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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대한 기독교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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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익 목사

(한길교회)

 

 

   전쟁은 참혹하다.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서 전쟁은 단 한 순간도 끊이지 않았다. 윌 듀런트에 의하면 인류 역사상 전쟁이 없었던 햇수는 고작 29년이다. 없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존재하는 것이 전쟁이다.

   20세기의 양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인류 전체에게 팽배했다. 그럼에도 그 이후 전쟁이 지구상에서 멈춘 것은 결코 아니었다.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이라크전쟁 등 전쟁은 계속 이어졌다. 한동안 평화가 가득한 것처럼 느껴지던 21세기. 전 세계가 팬데믹으로 고통받고 있는 순간에도 전쟁이 일어났다. 2022년 2월 24일(목)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기독교는 전쟁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까? 성경은 제6계명에서 “살인하지 말라”고 했으니 금지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창세기 9:6은 “다른 사람의 피를 흘리면 그 사람의 피도 흘릴 것이니 이는 하나님이 자기 형상대로 사람을 지으셨음이니라”라고 말하고 있다. 전쟁은 다른 사람의 피를 흘리는 일이다. 그러니 성경은 전쟁을 금하고 있는 것 아닐까?

 

   정통 기독교의 관점에서 이단에 속하는 ‘여호와의 증인’은 집총거부(執銃拒否)를 한다. 성경에서 살인을 금하고 있으니 살인의 수단이 되는 총을 집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래서 군대에도 가지 않는다. 군대의 존재 목적 자체가 전쟁에 있으니, 전쟁을 살인으로 본다면 군대를 가는 것 역시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양심적 병역거부(Conscientious Objection to Military Service)라고 해서 군대에 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종교적 이유는 아니지만, 전쟁을 통한 살인에 반대하여 군복무를 거부하는 이들이다.

 

 

전쟁에 대한 기독교의 입장 3가지

 

   전쟁과 관련해서 기독교에는 크게 3가지 견해가 있다. 평화주의(Pacifism), 대의전쟁론(or 성전론(聖戰論, Holy War Theory)), 정당전쟁론(正當戰爭論, Just war theory)이다.

 

A) 평화주의

   평화주의(Pacifism)는 그 어떤 이유로도 전쟁을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평화가 최고의 이념이기 때문에 절대로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하나님은 평화를 아주 중요하게 여기시고, 예수님을 평화의 왕이라고 하는 것처럼 어떤 이유가 있어도 함부로 평화를 깨뜨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은 초기 기독교에서 주로 나타났는데, ‘이그나티우스’(Ignatius of Antioch, ?~약 110년)는 “예수님께서 온갖 모욕과 고통을 당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까지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들을 위해서 기도하셨던 것을 본받아야 한다”고 하면서 전쟁보다는 평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테르툴리아누스’(Quintus Septimius Florens Tertullianus, 약 155년~약 230년)는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았으므로 제6계명을 어겨서는 안 되고, 그러므로 사형이나 전쟁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라고 했다. 15세기 재세례파 그룹 중에서 메노 시몬스로 시작된 메노나이트교회 역시 평화주의를 주장했다. 현대에 와서는 존 요더(John Howard Yoder)와 같은 재세례파가 평화주의의 입장을 취한다.

 

B) 대의전쟁론

   대의전쟁론은 상대방이 선제공격(先制攻擊)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어떤 대의(大義), 즉 큰 목적을 갖고 있는 전쟁은 용납할 수 있다는 견해다. 이 견해는 과거 십자군 전쟁을 하는 사람들이나 이슬람에 속한 사람들이 주로 주장하는 견해로, 성전론(聖戰論, Holy War Theory)이라고도 한다.

 

C) 정당전쟁론

   정당전쟁론(正當戰爭論, Just war theory)은 가급적 전쟁은 안 하는 것이 좋지만, 절대로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특별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정당한 사유라는 것은 여러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만 한다. 6가지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다.

 

i) 정당한 원인이 있어야 한다. 즉 상대방이 먼저 침공했기 때문에 그것을 방어하기 위한 것일 경우에만 정당전쟁이다.

ii) 전쟁은 단순한 복수의 목적이 아니라 평화를 회복하려는 의도가 있어야 한다.

iii) 정의의 수호를 목적으로 해야 한다.

iv) 합법적인 기관과 사람에 의해 수행되어야 한다.

v)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vi) 민간인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 등이다.

