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지났습니다. 2014년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돌아보고자 합니다. 지나간 시간들을 애써 잊으려고 하기보다는 제대로 상기하는 법을 배워야 하겠습니다. - 편집위원장
설요한 기자
개혁정론은 “진리수호와 교회 건설”이라는 모토를 가지고 지난 3월 출범하였다. 주된 관심은 개혁 신학(Reformed Theology)을 바탕으로 한 언론의 형성이었다. 출범 즈음부터 12월까지의 개혁정론의 발자취를 대표성이 드러나는 포럼, 기획기사, 사설을 통해 되돌아보고자 한다.
개혁기관으로서의 언론
우선 출범에 앞서 정체성을 설정하기 위한 일환으로 지난 2월 “개혁신앙과 언론”이라는 주제의 포럼을 개최하였다. 이 포럼에서는 특별히 개혁기관(Reformed Organization)이 형성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네덜란드의 경우를 조명하고 한국에서의 개혁기관 형성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참석자의 조언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개혁기관은 세상 가운데 있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는 정체성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이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구체적인 방식의 결과물을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개혁기관이 세상과 분리된 독자적인 존재방식을 갖는 것만은 아니다. 다양한 세계관을 존중하면서 삶을 영위하는 관용 정신이 반영된 말이다. 이러한 결과물을 남기기까지는 19-20세기 네덜란드에서 목회자, 언론인, 정치인으로 활동했던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의 영향이 컸다.
이날 제기된 개혁정론의 과제로는 구성원들의 신학적 정립, 돈이나 외부 압력으로부터의 독립, 지속적인 내부 개혁의 필요 등이 있었다. 특별히 언론의 존재 의미와 역할을 다할 수 있는 분명한 의지가 있는 데스크가 구성되고 편집권이 독립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운영방식으로서 협동조합을 소개하는 취지의 발표도 있었는데 향후 재정 및 운영구조를 어떻게 구성해 가는가는 과제로 남아 있다.
교역자의 현실
개혁정론에서는 주로 교회 현안에 대한 안건을 다루었다. 그중에서 특별히 교역자의 현실과 관련된 직접적인 내용을 두 차례 기획기사로 다루었다.
먼저는 지난 3월에 치러진 예장 고신 강도사 고시에서 추가 합격자가 발생하여 논란이 인 상황에 대한 글이었다. 당장 드러나는 문제는 공정성에 대한 문제였고 이어서 현행 강도사 고시 제도의 개선점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제기되었다. 강도사 고시 과목, 시기, 비용, 주관부서 등에 대해서 문제가 제기되었고, 개혁교회 역사와 교단 헌법을 통해 목회자의 위치가 어디인가에 대해 고찰하는 시도도 있었다.
이어서 제기된 문제는 ‘부목사’ 문제였다. 해당 사안은 그동안 한국 교계 전체적으로도 부목사의 입지, 처우 등의 상황과 관련하여 계속해서 제기된 문제였다. 교회에서 사역자 간의 동등성,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부목사에 대한 위치(담임목사와의 현실적 관계, 당회원 자격 등), 현실적인 상황(청빙, 사역환경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외국 교단의 목회 임직 과정을 살피는 글도 있었다. 참고로, 역사적으로 장로교회 전통은 직분의 동등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직분 간, 직분 내에는 서로 동등한 관계를 갖는다.
이상의 문제제기가 교단 총회 등의 공식적 기관에서 다루어지기를 바라는 취지의 글도 있었으나 실제 교단 총회에서는 부교역자의 상황을 고려하거나 그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등의 움직임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고신 교단의 경우 목회자 이중직에 대해서는 불허한다는 결정이 있었으나 목회자 처우 개선에 대한 움직임은 특별히 보이지 않았다. 목회자 현실은 개교회와 성도, 교단 전체의 건강을 좌우하는 사안으로 이와 관련한 언론의 역할은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앙과 공공성
개혁언론의 특징 중 하나는 현실 사회문제를 도외시하지 않고 다룬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개혁정론에서는 올해에 6.4 지방선거와 세월호 참사에 대해 기획기사로 다루었다.
6.4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넓게는 기독교인의 정치참여의 당위성, 좁게는 선거 참여의 기준을 다루었다. 정치참여의 당위성으로는 종교개혁 신앙이 실제로 사회와의 관계를 가졌던 점, 신앙과 정치의 관계, 기독교인이 선거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 사회적 제자도 등이 그 이유로 다루어졌다. 선거 참여의 기준으로는 단순히 기독교 신앙의 유무보다는 신뢰할 만한 공약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논지 등이 다루어졌다.
4월 16일에 벌어진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칼럼 등으로 다루다가 약 2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기획기사로 다루어졌다. 지도자의 판단과 책임, 공공성, 유병언과 관련한 기독교 이단 문제, 언론과 SNS의 반응 및 태도 등이 논제로 다루어졌다. 기획기사 제목이 “세월호, 그 이후”였지만 실은 세월호 참사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는 아직 해결되는 것이 없이 계속해서 진행중이다.
가톨릭 교황 한국 방문
올해 기독교계가 회자한 이슈가 많았지만 한국 사회와 관련해서도 가장 큰 이슈라고 한다면 단연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일 것이다. 개혁정론에서도 교황 방문에 대한 이슈를 기획기사로 다루었다. 역사적으로 개신교는 가톨릭에서 개혁을 외치고 나온 운동이기도 하다.
