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부터 해결하고 4차로 넘어가자
황원하 목사
(산성교회 담임)
고신 교단은 자랑할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우리가 가진 영적, 인적, 물적 자산은 많은 이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더욱 노력해야 한다. 만족하는 순간에 발전이란 없어진다.
얼마 전부터 교계는 4차 산업 시대에 교회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세미나를 여럿 개최했다. 하지만 3차 산업시대에 속한 것들을 여전히 시행하지 않으면서 4차 산업시대를 논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새해가 시작되었다. 펜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여건들이 갑자기 바뀌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필자는 교단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이것들은 모두 3차 산업시대에 속한 것들이다. 이런 것들부터 해결한 후 4차 산업시대를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우리 교단이 이런 일들을 시행한다면 편리하고 효율적이며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교단 행정 전산화
일전에 기독교보에 필자가 시무하는 교회의 송태경 목사가 쓴 ‘총회 전자 문서 시스템 구축 제안’에 관한 글이 실렸다. 이는 매우 적실한 글이었다. 교역자들(담임목사 외에)이 임지를 옮기고자 할 때 노회 임원회가 열리는데, 이때 시간과 비용이 제법 들어간다. 하지만 이명 청원 시에 총회 홈페이지에서 청원 당사자, 양쪽 당회장, 그리고 노회 서기 등 관련자의 승인을 얻으면 일이 쉽게 처리된다. 만일 이명 과정에 문제가 있으면 임원들이 심의한 후 결정하면 된다. 또한, 총회 사무실에 소속증명서나 직인 증명서 같은 문서를 요청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금과 같은 시대에 우편으로 문서를 받을 필요가 있을까? 국가 기관에서도 요즘 웬만한 문서는 집에서 출력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건 마음만 먹으면 당장 시행할 수 있다.
교단 주소록 어플 제작
매년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에 교단 주소록이 발간된다. 교단 주소록 발간 시점이 왜 이때인지 의문이 들지만, 필시 이런 복잡한 책을 만들어야 하는 당사자들의 고초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연중 많은 교역자가 임지를 옮기고, 장로들이 은퇴를 한다. 따라서 주소록 제작 후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인적 사항의 변동이 발생한다. 만일 종이책 주소록을 종전과 같이 제작한다고 하더라도 여기다 스마트폰 어플(앱)을 만들면 훨씬 효용성이 좋아질 것이다. 주소 관련 데이터가 이미 있으므로 어플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가 않다. 어플은 업데이트가 신속하고 편리하기에 신상의 변동 사항을 즉각 반영할 수 있다. 더욱이 종이책은 이동성이 어려워서 출타했을 때 연락처를 알려고 하면 불편하기에 어떤 이들은 주소록을 스캐닝하여 PDF 형태로 만들어 스마트폰 등에 저장해서 다니는데, 어플을 만들면 이런 불편함이 깔끔하게 해소된다.
메타버스 학교
최근에 미국의 한 신학교가 온라인 캠퍼스 형태로 한국에 진출했다. 한국에 살면서 미국 신학교의 강의를 들은 후 그 학교의 학점을 이수하고 졸업장을 얻을 수 있게 했다. 강사는 미국 본교 교수진 그대로이고, 강의 영상 품질도 훌륭하다. 지금 이런 일이 전세계적으로 많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팬데믹 시대에 이런 현상은 더욱 보편화될 것이다. 일반대학교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른 나라에 분교를 세웠는데, 점점 버추얼 캠퍼스를 만들어서 메타버스 형태로 학교를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필시 이제는 외국에 가지 않고서도 외국 학교의 졸업생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학교뿐인가? 이미 대학 병원의 교수들이 멀리 떨어져 있는 환자들에게 화상 진료를 하고 있고, 심지어 원격 로봇 수술까지 시행하는 실정이다. 우리 교단은 한국 최고의 교수진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고신대는 온라인 강의를 많이 개설했고, 신대원도 목회대학원을 온라인으로 시행하면서 좋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메타버스 학교를 만들면 좋겠다. 그래서 국내는 물론이고 선교지에 있는 외국인 학생들도 우리 학교의 강의를 듣고 졸업장을 받을 수 있게 하면 좋겠다. 우리 학교가 메타버스 학교 구축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를 기대한다.
각종 회의도 줌으로
필자는 총회 총대가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가 300명이 안 되는데, 총회 총대 수는 500명이 넘는다. 더욱이 계속해서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겠다는 공약이 나오고 이에 관한 국민청원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필자는 총회 총대가 이렇게 많이 필요한지 참으로 궁금하다. 게다가 총대들의 연령이나 계층이 너무 편향되어 있다. 연령대를 다양화 해야 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를 등용해야 한다. 그래야 총회가 더욱 진취적이 될 것이다. 각설하고, 여기서 필자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각종 회의를 원격으로 하자는 것이다. 회의 가운데는 반드시 만나서 해야 하는 회의가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회의도 많다. 그런 회의는 줌(zoom)이나 구글 미트(google meet) 같은 것으로 하면 좋겠다. 총회 경비 중에서 회의 비용이 상당하고, 당사자들의 시간과 체력이 많이 소모된다. 원격 회의는 지금 당장에라도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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