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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우 목사

고신대학교 교수

개혁주의학술원 선임연구원



중심에 계신 하나님.jpg








  

헤르만 셀더르하위스, <중심에 계신 하나님: 칼빈의 시편 신학> 장호광 역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2009)



이 책은 2000년에 네덜란드어 판으로 처음 출판되었다. 장호광 교수의 번역 원본은 2004년에 출판된 독일어 번역판이다. 책의 저자 셀더르하위스(Selderhuis)는 마르틴 부써(Martin Bucer)의 결혼관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네덜란드 아뻘도른(Apeldoorn)에 소재한 기독교혁교단신학대학교(de theologische universiteit van de Christelijke Gereformeerde Kerk)의 교회사 담당 교수이며 국제칼빈학회의 상임위원회 회장(the secretary of the praesidium of the International Calvin Congress)을 맡고 있다. 


칼빈 신학을 “기독론 중심”(Christo-centered)으로 해석한 바르트주의자들과는 달리 셀더르하위스가 칼빈의 시편 주석 연구를 통해 제네바 종교개혁가의 신학을 “하나님 중심”(Deo-centered)으로 파악한 것은 그 자신의 고백처럼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프랑스 칼빈연구가 두메르그(Doumergue)와 독일의 칼빈연구가 보하텍(Bohatec) 등이 한 세기 전에 주장했던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단지 바르트적인 칼빈뿐만 아니라 미국의 브라이언 게리쉬(Brian Gerrish)를 필두로 한 최근 슐라이엘마허적인 칼빈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당한 학문적 기여를 인정받을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칼빈이 <기독교 강요>라는 한 권의 책에만 갇혀있는 사람이 아니라 <기독교 강요>에서는 다루지 않는 자신의 신학 사상을 때로는 그의 다른 저술들에서 전개한 열린 사람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즉 <기독교 강요> 밖에서 칼빈의 신학을 접근하는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셀더르하위스의 저술은 높이 평가될 수 있고 또한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이제 이 책의 내용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첫 번째 부분은 칼빈과 시편의 관계, 특히 칼빈이 다윗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에 대해 짧게 다루고 두 번째 부분은 본론에 해당되는 것으로 시편에 나타난 칼빈의 신학을 다룬다. 셀더르하위스는 두 번째 부분을 다시 10개의 소제목, 즉 삼위일체이신 하나님, 창조자이신 하나님, 돌보시는 하나님, 말씀하시는 하나님, 왕이신 하나님, 재판관이신 하나님, 감춰진 분이신 하나님, 성화의 주체이신 하나님, 언약의 신이신 하나님, 아버지이신 하나님 등으로 구분하여 다룬다. 


삼위 일체 하나님에 관한 서술에서 저자는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 가운데 칼빈이 시편 해석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분은 제 1위이신 성부 하나님이라 지적한다. 창조주 하나님에 관한 서술에서는 창조의 목적이 하나님의 영광과 인간의 구원이며 창조된 세상은 “하나님의 자비와 지혜와 정의와 힘으로 구성된 무대”라고 말한 칼빈의 창조론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또한 칼빈이 구분한 세 종류의 인간, 즉 믿는 사람과 믿는 척하는 사람, 그리고 대놓고 하나님을 멸시하는 사람을 소개하고 인간을 “지상에서 가장 반짝이는 보석”이라고 정의한 칼빈의 인간론도 제시한다. 돌보시는 하나님에 관한 서술에서는 칼빈의 섭리론 즉 자신이 창조한 피조물을 수동적이고 소극적으로 지켜보기만 하시는 분이 아니라 피조물 하나하나를 열심히 보살피시고 적극적으로 개입하시는 하나님에 대해 논한다. 그리고 칼빈이 구분하는 일반 섭리와 특별 섭리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한다. 


말씀하시는 하나님에 관한 서술에서는 외적인 말씀인 성경과 이 외적인 말씀의 저자이시며 동시에 내적인 말씀이신 성령 하나님의 역사가 무엇이며 그 둘의 관계가 어떠한 것인지 살피고, 또한 칼빈의 성경 해석학의 열쇠라고 볼 수 있는 맞춤(accommodatio)의 원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고 적용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잘 소개하고 있다. 왕이신 하나님에 관한 저자의 서술에서는 칼빈의 인생관 즉 인생이란 하나님이 주신 특별한 선물이기 때문에 즐길 수 있고 즐겨야 하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서 순례자이며 병사인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최고의 통치자이신 하나님께 순종하고 복종하는 삶이야말로 그들이 취해야할 마땅한 삶의 자세라는 점을 다룬다. 재판관이신 하나님에 관한 저자의 서술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정의(正義)가 “그분이 당신의 자녀들을 지키실 때 드러나는 지속적인 보호와 그들을 아껴주실 때 드러나는 자비로움”이라고 설명하는 칼빈의 견해를 만난다. 여기서 저자는 친절하게도 칼빈의 이러한 정의 개념을 루터의 그것과 비교한다. 즉 루터에게 있어서 하나님의 정의가 용서와 결부된 것이라면 칼빈에게 있어서 정의는 오히려 언약에 대한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더 밀접하게 결부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감춰진 분이신 하나님에 관한 설명에서 저자는 이런 주제를 다룬 칼빈 연구물이 지금까지 하나뿐이라고 소개하면서 칼빈의 신학이 숨겨진 하나님(Deus absconditus) 개념과 밀접하게 연관된 루터의 십자가 신학과 동일한 것임을 천명한다. 성화의 주체이신 하나님에 관한 서술에서 저자는 칼빈의 성화론이 유명한 루터의 말인 “의인인 동시에 죄인”(simul iustus et peccator)이라는 의미와 동일하다고 강조하면서, 칼빈이 말하는 성화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축복 받는다는 뜻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복 없이는 열심히 노력해도 헛되다는 의미라고 정확히 해설한다. 또한 여기서 저자는 칼빈에 따르면 하나님을 섬기는 일로서 성화의 최고 형식은 바로 예배라는 것을 지적하면서 칼빈이 말하는 예배의 목적이란 하나님을 찬양하고, 믿음을 고백하며 강화하고, 말씀의 지식을 성장시키고, 믿음 안에서 하나 됨을 고백하고 체험하는 것, 그리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을 기억하는 것이라고 적적하게 설명한다.


