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어느덧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2017년에는 고신교회와 한국교회, 한국사회와 세계교회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돌아보고자 합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한 해를 잘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 편집장 |
2017년 한국교회와 세계교회 5대 뉴스
1. 명성교회 세습
10만 명의 성도를 자랑하는 명성교회(예장 통합)는 2017년 3월 19일 공동의회를 열고 김삼환 목사의 아들인 김하나(당시 새노래명성교회 담임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하기로 결정했다. 예장 통합 교단 법으로는 세습이 불가한데, 명성교회는 김하나 목사로 하여금 새노래명성교회를 개척하게 했으며, 추후 그를 담임 목사로 청빙했다. 이는 편법을 통한 목회 세습이며, 교계와 사회적으로 많은 비난이 일었다. 하지만 거센 비판과 항의에도 불구하고 명성교회가 속한 서울동남노회는 10월 24일 정기노회에서 명성교회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김하나 목사는 명성교회의 2대 담임목사가 되었다. 이런 일련의 사태는 기독교에 대한 불신과 대형교회에 대한 반감을 가진 사회적 시선에 더욱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2. 종교인 과세 논쟁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종교인 과세가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는 우리나라 과세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종교인 과세에 관한 오랜 논쟁의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교계 일각에서는 과세 적용에 대한 유예 요청도 있었지만, 이제는 과세의 시대적, 사회적 당위성을 인정하고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에 관심을 두고 있다. 교계는 과세는 받아들이지만 종교의 자유 또한 보장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정부와의 힘겨루기, 또 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는데, 종교인 과세가 교회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고, 교회 또한 재정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3. 종교개혁 500주년
올해는 루터가 비텐베르크에서 종교개혁을 시작한지 500주년이 되는 해다. 교리의 훼손과 신앙의 타락으로부터 교회를 새롭게 했던 루터의 개혁은 한국교회의 뿌리와 잇대어 있는 동시에 개혁이 절실히 요구되는 교회의 현 상황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 찬란한 성장의 역사를 자랑했지만 말씀의 교리와 신앙의 순결을 급속도로 잃어버리고 부패의 온상이 되어 버린 한국 교회는 루터의 개혁이 일어나야할 현장이었다.
이렇게 개혁의 시대적 요청 가운데 한국 교회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았고, 각 교단 및 단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며, 자신들이 종교개혁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음을 천명했다. 한마디로 2017년은 종교개혁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찬 한해였는데, 그만큼 한국 교회의 영적, 도덕적 상황이 어둡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부디 종교개혁에 대한 관심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교회와 성도의 삶을 바꾸어 내는 실질의 열매를 맺으면 좋겠다. 그게 500년 전에 일어난 종교개혁의 결과였으며, 그들의 후예라고 자부하는 이들 역시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 역사는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계승하는 것이다.
4. 화란 개혁교회(31조파) 여성 안수
고신총회와 자매관계에 있는 네덜란드 개혁교회(해방파)가 지난 6월 16일 총회에서 목사, 장로, 집사에 대한 여성 안수를 결정했다. 해방파 총회는 이번 결정을 위해서 자매관계에 있는 교회의 사절단을 초청하여 여성안수에 대한 입장을 청취했다. 고신총회에서는 유해무 교수가 초청받아 여성안수의 부당성과 여성안수 없이도 여성의 교회 봉사에 어려움이 없음에 대해 전했지만 결정을 막지는 못했다.
한편, 몇 해 전 일본 기독개혁파교회(고베신학교)가 여성 안수를 결정하는 등, 개혁주의 신학을 지향하는 교회들도 점차 여성안수를 결정하는 분위기인데 고신총회도 분명한 입장 정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여성안수는 성경 해석의 문제다. 성경을 문화적/역사적으로 해석하느냐, 오직 성경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입장이 달라진다. 개혁주의의 전통은 성경은 오직 성경으로만 해석하며, 덜 명료한 본문은 더 명료한 본문으로 해석하는 입장을 취했었다. 하지만 문화/역사적 관점의 해석이 신학적 주류가 되고, 개혁주의 진영 역시 영향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 안수는 개혁주의 신학계에 뜨거운 감자다. 이를 필두로 줄줄이 등장할 화두가 많다. 부디 앞으로의 신학 논의가 바른 해석적 방법 위에서 역사적 보편성을 견지하는 결정을 내리면 좋겠다. 바른 성경 해석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가 아니라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여야 하지 않을까?
5. 교리 논쟁 : 칭의론, 창조론
종교개혁의 핵심교리는 “이신칭의”다. 루터는 이 교리로 중세의 어두움에 한줄기 빛을 던졌다. 하지만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이 교리에 대한 많은 도전이 일어났다. 근래 신학계의 가장 핫 이슈는 “칭의론” 논쟁이다. “이신칭의”가 자동 구원을 약속함으로 삶의 부재를 야기했다는 거다. 그렇게 “칭의”를 향해 던져진 의문은 이 교리가 이제 치열한 논쟁의 출발점이 될 것을 예고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루터가 씨름한 주제가 50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신학 무대의 전면에 등장했다. 앞으로 계속될 지리한 논쟁이 역사를 거슬러 가는 것이 아니라 교회와 성도의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결론으로 귀결되길 바란다.
한편 기독교 내부에서 논쟁을 벌여오던 창조론(유신진화론자들의 역습)의 경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과정을 통해 사회적 이슈로 확대되기도 했다. 이제 창조론은 교회만의 논제가 아닌 교회와 사회 간의 논제가 되었다. 기독교인이 공직을 수행하는데 걸림돌이 되며, 사회가 교회를 이해하는데도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에 교계 내부의 신학적 정리와 사회를 향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