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하 목사
산성교회 담임목사
고신총회 인재풀운영위원회 전문위원(서기)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자들의 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 온 민족이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근자에 우리 민족에게 이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 일어난 적이 있었나 싶다. 뉴스를 보거나 신문을 읽을 때마다 눈물과 한숨만 나온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아빠인데, 자식을 잃은 부모 마음을 헤아리려니 가슴이 미어터진다. 이러한 비극적인 사건 앞에서 목사들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나의 소견을 적어 본다.
1. SNS에 글을 올릴 때 조심해야 한다.
페이스 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에 유언비어를 유포하거나 근거 없는 글이나 사진(동영상)을 퍼 나르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그들은 그냥 툭툭 던지는 것 같다. 일반인들이 이렇게 하는 것이 죄악이 되거늘 진실과 정직을 생명으로 하는 목사들은 더욱 이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인들이나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페이스 북이나 트위터에 이상한 글을 남긴 후에 문제가 되어서 사과 하거나 심지어 고발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있지 않은가? 목사들이라고 해서 예외가 되겠는가? 목사들은 그들보다 더 큰 윤리를 가져야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이런 곳에 글을 남길 때에는 어떤 내용이고 간데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2. 함부로 글을 남겼다가 나중에 큰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글을 쓰는 것은 어찌 보면 매우 위험한 일이다. 말은 지나가지만 글은 남는다. 목양할 대상이 없거나 책임질 위치에 있지 않는 사람들이야 알아서 하면 되겠지만, 지금 교회를 섬기고 있거나 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목사들은 차후에 책임지지 못할 글을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페이스 북이나 트위터는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들여다보고 그 글을 빠른 속도로 옮길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언어에도 해당된다. 목사들은 사적인 대화의 자리에서도 실언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설교할 때에는 극도의 긴장감을 가지고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어떤 분들은 설교 시간에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기만 한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일견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3. 자기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내가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말하기는 뭣 하지만, 나 자신이 목사로서 목사들에게 말하고 싶다. 정말 우리가 같은 일을 하는 동역자들이기에 한마디 하련다. 제발 우리 목사들이 잘 모르는 일에 주제넘게 나서지 말자. 우리는 신학을 공부했을 뿐이며 성경을 남보다 조금 더 알 뿐이다. 우리는 교회 안에서만 일하며 신자들만 상대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물론 우리 가운데 사회생활 경험이 풍부한 분들이 있을 것이고 다른 분야에 박학하신 분들도 있을 것이지만 지금 목사로 있다면 목사로서의 신분과 위치를 알아서 오로지 목사의 일에 전념하는 것이 좋겠다. 목사가 잘 몰라도 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그냥 모르는 상태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목사가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신학 하나만 아는 것도 벅차다.
4. 말할 때와 침묵할 때를 분별하라.
목사들이 반드시 말해야 할 때가 있다. 설교할 때는 사자가 포효하듯이 선포해야 한다. 그리고 성경을 가르칠 때는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도 활기차게 말해야 한다. 또한 명백한 선과 악에 대해서는 목숨을 걸고 말해야 한다. 그것이 목사의 주 업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사로서 잘 모르는 일, 목사로서 나서지 말아야 할 일, 목사의 주제를 넘은 일,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일, 유언비어, 욕설, 근거 없는 비난, 특정한 정치적 발언 등은 자제해야 한다. 본인이 책임질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하라. 하지만 책임도 못질 거면서, 적당히 기회 봐서 치고 빠지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다면 제발 조용해 주기를 바란다. 아니면 말고, 카더라 등의 말은 목사의 품위와 인격과 신뢰성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용기와 시간은 이런 부질없는 일에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5. 목사는 언제나 겸손해야 한다.
우리 교회에는 철학을 전공하신 박사님이 계신다. 그것도 아리스토텔레스를 전공하셨기 때문에 신약학을 전공한 나로서는 그분의 학문에 상당한 흥미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그분에게 종종 철학에 대해서 가르쳐 달라고 조른다. 하지만 그분은 나에게 여태껏 철학을 가르쳐 주시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목사이고 본인은 아니니 자신이 목사를 가르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것이다. 그분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는 교수임에도 불구하고 목사에 대하여 깍듯한 예의를 갖추고 계신다. 나는 그분의 성숙한 자세를 존경한다. 우리 목사들은 그래야 한다. 우리는 우리 분야에 전문가가 되어야 하면서도 언제나 겸손해야 한다. 우리가 나이 젊어서부터 늘 남을 가르치는 위치에 있다 보니 교만해 지기 쉬운데 우리 절대로 그러지 말자. 겸손은 비굴함이 아니며 나약함도 아니다.
6. 이렇게 설교하라.
마지막으로 이런 고난의 시기에 목사들이 어떻게 설교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하겠다. 우선 이런 일에 대하여 설교할 때는 죄로 인하여 고난을 당한다는 주제를 말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은 가장 나쁜 설교인데, 수많은 희생자들을 모독하고 극심한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엄청난 분노를 심어 주는 일이다. 성경에는 범죄와 그로 인한 멸망이라는 주제가 있지만 이번 사건은 분명히 그런 게 아니다. 이번 사건은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하여 어린 아이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은 경우이다. 그러니 제발 설교할 때 그렇게 하지 말기를 바란다. 오히려 설교할 때 우리 각자의 책임 있는 삶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좋다.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개인의 윤리와 사회의 윤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그리고 희생자들의 가족들을 실제로 도울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설교해야 한다. 제발 이런 어려운 시기에는 실로암 망대 무너진 이야기를 끄집어내어서 설교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