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교회: 조직과 공동체 사이에서
작성자: 마리너스 더 용[1]
번역: 이충만
지난 10월 9일, 네덜란드 캄펜신학교에서는 “살아있는 교회: 조직과 공동체 사이에서”라는 제목의 심포지움이 개최되었다. 아펄도른신학교와 캄펜신학교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연구그룹 “세속화된 유럽 안에서의 개혁파 전통(Reformed Traditions in Secular Europe)”이 심포지움을 주최하였다. 세 명의 교수들이 전체 강의를 행하였고, 다양한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아래에 세 명의 교수들의 전체 강의를 요약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첫번째 강연자로 나선 페이터르 판 더 캄프 박사(캄펜신학교 실천신학 부교수)는 네덜란드 사회의 발전을 분석함으로써 현재 개혁파 교회 안에 나타나는 교회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설명하였다. 이를 위해 판 더 캄프 박사는 네덜란드 사회학자 폴 스흐나벨(Paul Schnabel)과 경영학자인 한스 바우텔리에르(Hans Boutellier)를 원용하였다. 스흐나벨은 현 네덜란드 사회를 설명하기 위해 다섯가지 “I”를 이용한다: 개인화(Individualisering), 비정형화(Informalisering), 정보화(Informatisering), 집중화(Intensivering), 그리고 국제화(Internationalisering)이다. 이 다섯가지 “I”에 판 더 캄프 박사는 바우텔리에르가 제시한 즉흥성(Improvisering)을 더하였다.
판 더 캄프 박사는 이 요소들 중 특히 개인화를 심층적으로 다루었다. 왜냐하면 한 인간에게는 소속하여 살아갈 집단이 중요함과 동시에 자신의 고유한 개인적 가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판 더 캄프 박사는 인간은 하나님과의 관계, 그리고 다른 인간들과의 관계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신학적인 측면에서 개인화를 비판하였다. 그러나 교회를 위해 개인화의 긍정적인 측면 또한 강조하였다. 개인의 가치에 대한 존중은 교회의 조직적, 집단적 측면에 대한 지나친 강조를 교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개인의 신앙과 체험을 존중하는 것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늘 중요하다.
개인화와 마찬가지로, 다른 요소들에 대해서도 판 더 캄프 박사는 신학적으로 비판하면서 동시에 교회론을 위한 긍정적 요소를 찾고자 시도하였다. 그 중에서도 즉흥성에 대한 그의 분석은 흥미롭다. 현대 사회는 개인적인 자유를 강조하고 그것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동시에 특정한 질서의 유지 또한 현대 사회의 중요한 가치이다. 비록 그것이 ‘위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도, 자유를 강조하는 사회 안에도 특정한 질서는 여전히 존재한다. 사회적 질서 안에서 자유는 귀를 시끄럽게 하는 잡음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동인이 된다. 이와 동일하게 교회의 조직적 측면과 개인의 즉흥성과 자유는 상호 보완적일 수 있다는 것이 판 더 캄프 박사의 주장이다.
판 더 캄프는 마지막으로 ‘혁신’이라는 주제를 교회론과 관련하여 다루었다. 그는 교회 안의 혁신이 가능함을 이야기 하면서, 하나님을 통한 혁신을 강조하였다. 하나님께서는 새로운 컨텍스트 안에서 자신의 교회를 새롭게 건설하신다. 그러나 하나님의 혁신은 예수 그리스도와의 연합이라는 객관적 요소 위에 기초한다. 왜냐하면 교회의 본질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예수 그리스도와의 연합’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강연자로 나선 하름 호리스 박사 (틸부르흐 대학)는 최근 로마 카톨릭 교회에 가입한 신자들의 가입동기와 로마 카톨릭 교회론의 발전사의 상호 관련성을 다루었다.
매년 네덜란드 로마 카톨릭 교회의 교세는 약 700명 정도 증가한다. 호리스 박사는 로마 카톨릭의 교세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요인을 분석하여 4가지 동기를 지적하였다: 지역 및 보편적 교회의 공동체성을 경험함, 영적이고 심미적인 예전의 경험, 신학과 철학에 대한 지적인 도전, 그리고 교권이 제공해 주는 확신과 보증이 그것이다.
또한 호리스 박사는 19, 20세기의 로마 카톨릭 교회론의 발전사를 개괄했다. 그는 네가지 발전 단계를 지적하였다.
첫째, 교회를 ‘완전 사회체(societas perfecta)’로 이해하는 관점이다. 이는 교회의 성직자, 위계 질서, 그리고 교회법을 강조한다.
