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에 나타난 교회질서
안재경 목사
(온생명교회 목사)
신약교회는 언제 세워졌을까? 교회는 ‘세상의 시작부터 있었고, 세상 끝날까지 있을 것이지만’(벨직신앙고백서 제27조) 예수님이 지상에 계실 때에 지역교회를 세우셨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제자들을 유대교회를 대신하는 산 위의 동네요, 세상의 빛이라고 말씀하셨지만 말이다. 예수님이 친히 교회에 관해 언급하기도 하셨지만(마16장, 18장에서 딱 두 번), 그 말씀들은 향후에 신약교회가 세워졌을 때를 내다보는 말씀이었다. 예수님은 생전에 오직 하나님 나라에 관해서 전하셨다. 예수님은 친히 하나님 나라의 현존을 보이셨다. 예수님 자신이 하나님 나라였다. 예수님은 자신의 능력을 귀신에 힘입은 것이라고 비난하던 이들을 향해 자신이 성령의 능력으로 귀신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나님 나라가 너희 가운데(너희 마음 가운데가 아니라 그들의 서 있는 바로 그 곳, 그 자리에) 이미 임했다고 말씀하셨다(마 12:28). 이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셔서 세우려고 하셨던 바로 그 하나님 나라였다(창 18:17-19).
마태복음에서는 그 하나님 나라를 종종 천국으로 부른다. 유대인들이 하나님의 신명(神名)을 언급하기를 꺼렸기 때문에 하늘나라라는 표현을 사용하였을 것이다. 예수님은 부활하신 후 승천하시기 직전까지 ‘하나님 나라의 일’을 말씀하셨다(행 1:3). 이렇게 예수님은 시종일관 하나님 나라에 관해 말씀하셨다. 예수님이 승천하신 후에 제자들은 예수님이 말씀하셨듯이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것’을 기다렸다. 성령님이시다.
오순절에 성령님이 강림하시자 열두 사도들은 숨어 있다가 공개적으로 나가서 복음을 전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사도들도 예루살렘 성전을 드나들었다. 수많은 무리들이 예수님을 믿겠다고 나아온다. 이것을 본 산헤드린 공회가 위협을 느껴 사도들을 핍박하고 쫓아내면서 자연스럽게 예루살렘 교회가 세워졌다. 처음에는 뚜렷한 건물이 없어서 가옥에 나누어져서 예배했을 것이다. 이 예루살렘 교회로부터 시작하여 복음이 퍼져나가면서 이방땅에도 교회가 세워지기 시작했다.
1.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다스리신다
교회는 다스림의 문제이다. 하나님께서 온 우주를 다스리시는데, 그 다스림을 가장 작은 규모로 구체화시킨 것이 교회이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핵심지부다. 하나님께서는 교회를 통해 온 세상에 하나님의 다스림을 시위하신다(엡 1:23). 이 다스림을 위해 하나님께서는 자기 아드님을 보내어 주셨다. 온 우주를 함께 다스리시는 아드님을 이 땅에 보내어 주신 것은 이 땅에 구체적으로 하나님의 다스림을 나타내 보이시기 위함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친히 교회를 세우시고 그 교회를 다스리기 시작하실 것이다. 예수님은 ‘내가 내 교회를 세울 것이다’(마 16:18)라고 친히 선포하셨다.
신약성경에 나타난 교회질서는 무엇보다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다스리신다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늘에서 이 땅으로 내려오셨다. 성자께서 인간의 몸을 입으신 것은 우리와 같아지시기 위함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온 우주의 왕이시지만 종처럼 우리를 섬기셨다(막 10:45).
이 섬기다는 말에서 집사라는 말이 나왔다는 것을 안다면 예수님은 처음부터 직분자로 일하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왕이 집사가 되셨다. 그 집사직의 구체적인 모습이 제사장으로서 섬긴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왕이셨지만 낮아지셔서 우리를 섬기셨다. 그리스도는 높아지신 상태에서도 낮아지신 것과 마찬가지로 섬기고 계신다. 그리스도는 세상 왕과 달리 자기 백성을 위해 자신을 내어 주신다.
예루살렘 성전은 무너졌고, 그리스도는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는 길이 되셨다.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을 몸을 찢어 교회를 세우셨다(요 2:19-22). 우리는 그리스도의 찟긴 몸을 통해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스도는 교회의 머리가 되셨다(엡 1:22-23; 골 1:18).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가 되셨다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친히 교회를 다스리신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요, 그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기에 너무나 영광스러운 기관임을 보여준다. 이렇게 신약교회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한 교회이다. 여기서 개체교회들이 하나되어야 하는 분명한 원리를 찾을 수 있다. 교회의 머리는 그리스도 한 분이시기 때문이다(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 제25장 6항). 교회질서는 오직 그리스도를 주로 받는 것으로 인해 제대로 세워질 수 있다.
