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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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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획기사는 '부목사'입니다. 개 교회의 부목사 위치가 심각합니다. 개혁교회의 직분원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직분의 동권'인데 부목사라는 호칭에서부터 우리는 그 원리에서 빗겨나 있습니다. 부목사의 현실에 대한 다음의 글을 익명으로 싣는 것도 그 현실의 한 방증일 것입니다. - 편집위원장


*이 글은 현재 부목사로 교회를 섬기고 있는 본인 및 동료들의 실제 경험에 비춘 현실 기술입니다. 부목사 제도에 관한 실태 분석과 구조적 문제 해결 방안 마련을 위한 조야한 자료로 사용되길 바라면서 최대한 사실을 기반으로 과장 없이 쓰도록 하겠습니다. 단 제시된 사례들을 모든 교회로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일은 불합리합니다. 하지만 몇몇 행태를 통해 부목사의 현실적인 포지션과 문제점 파악에는 하나의 자료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모든 가족들의 기대와 교회의 격려 속에 한 사람이 목사로 세워집니다. 이제 말씀의 봉사(행 6:4)에 전적으로 투신하며 교회를 건덕하리라 다짐하며 목회현장으로 뛰어들죠. 그러나 막상 부임한 교회에서 받은 직함은 목사가 아닌 부목사입니다. 직무에 있어서도 성경이 목사에게 기대하는 이상적인 사역들보다 일면 허드렛일에 해당하는 업무들이 주를 이룹니다. 운전, 건물 관리, 회계, 행사 기획 등. 꼭 목사가 아니라도, 아니 목사보다 월등한 재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들이 분배되지 않은 채 부목사에게 짐 지워집니다. 과연 부목사는 교회에서 어떤 사람일까요?

부목사, 명칭에서 배어나오는 직제주의의 향기

역사적인 고백서들 가운데 부목사에 대한 이해가 있을까? 적어도 본인이 배운바 명시적으로 언급된 곳은 없는 것으로 압니다. 다만 벨직 신앙고백서 31장 목사의 동등성 선언을 통해 목사 간 차별에 대한 당대의 현실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는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따른 목사는, 그가 어떤 형편에 있든지 간에 유일한 목자요 교회의 머리되신 그리스도를 섬기는 모든 목사들과 같이 동일한 힘과 능력을 가지는 것이다.”


종교개혁의 열매인 개신교를 구교와 구별 짓는 현저한 요소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직제주의에 대한 개혁입니다. 교황으로부터 수도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급으로 성직이 존재하며 위계를 형성한 구교와 달린 개신교는 그 옛날 네덜란드인 선배들의 고백처럼 교회의 봉사자인 목사 상간의 평등을 일구며 직제주의를 혁파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 교회, 교단은 어떨까요? 헌법이 제시하는 목사의 칭호는 모두 10개인데, 그 대부분은 목사의 직임 내용에 따라(위임, 전임, 전도, 기관, 종군, 선교사 등) 혹은 목사의 직무 수행 상태에 따라(무임, 은퇴, 원로) 칭호를 부여합니다(교회정치 제5장 42조 목사의 칭호). 다만 “둘째, 다음, 보좌함, 시중” 등의 의미를 지닌 부(副)가 붙은 부목사는 그 명칭에 있어서부터 목사와는 다른 위계에 속한 직분자인 것처럼 느끼게 합니다. 더욱이 칭호와 함께 달린 설명은(담임 목사를 보좌하는 목사이다)은 부목사가 일종의 아랫 목사라는 인식을 교회에 심어주기 알맞습니다. 구교를 개혁하며 직분자간의 평등을 쟁취해낸 개혁의 정신과 달리 오늘날 우리의 부목사 제도는 그 명칭과 임무 설명에서부터 직제주의의 향기를 흩날리고 있는 것입니다. 

부목사의 현실적 포지션을 가늠하게 해주는 사례

저는 개인적으로 부목사가 담임목사를 보좌하는 일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성경과 헌법이 제시하는 목사의 직무들이 부목사에게 책임 지워지지 않는 것은 대단히 유감입니다. 실제 현장에서 부목사가 과연 ‘목사’로서 교회의 인정을 받고 책무를 수행하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사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권위를 중심으로

a. 목사는 교회의 청빙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부목사는 거의 청빙이 없습니다. 구인 공고와 면접을 통해 채용합니다. 효율적이긴 하지만 목사를 소명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채용과정에서도 청빙위원회라든가 당회의 간섭은 전무합니다. 담임목사 전권에 의해 채용 합격이 결정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교회의 목사가 아닌 철저히 담임목사 보좌진으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런 부목사가 법이 말하는 목사로서의 권위를 갖기란 쉽지 않습니다.

