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는 교회에서
애국가를 제창하는 것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을 가졌다. 그 이유를 특정할 수 없었으나, 역자가 처음으로 네덜란드 교회에서 예배 후 네덜란드 국가를 제창하는 것을 경험한 후 거부감의 이유를 깨달았다. 예배를 통해 역자는 출석하는 교회의 한 지체임을 느꼈지만, 네덜란드
국가를 제창하는 순간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교회의 보편성을
고려할 때 특정 국가國歌를 제창하는
것은 교회의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다. 이는 애국심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세계화의 추세를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하다. 이미 한국교회 안에도 애국가를 이질적으로 느낄 수 밖에 없는
외국인 형제 자매들이 많다.
아래의 글은 교회에서의 국가제창에 대한 캄펜신학교의
바런트 캄파이스 교수의 의견이다. 참고로 캄펜신학교가 속한 해방파 교회는 ‘국왕의 날’ 이후 첫번째 주일 예배 후 온 회중이 네덜란드 국가를
큰 목소리로 제창한다. 네덜란드의 보수적인 개혁파 교회일수록 왕족에 대한 충성심이 높다. 왜냐하면 네덜란드 개혁파 교회는 역사적으로 왕권의 비호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빌헬뮈스’ (het Wilhelmus, 네덜란드 국가國歌)를 부르지 말자
Prof.
Dr. 바런트 캄파이스 이충만 번역 오래 전
내가 목회할 당시 봉사하던 교회에서 예배가 끝난 후 회중이 ‘빌헬무스
(het Wilhelmus, 네덜란드 국가國歌)’를 제창해야할 때가 있었다. 당시 교회는 ‘빌헬뮈스’를 공예배가 끝난 직후 제창하였기 때문에 국가제창이 공식적인
예전에 속한 것은 아니었다(이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예배를 인도했던 나와 장로는 국가제창을 잊어버렸고, 나는 평소처럼 예배 후 그 장로와 악수를 나눈 후
함께 설교단 옆의 문을 통해 예배당을 빠져나왔다. 그때 한 성도가 급히 우리를 뒤따라 와 국가제창순서를
상기시켜 주었고, 마침 교회의 오르가니스트는 ‘빌헬무스’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나와 장로는 상기되어 곧장 예배당으로 되돌아
들어왔고, 헐레벌떡 들어온 우리를 본 회중은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빌헬뮈스’를 제창하였다.
나는
그때부터 교회에서 예배가 끝난 후 ‘빌헬뮈스’를 제창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으로 고민하게 되었다. 교회가 예배 중 행하지 못하는 것을 예배가 끝난 후 마치 온
회중의 의무인 것처럼 행하는 것은 일종의 꾀를 부리는 것에 불과하다. 예배 후에 행하지만, 우리는 예배에 참석한 모든 성도들이 ‘빌헬뮈스’를 제창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깜박 잊어버리고 나간 나와 장로가
다시 되돌아 와 함께 불러야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현재
내가 출석하고 있는 교회에서도 최근 ‘국왕의 날’ 이후 첫
주일에 ‘빌헬뮈스’를 온 회중이 제창하였다. 이때도 회중은 예배 후에 이를 제창하였다. 당연히 우리 네덜란드인들은
익히 가사를 알고 있기에 별반 어려움 없이 제창할 수 있다. 하지만 출석하고 있는 교회의 외국인들은
이를 힘들어 한다. 내 옆에 앉은 한 외국인 친구는 네덜란드에 수 년을 거주하였기 때문에, 곧 잘 따라 불렀다. 그러나 교회가 왜 외국에서 온 손님들로 하여금
네덜란드 국가를 따라 부르게 해야 하는가? 네덜란드
국가인 ’빌헬뮈스’ 그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 곡은 찬송가에 가까운 곡이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찬송가 작사가인 다트헤인 (Datheen)이 ’빌헬뮈스’를 작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이 곡을 찬송가로 더 이상 부르지 않는다. 엄연히 특정 국가가 되었다. 그렇다면, 국가가 된 노래를 모든 민족과 언어로부터 하나님의 백성으로
회집된 교회가 제창한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만약 교회에 네덜란드인들 만이 모여 있다면, 사람들은 이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우리가 사는 사회는 세계화 되었다. 우리는 의심의 여지없이 네덜란드인으로서 하나님을 섬기고 예배하지만, 무엇보다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라는 사실(갈라디아서 3장)을 잊어서는 안된다. 네덜란드인이든 외국인이든 교회 안에서 하나이다. 교회로 모인 우리는 그 누구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교회는
한 특정 국가를 제창함으로 인해 타국에서 왔으나 이미 그리스도 안에 하나된 형제 자매들을 배제하는 일을 피해야 한다. 네덜란드 국가를 교회 안에서 제창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