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의 세습을 슬퍼하며
손재익 목사
(한길교회)
2017년 11월 12일 명성교회(강동구 명일동)가 세습을 완료했다. 아들에게 물려주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는 김삼환 목사의 말과 세습 금지는 역사가 요구하는 바요 총회가 이미 결의한 바이기 때문에 당연히 따라야 한다는 김하나 목사의 말은 거짓이었다. 오히려 논란을 잠재운 뒤에 조용히 세습을 준비했고, 결국 완성했다.
명성교회는 현재 내가 목회하고 있는 한길교회(강동구 길동)로부터 8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한길교회는 명성교회와 가장 가까운 고신교회다. 그래서인지 마치 옆집에서 일어난 사건처럼 느껴진다.
명성교회는 그 주변에서 단연 독보적(?)이다. 명성교회는 등록교인 10만 명이다. 명성교회가 위치한 강동구의 인구가 44만이다. 명성교회 출석교인들의 거주지가 다양하겠지만, 강동구만으로 제한하더라도 강동구민의 4명 중 1명이 명성교회 교인이라는 의미다. 명일동에 살면서 명성교회에 안 다니면 장사를 할 수 없을 정도다. 명성교회 인근 식당에 가면 김삼환 목사의 사인이나 글귀가 게시된 곳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명성교회 세습의 주체는 김삼환과 김하나 목사 두 사람이지만, 세습의 궁극적 주체는 명성교회 교인이다. 장로교회의 절차상 당회가 목사를 청빙해야 하고, 공동의회에서 교인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 세습은 불가능하다. 이 절차에 있어서 명성교회 교인들은 하나같이 반대하지 않았다. 위임식 때 교인들이 행하는 서약에서 우렁찬 목소리로 서약에 답했고, 김하나 목사의 인사에 대해 기립박수로 환영했다. 세습은 무효라는 한 참석자의 선언을 난동 꾼의 발언 정도로 무시했고, 그가 양복 입은 사람들에 의해 끌려 나갈 때에 왜 소란을 피워서 난리야 라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세상 언론의 인터뷰에서 한 장로는 왜 남의 교회 일에 간섭하느냐고 말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것은 세상 사람들은 비웃는 이 일에 대해 오히려 그리스도인들은 왜 이렇게 하면 안 되느냐고 항변한다는 점이다. 세상언론에서도 비난하는 이 일에 대해 성공적으로 목회한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왜 나쁘냐고 말하는 그리스도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명성교회 교인들 대부분은 세습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김삼환 목사는 하나님께서 세우신 능력의 종이요, 그 아들 역시 마찬가지다.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 외에 다른 목사를 찾으려고 하지 않았다. 통합 교단의 목사 숫자가 18,000여명에 이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세습이 오히려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세상의 비난은 김삼환과 김하나에게로만 향하지 않는다. 한국교회와 예수 그리스도께로 향한다. 불신자들에게 한국교회는 상식도 없는 집단이 되어 버렸다.
이제 앞으로 “예수 믿으세요”라는 전도 메시지에 대해 “너나 잘 하세요”라는 조롱을 들어야 할지 모른다. “그런 기독교는 안 믿을래요”라는 말을 들어야 할 처지가 되었다. 명성교회는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해서 부흥(?)할지 모르지만, 한국교회는 쇠락할 것이다.
기독교 복음이 들어온 지 130여년 되는 시점에 복음이 더욱 무르익어 결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한국교회에 참된 복음이 있는지를 되물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교회란 무엇이며, 세상과 교회가 다르다는 말은 무엇이며, 공교회란 무엇인지, 목사라는 직분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는 슬픈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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