다루어졌던 주제는 교황은 누구인지, 개신교는 천주교에서 ‘분리’된 것인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대한 복음주의적 평가, 최고의 권위로서의 오직 성경, 가톨릭 교리 고찰, 천주교의 직제, 천주교인의 신앙생활 등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한 맥락이었던 현 교황의 사회성에 대한 부분보다는 개신교와 천주교의 역사적인 차이, 그간의 변화, 현재의 일상적인 천주교의 모습 등에 대해 다루었고 이를 통해 현재 개신교회의 위치를 돌아보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교의와 직제에서 개신교와 천주교는 분명한 차이가 있고 화해하기 어려워 보이는 지점이 있다. 하지만 신앙과 사회 참여의 관계라는 점에서는 공감대를 이루며 논의할 수 있는 지점도 보인다. 사회가 다원화되어가는 만큼 기독교 신앙의 모습 역시 다원화되어 가는데 앞으로는 이와 관련한 논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신 총회
개혁정론은 개혁언론을 지향하면서도 조직은 예장 고신 소속의 목회자와 성도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특별히 고신 교단 총회의 안건을 기획기사로 다루었다. 총회 전에 미리 올라온 상정안건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정보와 시각을 제공하자는 것이 그 취지였다.
총회의 정의와 특징, 입교와 세례의 연령과 공동의회 투표와 관련된 사항, 미자립교회 목회자 이중직, 교단 재판 비용 예납금, 어린이 찬송가, 교회의 특별헌금, 신대원 교수 감독과 교권주의, 교권을 남용하는 안건 등이 주제로 다루어졌다.
해당 기획기사의 취지 가운데는 교단의 안건을 다루면서도 교계에 시각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기획기사에서 다룬 주제들은 한국의 수많은 교회가 장로교회 체제 혹은 장로교회와 유사한 체제로 되어 있는 것과 관련하여 교계에서도 참고할 만한 아이디어를 주는 사항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교계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다른 이슈, 이를테면 목회자의 납세, 세계교회협의회, 교회 내에서의 여성의 위치 등에 대한 이슈는 상대적으로 적게 다루어졌다. 교계 언론 나름의 특징이 있고 개혁정론은 그 가운데 자신의 특성에 맞는 역할을 담당하려 한 것이 그 이유였다.
다만 개혁정론이 교단 내에 머무르는 언론이 아니라 교계에 의미를 주는 언론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왜 여기서 다루는 안건이 교계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는지를 직접적으로 서술해 주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교계 전체의 규모가 크다 보니 교단 내 이슈만 다루어도 회자가 되고 나름의 의미를 찾는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개혁교회의 특징인 보편교회, 공교회를 바로 지향하기 위해서는 교단과 교계 전체의 이슈를 연결하는 지점을 다루는 것이, 혹은 그 지점을 만드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교회 내의 여러 요소에 대하여
개혁정론에서는 올해 특별히 교회 내의 요소, 특히 설교, 헌금, 성례에 대한 주제를 기획기사로 다루기도 했다. 이는 개교회 문제가 교회 개혁의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고 이중에서 설교와 헌금에 대한 문제는 계속해서 제기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개혁교회 전통에서 중요한 은혜의 수단으로 여겨온 성례에 대한 내용도 다루었다.
설교에 대해서는 말씀의 봉사로서의 설교의 의미, 설교 준비에 대한 고찰, 설교자로서의 목사의 위치, 교인의 설교 듣기, 목사 후보생의 설교 준비, 노회 목사 고시와 설교, 그리스도 완결적 성경해석과 적용, 설교 표절 문제, 설교 토론과 평가 등을 다루었다.
헌금에 대해서는 예배 속에서의 헌금의 의미, 십일조의 의미, 헌금의 종류, 헌금의 방식, 헌금 사용의 실태, 교회 재정 운영 등을 다루었다.
성례에 대해서는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에 나타난 성례의 의미, 한국 교회에서 성례가 약화된 이유, 세례 교육의 필요성, 성찬의 방식으로서 열린 성찬과 닫힌 성찬, 유아세례 등을 다루었다.
연말에는 성탄절이 있는 만큼 특별히 성탄의 의미와 교회력에 대해 다루었다. 교회력과 성도의 삶, 성탄절의 기원과 역사, 성탄의 진정한 의미와 바람,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 이방의 빛으로 오신 예수님 등을 다루었다.
설교, 헌금, 성례는 앞으로도 교단 및 교계 내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될 만한 사항으로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다루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개별 사례가 현안으로 등장하면 구체적으로 다루는 것도 좋겠다. 아울러 교회력에 대해서는 개신교 역사 내에서도 논의가 될 만한 여지가 있으므로 이와 관련한 내용을 다루어 개혁교회의 입장을 보여 주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사설에 대하여
사설은 언론의 공식적인 입장에 대한 창구이자 색깔이 드러나는 곳이다. 개혁정론에서는 올해 교역자 임용, 고신대학교 재산 매각, 신대원 이전 및 매각, 교단 총회장 선출 기준, 고신몰, 종교개혁 500주년 위원회, 이사회와 신대원의 관계 등을 사설로 다루었다.
이상을 통해 두 가지가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사설의 수가 월 평균 1회가 되지 않았다는 것, 다른 하나는 사설에서 다루는 이슈가 주로 고신 교단 이슈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현직 목회자, 신학대학원 교수로서의 개혁정론 운영위원의 상황, 입장과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사설을 좀 더 잦은 주기를 갖기 위한, 좀 더 포괄적인 이슈를 다루기 위한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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