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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 목사
고려신학대학원 교수


이제 3년 뒤면 종교개혁이 일어난 지 500주년이 된다. 하나님은 말씀의 종들을 일으키셔서 말씀을 바르게 선포하게 하셨고 그 말씀을 통하여 교회를 완전히 새롭게 하셨다. 이렇게 개혁된 교회는 항상 스스로 반성하여 말씀에 따라서 교회를 바로 세우는 작업들을 결코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 교회가 말씀에 따라서 꼭 개혁되어야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필자는 이 글을 통해서 특별히 부목사 제도가 지닌 비개혁주의적인 요소들을 지적하고자 한다. 

한 마디로 말하면, 부목사 제도는 개혁주의 신학의 본질적인 요소와 상충한다. 이것은 아마도 개혁신학을 조금이라도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동의를 할 것이다. 이 제도는 개혁교회가 한국적 토양이라는 상황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만들어낸 타협의 산물일 뿐이다. 이 제도를 개혁교회가 언제까지 안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성경적 원리에 따라 바로잡아가야 할 것이다. 

개혁교회의 직분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 중의 하나는 직분의 동등성이다(직분의 동등성과 직분의 중요성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당연히 직분 중에서 가장 중요한 직분은 목사이다). 쉽게 말하면 직분 위에 직분 없고, 직분 아래에 직분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 직분이 다른 직분을 통제할 수 없다. 모든 직분자는 그리스도의 직접적인 종이며 교회는 여러 직분들이 함께 모여서 회(會)를 이루어 다스리는 곳이다. 이와 같은 원리 때문에 개혁교회에서는 목사가 장로를 해임하거나 집사들이 목사를 쫓아낼 수 없다.

직분의 동등성은 직분 자체 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목사 안에서도 차별이 없어야 하고 장로 안에서도 차별이 없어야 한다. 이와 같은 직분의 동등성의 원칙에서 보았을 때 부목사는 그 용어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다. 누가 보아도 “부목사”라는 용어는 “목사” 보다 아래에 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 부목사는 실제적으로도 목사의 지도와 감독을 받고 있다. 부목사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담임목사의 의중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로마 카톨릭의 사제와 부사제(副祭) 시스템과 유사하며 종교개혁가들이 타파하려고 했던 것이다.

부목사 제도가 가지는 또 하나의 치명적 결함은 부목사의 임직이다. 임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소명이다. 여기서 말하는 소명은 외적소명을 이야기한다. 로마 카톨릭의 경우 주교의 임명이 곧 외적소명이다. 반면 개혁교회는 교회의 부르심,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교인들의 청빙을 외적소명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모든 직분자들은 교인들의 투표를 통해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부목사는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거의 대부분의 교회는 부목사는 담임 목사가 정하고 있으며 당회도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부목사가 하는 일은 교회에서 대단히 중요한데 그 일에 적합한 사람을 세우는 과정은 대단히 부실하다. 부목사를 세우는 데에 있어서 외적인 소명은 사실상 담임목사의 지명인데 이것은 로마 카톨릭 교회와 실제에 있어서 다를 바가 없다.

부목사 제도는 개혁교회에 있어서 또 하나의 중요한 결함을 파생시킨다. 이 결함은 부목사 제도 자체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제도로 말미암아 필연적인 문제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개혁교회는 직분간의 동등성도 확보하였지만 교회간의 동등성도 확보하였다. 이 원리에 따르면, 한 교회가 다른 교회를 지배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중요한 원리가 부목사 제도의 도입으로 치명적으로 손상을 받게 된다. 부목사는 노회의 회원이므로 투표권을 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부목사가 있는 교회는 부목사가 없는 교회보다 투표권을 더 많이 가지게 된다. 부목사 제도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교회의 양극화를 더 심화시키는 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노회에 파송되는 장로총대는 목사수와 동등하게 배정된다. 만약 부목사가 2명이라면 장로 2명을 더 파송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 그 교회는 총 6명의 총대수를 가지게 되고 다른 교회보다 무려 4표나 많은 권한을 가지게 된다. 부목사를 여러 명 둔 대형교회는 다른 교회보다 훨씬 더 많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적어도 대형교회가 하나가 어떤 안건을 성사는 못시키더라도 부결은 시킬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게 된다. 노회의 안건이 진리가 아니라 수의 힘으로 결정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런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부목사 제도는 개혁교회의 원리와 본질적으로 상충되는 결함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원리에 맞도록 개정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동사목사” 제도 같은 것들이 있을 수 있다. 부목사와 달리 동사목사는 공동의회에서 청빙을 통하여 선출하여 노회의 위임을 통하여 세우는 자다. 필자는 여기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는다. 이 제도는 누가 보아도 좋은 제도이다. 하지만 현실성이 대단히 떨어지는 안일 뿐만 아니라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케이스가 거의 없다는 것을 볼 때 실현시키기 대단히 어려운 제도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필자는 궁극적으로 부목사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목사 제도 인하여 목사들이 양산되고 있다. 너무나 쉽게 목사 안수가 이루어지고 있다. 노회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목사를 세우는 일인데 (주님께서 “제자를 삼으라!”고 엄명하지 않으셨던가?) 목사 안수식에 순서 맡은 자들 외에는 참석도 하지 않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는 오늘날 “목사 안수식”이 “부목사 안수식”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목사 안수식이 옛날과 같이 “담임목사 안수식”으로 바뀌지 않는 한 경박한 목사 안수식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목사 수가 많다고 해서 목사의 권위가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오늘날 너무 많은 목사들로 인하여 목사의 권위가 떨어지고 있다. 이름만 목사이지 사실상 하는 일은 강도사가 하는 일과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강도사로 봉사하는 것이 타당하고 그들에 대한 대우 문제는 다른 방식으로 풀어야 할 것이다. 나중에 담임목사의 청빙이 있을 때 그 때 비로소 목사로 안수하는 것이 교회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오늘날 목사라는 타이틀 때문에 나이가 들어서 개척으로 내몰리고 있는 부목사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차라리 강도사로 그대로 신분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사역을 계속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들을 위해서도 더 유익할 것이다. 목사 수급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부목사 문제는 앞으로 계속 교회의 무거운 짐이 될 것이 때문에 교회의 모든 지도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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