교권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을 총회장으로 선출해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총회장을 선출하기 위해서는 분별력을 지닌 수준 높은 성숙한 총대들이 필요하다. 적어도 총대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총회장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은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인지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결국 장로교회의 총회장의 수준은 총회에 참석한 총대들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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