2. 직분자들을 세우셔서 다스리신다
예수님은 지상에 계실 때 교회를 세우고 다스리기 위한 밑그림을 미리 그리셨다. 예수님 자신이 바로 그 교회의 기초석이셨다(엡 2:20). 교회는 예수님 위에 세워졌다. 그리고 예수님이 교회의 머리가 되셔서 교회를 다스리신다. 예수님이 대단한 능력을 발휘하는 분이기에 교회의 창설자가 된다는 말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기름부어 임명하셨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그리스도로 일하셨다. 예수님은 개인적으로 대단한 능력을 발휘하신 분이 아니라 공적으로 임명받아 일하셨다. 교회는 ‘예수님이 그리스도시다’라는 고백을 담아 아예 ‘예수 그리스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예수님은 자신을 대신할 이들을 미리 준비하셨다. 예수님은 지상사역을 마치고 하늘로 올라가셔야 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부르시고 그들을 주님과 늘 동행하게 하면서 마지막에는 그들을 사도로 세우셨다. 예수님은 베드로의 고백을 받으시고는 그 고백 위에 교회를 세우시고 천국문을 열고 닫는 열쇠를 주셨다(마 16:16-19). 바로 이 열쇠를 가지고 교회는 죄인을 벌하거나 받아들이거나 한다(마 18:15-18). 가룟 유다가 예수님을 팔아 넘기고 자살한 후 베드로는 한 명의 결원을 채우기 위해 사도의 조건으로 ‘요한의 세례로부터 승천하신 날까지 항상 우리와 함께 다니던 사람’(행 1:21-22)을 제시한다. 그 사도는 우리와 함께 ‘예수께서 부활하심을 증언할 사람’이라고 말한다. 사도들은 예수님을 대신하여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울 것이다. 사도들은 말씀으로 교회를 세우고 치리할 것이다.
사도는 교회의 창설직이다. 교회는 예루살렘으로부터 시작하여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세워지기 시작한다(행 1:8). 사도들은 후임자들을 세우지 않았다. 사도는 그리스도의 부활을 직접 목격한 자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교회를 상시적으로 다스리기 위해 직분자들을 세운다(엡 6:11-12). 예루살렘 교회에 구제문제로 이미 집사들을 세웠다(행 6:1-6). 사도바울은 이방 땅에 교회를 개척하여 세운 후 다시 그 교회를 방문해서는 장로를 세웠다(행 14:23). 장로를 세우는 것이 교회개척이 종료되는 시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장로들은 교회를 감독하는 이들이었기 때문이다(행 20:28). 또한 사도바울은 말씀을 전할 목사들을 세웠다. 디모데와 디도가 대표적인 경우였다. 이렇게 직분자들이 교회를 지속적으로 세우고 유지하고 다스린다(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 제30장).
3. 지역교회에 다스리는 권세를 맡기셨다
사도행전을 포함한 서신서들에서 기록하고 있는 교회는 지역교회다. 우리는 너무 쉽게 눈에 보이는 교회와 눈에 보이지 않는 교회를 구분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각 도시와 지역에 세워진 교회가 바로 거룩한 공교회이기 때문이다. 예루살렘 교회는 점차로 회원수가 급속도로 늘어났기 때문에 한 장소에 모이기 힘들었다. 예루살렘 성전에서 쫓겨난 후에는 자체적인 건물을 가지지 않은 상황에서 함께 모이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여러 집에 나누어져 예배하고 교제했을 것이다. 이것을 교회정치형태의 구분이 강한 명칭인 ‘가정교회’라는 이름보다는 장소의 문제이기 때문에 ‘가옥교회’라고 부르는 것이 낫겠다. 어쨌든 신약교회는 지역교회로 자리를 잡아간다.
