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ib van Leeuwen[1]
번역: 이충만
3. 학교, 가정, 그리고 교회의 연계성
그렇다면 개혁교회의 학교교육과 가정, 그리고 교회의 연계성은 어떠한가? 가정과 교회에서 학생들은 동일한 개혁주의 정체성을 배운다. 학교에서 마찬가지로, 자녀들은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선하신 하나님의 창조를 듣고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배운다. 이같은 신앙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은 가정에서부터 그들을 양육하는 부모로부터 이 신앙을 전수받고 배워야 한다. 또한 이 동일한 신앙을 교사들은 학교에서 가르친다. 이렇게 부모들의 양육과 교사들의 교육은 함께 작동한다. 동일한 신앙을 바탕으로 양육과 교육이 협력하여 어린 그리스도인들에게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고, 그들의 인격 형성을 돕는다.
나는 다리가 세 개인 의자를 예로 들고 싶다. 다리가 세 개인 의자에 어린이가 앉아 있다. 의자에 앉은 어린아이는 자연스레 성장한다. 그런데 아이가 나이가 들고 더 무거워지면, 아이의 무게를 못 이긴 의자의 다리들이 부서질 수 있다. 의자 다리들 또한 아이들의 성장을 지탱할 수 있도록 튼튼해야 한다. 각각의 다리가 떠받쳐야 할 지점을 든든히 받쳐 무거워지는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 세 개의 다리는 가정, 학교, 그리고 교회이다. 아이들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셋 중 어느 하나라도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의자는 부서지고 아이는 바닥에 떨어지고 만다. 가정, 학교, 그리고 교회 간의 조율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개혁교회의 학교교육에는 소위 ‘삼각형’이 자주 언급하였다. 이는 개혁주의의 교육을 ‘가정’, ‘학교’, 그리고 ‘교회’라는 삼각으로 이루어진 삼각형에 비유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축을 교육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적용하려 할 때, ‘교회’는 단지 해방파 교회만을 의미하지 않고, 보다 넓다. 이에 대해 해방파 교회회원들의 일부는 개혁주의 학교의 정체성을 상실한 것으로 여긴다. 이들은 ‘우리가 해방파 교회를 버린다면, 이는 개혁주의 교육의 삼각형이 와해된 것이고, 개혁주의 교육의 정체성을 상실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교회 현실을 차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해방파 교회에도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이견으로 내부적인 다양성이 존재한다. 동시에 동일한 문제에 대해 다른 교단들은 해방파 교회 보다도 일치된 견해를 보이기도 한다.
교육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동일한 목적과 목표를 지향하는 노력이 성공의 열쇠이다. 이는 당연히 네덜란드 개혁교회 해방파의 학교교육이 해방파 교회와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교단의 다름이 해방파 교회의 학교와 협력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히 이는 개혁교회의 학교교육의 최근 동향을 살필 때 분명하다. 단 이러한 협력작업은 해방파 교회의 정체성이 학교교육에서 끊임없이 유지되도록 하는 노력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학교는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그리스도인들을 통해’라는 구호 아래, 모든 교직원들이 개혁주의 전통에 기초한 교회의 회원이 되어야 하고, 개혁주의 전통에 입각하여 학생들을 가르쳐야 함을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이는 부모들에게도 기대되는 바이다.
해방파 교회의 학교교육과 해방파 교회들은 긴밀한 연계는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리고 더욱 긴밀한 연계성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학교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통해 해방파 교회의 목사를 초청하여 학생들과 교실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이로써 학생들은 목사로부터 학교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신앙을 배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학교는 자신들이 교회의 자녀들을 교육하며 얻은 경험과 지식을 교회와 공유할 수 있다. 이렇게 학교 현장에서 교회와 학교가 만나는 것은 교회의 자녀들을 위해 더 없이 중요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4. 채비시키는 교육
양육과 교육의 목표는 자녀와 학생이 성장하고 성숙하여 독립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에 부모와 교사는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이다. 학교의 책임은 학생들을 채비시키는 것이다. 즉 학교는 학생들에게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가르쳐, 학생들 스스로가 맞닥뜨릴 문제들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학생들에게 답을 가르쳐 주는 것으로 불가능하다. 학생들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것들을 직접 경험하고 직접 답을 찾아야 한다. 학생들은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성장통을 겪어야 한다.
중등교육과정에는 대학(universiteit)이나 전문학교(hoogschool)를 진학하고자 하는 상당 수의 학생들이 있다. 대학은 이들에게 각자의 창의적인 시각을 기대한다. 또한 고등교육기관에서 기독교 학생들은 세속적이고 학문적인 분위기를 맞닥뜨린다. 교수들 중 누구도 학생들의 신앙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학생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이들은 이 힘을 대학에 진학하기 전 개혁교회의 학교교육에서 충분히 습득해야 한다. 사실 이것은 끝없는 연습의 과정이다. 그러나 학교교육은 그 기초를 든든히 다질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자가 봉사하고 있는 학교가 시행하는 교육방법 중 다섯 가지를 예로 들어 보겠다.
