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정론이 새롭게 시작하는 기획기사 ‘김 집사가 알아야 할 교회법’은 교회법의 전반적 내용을 쉽게 해설하는 시리즈입니다. 기독교보와 함께 진행하는 시리즈로서 여기에 싣는 것은 기독교보의 허락을 받았습니다. 글 내용은 기독교보에 실린 그대로인 경우도 있으며, 오프라인 신문 지면의 한계상 다 싣지 못한 내용을 여기에는 그대로 싣습니다. - 편집자 주
직분이 교회 계급 같아 거부감이 들어요

전영욱 목사
(더순수한교회)
김 집사님, ‘만인 제사장 교리’라고 들어보셨나요? ‘누구든지 예수님을 믿으면 하나님의 자녀가 되고 그분 앞에 나아갈 수 있다’는 가르침인데, 따라서 성경도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벧전 2:9)이라고 말씀합니다. 그런데 이 ‘만인제사장 교리’를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 안에 직분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면서 누구나 설교할 수 있고 누구나 성찬을 집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까요? 아마도 직분으로 인해 많은 교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오늘날 교회 안에 발생하는 대부분 문제의 중심에 직분자들이 있습니다. 직분자들로 인해 교회 안에 다툼이 일어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교회를 섬기라고 직분을 주셨는데, 직분을 계급처럼 여긴 결과입니다. 따라서 교회 안에 직분이 계급 같아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입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제32문은 그리스도인 모두가 직분자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이 가르침에 따라 모든 성도가 제사장이요 왕이며 선지자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성도가 목사이고 장로이며 집사인 것은 아닙니다. 모든 성도가 제사장으로 자신의 삶을 드려야 하지만, 모두가 세례를 베풀고 성찬을 집례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성도가 왕으로 죄와 마귀에 대항해 싸워야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교회 안에서 권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성도가 선지자로서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어야 하지만, 모든 성도가 공적으로 설교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김 집사님! 교회를 든든하게 세우기 위해서는 직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직분은 승천하신 주님께서 교회에게 주신 선물인데, 그렇다면 성경적인 직분은 무엇일까요? 교회법에서 직분(직원)에 대해 무엇이라고 가르칠까요?
창설직원과 항존직원
직분은 승천하신 그리스도께서 교회에게 주신 ‘선물’입니다(엡 4:11). 주님께서는 직분을 통해 교회를 세우십니다. 그렇다면 성경적인 직분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교회가 처음 시작될 때 주어진 ‘한시적인 직분’이 있는데, 교회법에서는 이것을 ‘창설직원’라고 부릅니다. “우리 주 예수께서 최초에 그 교회를 세상에 세우사 한 몸이 되게 하기 위하여 사도를 세우사 직권적 이적을 행할 능력을 주셔서 사역하게 하셨다.”(교회정치 제30조)
교회 창설직원은 교회가 처음 시작할 때 일시적으로 존재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사도’입니다. 사도는 예수님께서 직접 세우셨고,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목격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성령의 능력을 받아 교회의 하나 됨을 위해 보편교회를 위한 사역을 감당했던 특정 기간에만 존재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따라서 지금은 창설직원 곧 사도 직분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창설직원과 다르게 주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교회에 항상 있어야 하는 직분이 있습니다. 이 직분을 ‘항존직’이라고 하며, 교회법에서는 ‘항존 직원’이라고 표현합니다. 집사님, ‘항존직’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교회에는 보통 ‘항존직’이라고 말하는 세 가지 직분이 있는데, ‘목사와 장로와 집사(안수집사)’입니다. 따라서 교회법도 “교회에 항존할 직원은 목사와 장로와 집사이다”라고 가르치며, 권사는 “교회의 항존직에 준하는 직원”이라고 설명합니다(교회정치 제31조).
항존직(恒在職)이냐? 종신직(恒在職)이냐?
그렇다면 ‘항존직’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목사나 장로 그리고 집사가 되면 평생 그 직분이 유지된다는 뜻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항존직(恒在職)’이란 ‘항상 존재하는 직분’이라는 뜻입니다. 즉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교회에 항상 있어야 하는 직분을 의미하는데, 이 ‘항존직’이란 개념을 한번 직분을 받으면 죽을 때까지 유지된다는 ‘종신직(恒在職)’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생각은 직분을 지위나 계급으로 여길 수 있기에 늘 주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교회법은 “항존 직원의 시무정년(교회정치 제32조)”을 정하고 있습니다. 첫째, 항존 직원의 시무정년은 70세까지입니다. 둘째, 목사, 장로, 집사 그리고 권사가 정년 전에 은퇴하려면 노회와 당회의 허락을 받으면 되는데, 하지만 은퇴하면 다시 복직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정년 전에 은퇴하기 위해서는 60세 이상으로 5년 이상 시무하거나 65세 이상이 되어야 가능합니다.
성경적인 직분의 회복이 필요하다.
김 집사님, 직분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부족하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그럴 경우 직분을 벼슬이나 계급처럼 여기게 됩니다. 그래서 교회 다니지 않는 사람 중에 목사가 교회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혹시 “아직도 집사세요?”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이 질문에는 장로가 집사보다 지위나 계급이 더 높다는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일까요? 교회마다 장로를 집사 중에 선출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입니다. 김 집사님! 직분은 계급이 아니며, 감투도 아니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세요!
모든 교회가 든든하게 세워지고 성장하려면 좋은 직분자들이 많이 세워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경적인 직분의 개념과 교회법에서 가르치는 직분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성경적인 직분의 회복이 필요한 것인데, 그 출발점은 직분이 계급이 아니라는 인식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것을 ‘직분의 복수성(plurality)’이라고 하는데, 목사, 장로, 집사는 각자 맡은 일이 다르기에 본질상 다른 직분이라는 것입니다. 직분은 계급이 아닙니다. 각 직분은 자신의 고유한 직무를 통해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섬길 뿐입니다. 김 집사님! 교회마다 성경의 가르침과 교회법에 근거한 직분의 회복을 통해 교회가 든든히 세워지길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