사도들은 각 지역교회에 장로들을 세워서 교회를 다스리게 했다. 초대교회 당시에는 순회설교자들이 있었지만 점차로 개교회의 다스림이 장로를 통해 시행되었다. 이렇게 직분자들이 교회를 다스리기 시작했지만 직분자 개인이 아니라 지역교회에 다스리는 권세를 맡기셨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어떤 연합체나 사도들과 같은 몇몇 유능한 직분자들에게 여러 개체교회를 다스리게 하신 것이 아니라 개체교회의 회중이 직분자를 세워서 그 직분자의 다스림을 받았다. 그래서 직분자들을 존중하고 그 다스림을 잘 따르라고 말씀하신다(딤전 5:17; 히 13:17). 교회는 세상 권세가 다스리듯이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영적인 권위로 다스리게 하셨다.
각 지역에 세워진 교회는 동등한 권위를 가졌다. 예를 들어 에베소교회가 빌립보교회를 지배하지 않았다. 심지어 예루살렘 교회도 다른 모든 교회를 지배하지 않았다. 유대의 교회와 이방의 교회에 그 권위에 차이가 없었다. 유대주의자들은 이방교회를 2등 교회로 보려고 했지만 교회는 결코 그것을 승인하지 않았다. 바로 이것을 본받아 개혁교회는 모든 교회, 모든 직분의 동권을 강조한다. 이것은 로마가톨릭에 대한 반발에서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성경에서 말하는 교회와 직분을 분명하게 이해하였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는 개체교회에 직분자들을 세워셔서 자기 양떼를 돌보신다. 말씀의 사역자인 목사가 가장 귀한 직분자이지만 다스림의 사역자인 장로, 그리고 긍휼의 사역자인 집사와 함께 교회를 다스린다. 각기 다른 직분들은 다른 직무를 가지고 있지만 동등한 권세와 권위를 가진다(벨직신앙고백서 제31조). 어떤 직분도 다른 직분을 지배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어떤 교회도 다른 교회를 지배할 수 없다는 것이 신약교회의 질서이다.
4. 지역교회가 연합하여 다스림과 질서를 확립한다
신약시대의 교회는 지역교회였지만 그 지역교회들이 뿔뿔이 흩어져서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쉽게 말하면 회중교회정치를 가진 것이 아니다. 예루살렘 교회는 바나바를 안디옥까지 보내어서 교회가 서가는 모습을 확인했다(행 12:22). 이것은 이방교회를 감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복음으로 교회가 서가는 것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선지자들도 안디옥에 이르러 큰 흉년이 들 것을 예언했고, 유대에 실제로 큰 흉년이 들자 이방교회들이 구제하기 시작했다(행 11:27-30). 전 세계에서 세워지는 교회들은 섬처럼 독립되어 있지 않았고 서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초대교회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연합하여 교회의 질서를 세웠다. 유대인과 이방인, 로마시민과 비시민, 종과 자유인들의 다양한 차이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연합과 질서를 잘 세워갔다. 사도가 추천서를 써 주었던 것도 교회의 자발적인 연합을 분명하게 증거하는 모습이었고(롬 16:1-2), 사도의 편지를 교회들이 회람했다는 것도 이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골 4:16). 사도는 개체교회에 편지를 보내면서 다른 교회들의 인사를 대신하여 여쭌다. 더 나아가 사도바울이 예루살렘에 있는 교회를 위해 지속적으로 연보를 요청한 것도 교회들의 교제와 연합이 얼마나 자발적이고 풍성하였는지 분명하게 증거한다(롬 15:25-26; 고후 8:1-4; 빌 4:15; 살전 4:9-10).
신약교회가 자발적으로 연합하여 교회질서를 세운 대표적인 예가 소위 말하는 ‘예루살렘 공의회’이다(행 15장). 이방 땅에 복음이 전해지고 교회가 세워지자 유대 기독교인들이 이방지역에 세워진 교회를 향해 유대인들의 관습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쉽게 말하자면 이방인들도 구약의 율법을 그대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 핵심이 할례를 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방교회가 바울과 바나바를 예루살렘 교회에 파송하여 교회의 결정을 듣고자 했다. 예루살렘에 있는 사도들과 교회는 “성령과 우리는 이 요긴한 것들 외에는 아무 짐도 너희에게 지우지 아니하는 것이 옳은 줄 알았다”고 결정하면서 교회의 질서를 분명하게 세운다. 이 결정이야말로 기독교회를 세계적인 교회가 되게 한 중요한 결정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기독교회는 유대교의 한 분파로 남았을 뻔했다. 이런 태도가 장로교회정치에 그대로 이식되었다. 특정 교회나 직분이 다른 교회나 직분을 지배함으로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연합하여 치리를 확립하는 것 말이다. 신약교회의 정치는 개체교회의 자발적인 연합으로 이루어졌다(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 제31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