언약의 신이신 하나님에 관한 저자의 서술에서 우리는 칼빈의 언약 사상이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쌍무 계약이라는 견해보다는 하나님 중심의 일방적인 계약이라는 견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칼빈의 이와 같은 언약 개념이 인간의 반응인 의무 조항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저자는 잊지 않고 부연해서 설명한다. 그리고 저자는 칼빈의 교회를 언약 공동체로 정의하기 때문에 바로 여기서 칼빈의 교회론을 다룬다. 아버지이신 하나님에 관한 서술에서 저자는 칼빈의 신앙 개념과 예정 개념을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결론 내린다. “칼빈에게 있어서 대조는 공로인가 아니면 은혜인가의 대조가 아니라, 인간이냐 아니면 하나님이냐의 대조, 인간의 영광인가 아니면 하나님의 영광인가의 대조이다. 이것은 그의 우선적인 관심이 우리와 연관된 하나님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분 자신과 연관된 하나님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발견되는 아쉬운 부분과 번역상의 문제점을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자. 종교개혁 연구의 전문가인 셀더르하위스가 주의 깊은 연구를 통해 칼빈의 신학을 루터의 십자가 신학으로 재해석한 시도는 분명 신선하고 의미 있는 기여이지만 자신의 그러한 의도를 옹호하기 위해 때로는 근거가 희박한, 그래서 지나치게 억지스러운 주장을 펼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그가 칼빈의 하나님을 루터의 “숨어계신 분”(de Verborgene)으로 소개하는 부분에서 그는 의도적인 왜곡을 감행한다. 루터가 말하는 하나님의 은닉성, 즉 하나님께서 자신을 숨기신다는 것은 하나님의 자기계시와 신적인 본성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반면에, 칼빈이 말하는 하나님의 은닉성은 그리스도인의 신앙적인 삶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두 개혁가 모두 하나님의 은닉성에 대해 말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말의 의미는 상당히 다르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루터에 따르면 하나님은 먼저 인간적인 기대와는 너무나도 다른 신적인 방법으로 즉 십자가의 그리스도를 통해 자신을 계시하시지만, 그렇게 계시된 하나님이 하나님의 전부라고는 말할 수 없으며 계시되지 않은 하나님, 즉 자신을 숨기시는 측면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숨겨진 하나님, 즉 은닉된 하나님, 알려지지 않은 하나님이라는 것이다. 이런 루터의 숨어계신 하나님과는 달리, 칼빈에게 있어서 자신을 스스로 감추시는 하나님의 은닉성은 신적 계시나 본성과 연관된 개념이 아니라 신자가 살아가면서 하나님의 가까이 계심과 멀리 계심을 느끼게 되는데 바로 멀리 계심을 느끼는 순간을 의미한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자신을 스스로 숨기신다는 것은 칼빈에게 때로는 하나님의 심판을, 때로는 연단을 의미한다. 루터가 말하는 “숨어계신 하나님”이라는 개념 속에는 이와 같은 심판이나 연단이 없다. 


번역은 네덜란드어에서 독일어로 번역된 독일어 판이 한글 번역의 원본이라는 점, 번역된 책의 번역, 즉 중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훌륭한 번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들이 있다면 칼빈의 제자인 “베자”(Beza. 그의 출신 국가를 따라 불어식 이름은 “베즈”임)의 이름을 독일식인 “베차”로 읽는다든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혹은 “게으른”을 의미하는 라틴어 형용사 “otiosus”와 “복된 삶”을 의미하는 라틴어 문구 “beata vita”의 번역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 “무로부터의 창조”를 의미하는 유명한 라틴어 문구 “creatio ex nihilo”를 “무로부터의 피조물”로 번역했다는 점 등이다. 결정적인 오역도 눈에 띈다. 391 페이지 3-6째 줄에 “칼빈은 이 저작[=기독교 강요]을 자기 신학의 요점정리가 아니라 <시편 주석>에 대한 신학사전으로 구상했다. 그는 타고난 저술가가 아니었고 그래서 <기독교 강요>는 절대 그의 신학의 완전한 모습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번역한 부분의 원문을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칼빈은 이 저술을 자신의 신학의 요약으로 의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석들을 위한 신학 사전으로 의도한 것이다. 칼빈은 한 권의 책의 사람이 아니며 따라서 <기독교 강요>는 결코 그의 신학에 대한 완벽한 형상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러한 아쉬운 점들에도 불구하고 장호광 교수가 번역한 셀더르하위스 교수의 <중심에 계신 하나님>은 충분히 일독할 가치가 있다. 왜냐하면 이 책 한 권으로 독자는 칼빈의 <기독교 강요>가 아닌 그의 <시편 주석>을 통해 칼빈 신학 사상 전체를 새롭고 신선하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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