 

이럴 경우에만 전쟁이 가능한 것이고 그 외에는 해서는 안 된다.

 

   이 견해는 암브로시우스를 이어서 대표적으로 ‘아우구스티누스’(Sanctus Aurelius Augustinus, 354년~430년)가 주장해 오던 것으로 영토, 국민,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서 방어적 목적을 가지고 전쟁을 하는 것은 용납된다고 본다.

   이 견해는 이후에 루터나 칼뱅 등의 종교개혁자들이 계속해서 이어왔으며 기독교의 주류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칼뱅은 『기독교 강요』 제4권 제20장 11절에서 ‘정부의 전쟁수행권’(On the right of the government to wage war)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왕과 국민은 때로 공적인 보복을 수행하기 위해서 무기를 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런 근거로 수행되는 전쟁을 합법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전쟁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

 

   기독교 역사상 있었던 3가지 입장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성경적일까? 이 문제는 어떤 특정한 성경구절을 통해서 해결할 수는 없다. 성경에는 전쟁에 관한 특별한 말씀을 하고 있는 곳이 거의 없다.

   그래서 개혁주의 신학이 취한 입장인 정당전쟁론이 성경적이라는 전제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를 생각해 보자.

   첫째, 이 세상에 전쟁 자체가 없을 수는 없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면 평화주의가 최고다. 그 어떤 경우에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 사회가 있을 수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세상에는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이 항상 공존한다. 그렇기에 전쟁은 있기 마련이다. 또한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기독교인이라 하더라도 전쟁은 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기독교인이라도 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기독교인이 성경대로 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부패한 인간의 죄성을 생각한다면 전쟁이 없는 세상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정당전쟁론이 성경적으로 좀 더 낫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정당전쟁론이 전쟁 찬성론은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평화주의의 이념에 동의한다. 전혀 전쟁이 없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없다고 가정하고 정당전쟁론을 주장한다면 그것 역시 평화주의와 다를 바가 없다. 모든 국가가 다른 나라를 침공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이 세상에 전쟁은 없을 것이다. 모두가 정당전쟁론을 지지한다면 그것이 결국 평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원리에 따라 기독교회는 역사적으로 ‘정당전쟁론’(正當戰爭論, Just war theory)을 지지해 왔다. 비록 살인을 하면 안 되지만, 그래서 ‘평화주의’를 궁극적으로 지향하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평화주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당한 사유에 따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쟁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오늘날의 국제법도 기독교의 전쟁에 대한 관점에 근거해서 정당전쟁론을 받아들이고 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가르침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23장 제2절은 칼뱅의 『기독교 강요』 제4권 제20장 11절에 나오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23장 국가 위정자(爲政者)에 관하여

 

2. 그리스도인이 공직자로 부름 받을 때, 그것을 맡아 수행하는 것은 합법적이다.2) 그들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그 나라의 건전한 법에 따라 하되, 특별히 경건과 공의와 평화를 유지하여야 하며,3) 이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지금의 신약 시대에도 정당하고 부득이한 경우에 합법적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4)

 

2) 잠 8:15,16; 롬 13:1,2,4 3) 삼하 23:3; 시 2:10-12; 82:3-4; 딤전 2:2; 벧전 2:13 4) 눅 3:14; 딤후 2:4; 행 10:1-2; 롬 13:4; 계 17:14,16

 

 

결론

 

   전쟁은 안 하는 것이 좋다. 그 어떤 경우에도 사람을 죽이는 것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분명히 전쟁은 악한 것이다. 전쟁은 생명과 인체의 엄청난 손실을 가져다주며 수많은 고아와 과부를 양산해 내고, 엄청난 경제적 재난을 가져다준다. 그렇기에 절대로 전쟁은 잃어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 세상은 악하여서 완전한 평화가 없다. 누군가가 전쟁을 일으킨다. 이때 자기 방어로서의 전쟁은 어쩔 수 없다. 자기 방어로서의 전쟁에 참여하게 될 경우에 그리스도인 군인은 마땅히 전쟁에 참여해야 한다. 그 전쟁은 사람을 죽이는 것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의 살인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선의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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