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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월간 생명나무 (월간 고신) 2022년 9월호에 실린 글로 필자의 허락을 받아 이곳에 올립니다. - 편집장 주



힘들 때 함께 기도할 수 있어야 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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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충원 목사

(한밭교회 부목사)

 


   살다 보면 정말 예배할 기분이 아닐 때가 있습니다. 특히 주일 아침에 누군가와 다투거나 화를 내기라도 하면 마음이 상하기 쉽습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예배하고 교회 봉사를 한다면 그런 모습이 오히려 더 위선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합니다. 주일을 성수(?)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의식이 있어서 공 예배는 빠지지 않더라도, 마음이 힘들면 가정예배는 쉬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그래도 자녀가 어릴 때는 비타민 같은 자녀와 함께 찬양하고 기도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날 때가 있지만, 자녀가 곰 같이 자라서 사춘기에 접어들어 말문을 닫아버리거나, 변성기라서 찬양도 하지 않게 되면 가정예배를 인도하는 것조차 정말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심지어 자녀들 사이에 갈등과 다툼이 있거나, 예배 전에 잔소리라도 한 경우에는 가정예배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저도 마음이 힘들어서 예배하는 것조차 힘들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편 51편 17절 말씀이 저를 살렸습니다. “하나님께서 구하시는 제사는 상한 심령이라 하나님이여 상하고 통회하는 마음을 주께서 멸시하지 아니하시리이다.” 다윗이 밧세바의 일로 지은 죄가 드러나서 심히 마음이 깨지고 무너지고 고통스러웠지만 그 마음을 그대로 가지고 하나님께 회개하며 나아갔을 때 하나님은 그를 멸시하지 않으셨습니다. 그의 상한 마음을 제물로 받아주셨고 품에 안아주셨습니다. 하나님은 예배하는 자들을 찾으신다고 하지요(요 4:23)? 저는 하나님께서 상하고 깨어진 마음으로 예배하는 자들을 찾으시고 안아주신다는 것, 그런 예배자를 기뻐하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이후로는 마음이 상하고 힘들 때마다 예배를 더 사모하게 되었습니다. 찬송을 부르다가도 갑자기 벅차오르는 은혜에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기도 중에 따뜻하게 만져주시는 성령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특히 새벽기도를 좋아하는데, 그 시간에는 하나님을 독대할 수 있습니다. 새벽마다 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습니다. “아버지, 저 너무 힘들어요. 도와주세요. 불쌍히 여겨주세요.” 그러면 마치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잘 왔다. 힘들지? 네 맘 안다. 푹 쉬다 가렴.” 
 

   성도들은 기쁜 일이 있을 때도 제게 연락을 하지만, 슬픈 일이 있을 때도 연락을 합니다. 성도에게 기쁜 일이 있으면 참 감사하지요. 함께 기도한 일에 하나님께서 선하게 응답해 주셨을 때 함께 감사의 제목을 나누며 기뻐하는 것은 목회자의 보람입니다. 그런데 슬픈 일이 있어서 연락할 때 저는 더 고맙습니다. 슬플 때 저를 기억하고 연락하는 이들을 절대로 부담스러워하거나 귀찮아하지 않습니다. “내가 뭐라고 힘들고 그렇게 괴로울 때 나를 찾았을까?” 그럴 때마다 그 영혼에 대한 주님 주시는 사랑과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며 더욱 마음을 다해 기도하며 섬기게 됩니다.
 

   가정예배도 그렇습니다. 가족이 하나님 앞에 함께 모여서 말씀을 나누고 기도할 때, 기쁨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슬픔도 나눕니다. 성공한 것만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한 것도 이야기하고 하고, 근심과 걱정도 함께 나눕니다. 특히 저부터 솔직해지려고 노력합니다. 힘든 일이 있더라도 가정예배 시간에는 가족에게 숨기지 않습니다. 하나님 앞이라고 생각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걱정되는 일도 이야기하고 기도를 부탁합니다. 화가 나고 힘든 일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며 기도를 부탁합니다. 그러면 가족은 함께 기도해줍니다. 
 

   삼형제도 기도제목을 서로 나누며 기도하는 것이 좋다고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말합니다. 둘째 아이는 가족이 정기적으로 모여서 서로의 기도제목을 나누며 기도해주는 것을 통해 가족이 공동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셋째 아이는 점점 더 바빠져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어서 그런지, 가족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도 모르며 살 수 있는데, 가정예배를 할 때마다 부모와 형들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고, 가족 앞에서 자신의 문제도 털어놓으면서 자기의 마음도 편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힘들어하는 일을 가족이 함께 이해해주고 관심을 가지며 기도해준다는 사실이 막내에게는 위로가 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첫째 아이는 올해 대학에 입학하여 객지에서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는데, 주변 친구들이 입시에서 벗어난 해방감에 젖어 술을 마시며 방탕한 생활을 하는 것을 보면서,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것이 도대체 어떤 삶일까 고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SNS를 통해 가족과 기도제목을 주고받으면서, 예전에 가족과 함께 살 때 기도제목을 나누며 기도하던 순간들이 떠올랐고, 비록 다른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영적으로는 마치 한 식탁에 마주 앉아 예배드리고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첫째 아이에게는 가정예배의 추억이 하나님을 의지했던 과거의 모습을 생각하게 하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사명을 다짐하게 하는 매개체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울에서도 신앙을 나누며 교제할 수 있는 동역자들을 찾게 되었다고 합니다.
 

   요즘에는 가족과의 관계가 그리 친밀하지 않은 가정이 많아서 ‘가족보다 가까운 친구나 이웃’이 많다고 합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보다는 가까이 있으면서 마음을 나누며 교제할 수 있는 친구나 이웃이 더 친밀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선물해 주신 언약 공동체인 가족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하나님 앞에서 함께 마음을 나누며 기도할 수 있다면 그런 가족은 어느 이웃이나 친구보다 소중합니다. 이런 언약 공동체가 성도의 교제를 통하여 온 세상에 확장되어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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