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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이번 기획기사는 '제68회 총회상정안건분석'입니다. 총회는 교회의 가장 넓은 치리회인데 총회회의야말로 교회의 자태를 잘 드러냅니다. 총회에 상정된 안건 하나 하나가 현 교회의 모습과 우리 시대의 도전을 잘 담고 있습니다. 총회를 통해 교회의 교리, 예배, 정치가 하나되어 거룩한 공교회가 우뚝 서기를 바랍니다. 총회가 교권이 횡횡하는 곳이 되지 않고, 총회의 결정 하나 하나가 교회를 든든히 세우고, 신자를 위로하고, 우리 사회마저 새롭게 하기를 바랍니다. - 편집장 주

 

 

 

“후보자격을 위한 임직 연한을 줄여 달라!”는 청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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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우 교수

(고신대 개혁주의학술원)

 

 

금번 총회에 올라온 안건이 전년 대비 65%가 줄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안건이 줄면 총회 기간도 단축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그런 안건은 아직 없는 듯하다. 노회별로 총회에 상정할 안건을 미리 올리기 때문에 총회 기간을 안건의 총수와 비중에 따라 미리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안건 가운데 “장로부총회장, 이사 감사의 후보조건인 장로임직 연한을 각각 15년에서 12년으로, 10년에서 7년으로 줄여 달라”는 것이 있다. 총회나 총회 소속 기관을 섬기는 임원이 될 장로후보 가운데 ‘부총회장’과 ‘이사’와 ‘감사’의 자리에 추천될 장로후보들은 “임직 후 15년(혹은 10년)”이 지난 장로로 제한한 것을 줄여 달라는 안건이다.

   이런 규정이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분명 이 규정과 관련하여 어떤 보편타당한 나름의 근거가 있었을 것이다. 그 특별한 이유와 근거란 아마도 임직한지 오래지 않은 장로가 그 자리에서 일하기에는 아직 미숙해 보인다는 것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만일 그런 이유라면 후보자격으로 임직 연수를 고려해 봄직도 하다. 일을 잘 해보겠다는 것이니까.

   하지만 ‘15년’ 혹은 ‘12년’ 같은 임직 연수를 제한하는 규정은 대표적인 잉여 규정에 해당한다. 그런 규정을 만들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총회 일이 장로의 임직 연수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장로 ‘부총회장’의 후보자격으로 ‘총회 참석 몇 회 이상’이라고 규정하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

   총회 산하 기관에서 이사나 감사의 일을 잘 해내는 것과 장로 임직 기간의 길고 짧음이 도대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길이 없다. 이런 점에서 총회든 노회든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상식적이라 보기 어렵다. 그 자리를 봉사하는 자리가 아닌, 특별하고 권위 있는 자리라 여기기 때문에 그런 규정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한 마디로, 그 자리에 오르고 싶은 후보가 너무 많아서 줄여볼 심산으로 만든 고육지책의 규정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총회나 노회에서 그와 같은 자격제한을 하는 경우에는 그 자리를 대단한 자리라 생각하고 그런 자리에 오르는 사람 역시 그 자리에 걸 맞는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생각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임원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더 좋은 자리와 덜 좋은 자리, 높은 자리와 낮은 자리가 있다는 차별과 함께 계급의식이 생기는 것이요, 나아가 그 계급의식을 당연시하는 것이요, 결국 그 계급의식에 사로잡히는 노예가 되는 것이다. 분명 봉사하는 자리인데 봉사는 사라져버리고 권위만 남게 된다.

   자격을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 때는 누가 봐도 보편타당하고 상식적인 이유와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임직 연수로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참으로 웃기지만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웃을 일이 아니라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아니 신앙적으로 생각해보아야 한다. 특히 거의 매년 총회의 총대로 참석하는 총대원일수록 더더욱 깊이 고민할 수 있길 바란다.

   차제에 그와 같은 유치한 규정들은 아예 정리하고 없애는 것이 좋다. 개혁신학의 기본 원리는 ‘목사 위에 목사 없고 목사 밑에 목사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원리는 미국장로교가 부목사 제도를 허용하면서 허물어지고 말았다. 물론 당시 부목사는 오늘날 부목사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오늘날 부목사는 그야말로 목사가 아니다.

   장로도 마찬가지다. 장로 위에 장로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웃기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아주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거의 모든 교회에는 ‘수 장로’(?)가 있다. 이것이 당연하다면 차라리 헌법에 ‘수 장로’라는 용어를 신설하든가! 지금은 목사 세계에도, 장로 세계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갑을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 교회도 그런 세속 사회와 한 치의 오차 없이 동일하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장로 부총회장 자리가 세상적인 가치관으로는 다른 장로 임원의 자리보다 더 높을지 모르나, 신앙적인 눈으로 보자면 더 낮아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더 많이 더 열심히 섬기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이런 생각을 ‘원론’적이라 비판하며 비웃을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 같다. 그들은 아마도 ‘누가 그걸 몰라서 가만있나?’, ‘그거야 이론이지.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냐!’, ‘되지도 않을 말장난 그만하지!’, ‘너도 총대가 되면 그런 소리 안할 걸.’ 등등 참으로 비웃을 말들이 많을 것 같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르지 않듯이 아는 것부터 하나씩 실천하면 된다.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요령을 부리기보다 비록 남들이 알아주지 않을지라도 기본적인 원리를 무시하지 않고 실천해나가는 삶이 하나님 앞에서 훨씬 백배, 아니 천배 낫다. 장로 임직 연수를 후보조건으로 하는 규정은 개혁주의 정신과 상충되는 개악이다. 교회가 뽑고 노회가 승인하여 장로로 임직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장로의 자격을 모두 갖춘 것이다.

   그러므로 비록 임직한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장로라 할지라도 성경의 원리에 따라 규정대로 세워졌다면 그는 어느 자리에서든 장로의 품격을 결코 잃지 않을 것이다. 일이 조금 서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심과 믿음으로 임한다면 장로가 할 수 있는 어떤 일도 해낼 것이다. 왜냐하면 그를 교회의 장로로 세우신 하나님께서 그에게 맡기신 일을 잘 해나가도록 함께하셔서 도우실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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