• 개혁교회의 학교들은 ‘가정과목(Verzorging)’[2]을 위한 수업방법을 개발하였다. 이는 이 과목을 통해 자연스럽게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바가 무엇일까?’를 질문하도록 돕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수업방법은 성(性)교육과 건강관리교육과 관련하여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바가 무엇인지를 학생들 스스로가 질문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환경보호에 대한 가르치면서도 학생들이 동일한 질문을 하도록 이끈다.
• 학교가 멘토들을 지정하여 학생들을 상담하도록 한다. 학교는 멘토와의 상담을 통해 학생들간의 유대관계를 주의 깊게 살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다양하고 일반적인 질문들을 멘토와 함께 토론하면서 보다 인격적으로 배운다. 개혁주의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개혁주의 전통과는 다른 배경에서 발전된 상담방법들도 사용하였다. 멘토링은 학생들의 구체적인 삶과 그들이 믿는 바를 긴밀하게 연관시켜 주기 위한 노력이었다.
• 학교가 상급생들을 위해 ‘즐김’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일일교육을 실시한다. 이는 아주 흥미로운 시도이다. 왜냐하면 ‘즐김’이라는 단어는 학생들에게 세속적으로 들릴 수 있는 달갑지 않은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는 성경 안에 나타난 ‘즐김’을 가르쳐 준다. 학교는 이를 성(性)과 술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들과 연결시킨다.
• 학교는 학문적인 후속과정, 즉 대학에 진학 할 계획을 가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우리는 기독교 학자를 초청하여 자신들이 학문세계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들에 대해 소개하고 설명할 기회를 마련한다. 신앙을 유지하는 것과 학문은 양립가능한가? 창조인가 진화인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학문을 연구해야 하는가? 등에 대해 학생들은 질문하고 그리스도인 학자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지침을 제공준다.
• 필자의 학교는 로테르담에 있다. 로테르담에는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있다. 학교는 학생들과 함께 모스크를 방문하여 이슬람교와 무슬림들에 대해 건전한 이해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왔다. 이는 타문화에 대한 바람직하지 못한 선입견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한 도시 안에서 평화로운 삶을 영위해야 한다. 이는 상대방의 문화와 종교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필요로 한다.
방금 제시한 예들은 ‘안내 받는 대면’이라고 칭할 수 있겠다. 학교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세상’에 대해 배울 필요 없이 교회의 자녀들이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큰 오해이다. 입학한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세상으로 나갈 시기는 곧 다가온다. 그때 이들이 세상 안에서 기독교인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개혁교회는 학교교육을 통해 가르쳐야 한다. 이는 잘 정비된 보호와 안내를 통해 가능하다. 학교는 학생들이 세상을 대면할 수 있도록 성장과 성숙, 독립성, 그리고 책임감에 중점을 둔 보호와 안내를 통해 그들을 돕는다.
5. 결론
글을 맺으며 필자는 두 가지를 부연하고자 한다.
첫째, 지금까지 필자가 적은 것은 개혁교회의 학교에서 봉사하고 있는 교사로서 본인의 경험과 판단에 기초한 것이다. 다른 강조점을 가지고 개혁교회의 학교교육에 대해 접근하고 평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둘째, 이 글을 읽는 독자가 네덜란드 개혁교회의 학교교육을 하나의 이상(理想)으로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어디나 마찬가지로 네덜란드 개혁교회 학교들은 본인들의 정체성을 재발견하고 발전 시키고자 늘 노력한다. 무엇보다 네덜란드의 교육현장 또한 만만치 않다. 필자는 매일 나 자신과 내가 속한 학교가 더욱 발전해야 한다고 자책한다. 개혁주의 정체성을 완벽하게 실현시킨 교육현장을 만든다는 것은 요원하다. 필자는 자신을 늘 학생으로 생각하며, 특히 그리스도의 학교의 학생이라는 사실이 즐겁다.
[1]필자는 1974년 이후 로테르담 개혁주의 학교에서 수학 및 물리학 교사로 일하였다. 현재 필자는 이 학교의 교장으로 학교의 정체성 개발 및 전문성 향상과 관련하여 전반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 또한 필자는 특별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을 지도하고 관리한다. 더불어 필자는 개혁주의 학교의 정체성을 개발하기 위해 4개 개혁주의 학교들이 결성한 협력기관 GRIP(www.grip-g4.nl)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기관은 조회시간을 통해 학생들에게 개혁주의 정체성을 가르치기 위한 교육자료들을 개발한다. 15개 기독교 중등교육기관과 전문대학교가 협력하는 I&K 네트워크(www.ienknetwerk.nl)에서도 필자는 봉사하고 있다. 이 협력단체는 교사들이 각 교과목과 기독교 신앙을 조화시킬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연구한다.
[2] 교과목으로서 Verzorging은 현재 우리나라의 중등교육과정의 ‘가정과목’과 유사하다. 그러나 교육내용은 보다 넓다. 이 과목은 건강과 위생, 성(性)교육, 그리고 환경보호 등과 관련된 전반적인 지식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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