b. 당회에서 정당한 발언을 했던 한 부목사에게 앞으로는 침묵하라고 지도하는 담임목사를 본적이 있습니다. 노회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선배들의 연륜과 노하우를 존중하지만 발언 자체가 금기시 되는 분위기는 분명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노회원으로 참석한 부목사들이 회의 대신 점심 식사 서빙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습니다. 각종 회의의 회원이며 발언권이 있지만 침묵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c. 교회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의 차량 운행이 부목사들에게 맡겨져 있는 경우를 지금도 봅니다. 심지어 월요일 휴무까지도 순번제로 운행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d. 교역자 회의석상에서 상스러운 욕과 폭력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친구인 어느 부목사는 자기 눈앞에서 뺨을 맞고 사무원 앞에서 발로 차이는 수석부목사의 모습을 보고 부임 3일 만에 사임한 경우도 있습니다. 극소수이지만 분명히 현실입니다.

사역을 중심으로

이상의 사례들은 부목사의 권위, 위치에 관해 우리가 현실이 어떤지 추측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습니다. 권위의 문제가 이런 현실이다 보니 목사로서의 책무 역시 부목사에게는 잘 부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a. 어느 교회에 막 부임한 동료 부목사는 일과 내내 진행되는 교회 인테리어 공사에 투입되어 벽지를 바르고 콘크리트를 섞었습니다. 얼마든지 교회의 잡일을 할 수 있지만 잡일만 하는 건 문제입니다. 목사로서의 주효한 봉사보다 허드렛일에 시간과 정력을 집중시켜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b. 꽤 부촌에 세워진 모교회의 부교역자들은 일 년이 지나도 설교 횟수가 겨우 손에 꼽을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말씀의 봉사자로 교회가 안수하여 세웠지만 주일 오전, 오후, 수요기도회, 심지어 새벽기도 설교조차 담임 목사가 독점하는 바람에 몇 번 안 되는 나머지 기회를 많은 부목사들이 나누어 설교합니다. 성도들도 부목사의 설교는 낮은 급으로 여기고 원하지 않습니다. 권위의 실추에서 비롯하여 사역에까지 이어지는 연쇄 효과입니다.

c. 설교를 자주하는 편인 본인의 경우라도 주일 오전예배 설교를 했던 기억은 한 번밖에 없습니다. 대부분 교회는 주일 오전예배 설교를 부목사에게 맡기지 않습니다. 결국 부목사는 오전예배 설교 봉사 경험이 거의 전무한 채로 담임 목회를 시작합니다. 의사들의 경우 핵심 과업인 수술을 레지던트도 집도하지만 부목사는 가장 핵심적이고 긴요한 사역에서 거의 언제나 배제됩니다.

복리 후생 등을 중심으로

정당한 권위를 소유하지 못하고 마땅한 의무를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목사가 받는 대우 역시 제한적입니다. 

a. 제가 경험한 교회들은 모두 가족에 따른 수당을 지급하였습니다. 그 금액이 미미하여(1인당 35,000원 수준) 큰 도움은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교회의 배려를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가족 수에 따른 배려가 부족합니다. 심지어 자녀가 많으면 가족 수당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여 부교역자로 청빙이 곤란하다는 푸념이 부목사들 사이에선 공공연합니다.

b. 담임목사와 부목사를 청빙함에 있어 드는 비용 및 사례의 차이는 일종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부목사로 하여금 목사의 본질적 사역이 아니라 앞으로 큰 목회, 성공 목회를 꿈꾸며 지금을 감내하게 만드는 이상한 구조를 양산해 내고 있습니다. 고진감래 수준으로 목회사역이 변질 되는 것입니다. 

이상의 이야기들은 모두 저와 제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입니다. 저는 부목사가 무조건 억압받는 약자 그룹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하루 기준 노동시간을 초과한 채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이라고 말할 생각은 더더욱 없습니다. 하지만 목사로서의 권위와 사역이 그 많은 부목사들에게는 그다지 부여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운 것은 사실입니다. 부목사, 이미 한국 교회의 당연한 제도로 자리 잡은 이 직분을 지금 와서 없애거나 강도 높은 개혁으로 교정하는 것은 쉬이 교회를 피곤하게 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부목사 역시 “목사”라는 사실을 모든 교회가 신중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이제는 가져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질문을 던지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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