둘째, 묄러, 과르디니, 그리고 콩가르와 같은 신학자들을 중심으로 교회를 그리스도의 신비적인 몸으로서 강조하는 교회론이다. 이 교회론은 교회의 보이지 않는 요소가 보이는 위계 질서보다 더 강조되였다. 교회는 무엇보다 믿음의 신비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에 대한 교의 헌장 (Lumen Gentium)”은 교회의 성례전적 의미를 강조하면서 첫번째와 두번째의 관점을 동시에 유지하고자 노력하였다.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적 몸과 지상의 공동체를 연결시키는 것이 교회의 본질이다.
셋째, 1960년대와 70년대 로마 카톨릭 교회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교회를 강조했다.
넷째, 80년대 친교의 교회론이 등장하였다. 요셉 라찡거(교황 베네딕트 16세)는 이 교회론의 ‘위로부터의 요소’를 강조하였고, 발터 카스퍼는 ‘아래로부터의 요소’를 강조하였다. 이로써 교회의 공동체성이 보편교회와 관련하여 강조되거나, 혹은 지역교회와 관련하여 강조되었다.
이와 같이 4가지 교회론을 살핀 후, 호리스 박사는 이러한 교회론의 발전사와 강연 초반부에 제시한 새신자들의 4가지 가입동기를 연결시켰다. 이로써 그는 교회론의 발전사와 4가지 동기들이 상호 관련되어 있음을 밝혔다. 곧 호리스 박사에 따르면, 새신자들의 4가지 동기들은 카톨릭 교회의 특정 교회론이 지니는 불균형의 위험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연 마지막에 호리스 박사는 교회의 가시적 측면(즉 사제직, 위계 질서, 그리고 예전과 같은 ‘조직으로서의 교회’의 특성)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는 교회의 가시적 측면이 위로부터 온 것임을 강조하였다. 그 가치는 그것을 실행하는 인간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호리스 박사는 교회의 미래를 위해서 가시적 측면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마지막 강연자는 캄펜신학교에서 교회사 및 교회법을 가르친 후 최근에 은퇴한 메이스 터 펠더 교수였다. 터 펠더 교수는 “긴장을 유지하기”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개혁파 교회론을 위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였다. 터 펠더 교수는 신학과 신앙에는 늘 모순되는 것들이 존재하기에, 모순된다는 사실 자체를 꺼리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조직으로서의 교회’와 ‘공동체로서의 교회’라는 개념 사이에 긴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이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교회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탐구하고, 그것을 포괄할 수 있는 개념을 구상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몇몇 개념들에 대한 비판적인 반성을 시도했다. 예를 들어 ‘교구(parochie)’라는 개념은 개혁주의 교회 안에 널리 사용되는 ‘회중(congregatie)’이라는 개념보다 더욱 지역적이고 포괄적이다. 또한 그는 보편 교회, 국가 교회, 지역 교회, 그리고 기독교 회합 혹은 단체들 사이의 분명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가장 후자의 범주는 모든 기독교인에게 해당하는 의무는 아니다. 과거의 기독교 청년연맹, 혹은 현재 유행하는 가정을 중심으로 한 조직화된 활동들은 이 범주에 해당한다.
터 펠더 교수는 새롭게 시도되고 구현되는 교회의 다양한 형태와 관련하여, 모든 교회들이 그와 같은 교회를 지향해야 한다는 식의 인식을 경계하였다. 오히려 터 펠더 교수는 새로운 시도들과 교회에 대한 전통적인 관점을 상호 보완적으로 살피고, 단지 이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동시에 ‘통일성’, ‘거룩성’, ‘보편성’ 그리고 ‘사도성’이라는 교회의 기본적인 표지가 늘 유지되어야 함도 강조하였다.
이와 같이 본 심포지엄은 ‘조직으로서의 교회’와 ‘공동체로서의 교회’ 사이의 긴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 두 요소 모두 교회됨에 필수적인 것임을 강조하였다. 동시에 본 심포지엄은 조직으로서의 교회의 특성은 현대 사회에서 그 중요성이 등한시 될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 특성은 ‘교회가 무엇인가’를 고민할 때 필수적인 요소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1] 마리너스 드 용은 현재 캄펜신학교에서 “클라스 스킬더의 생애와 신학”이라는 주제로 박사과정 중에 있으면, 교회사 분과 조교로 일하고 있다(jmdejong@tukampen.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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