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정론이 새롭게 시작하는 기획기사 ‘김 집사가 알아야 할 교회법’은 교회법의 전반적 내용을 쉽게 해설하는 시리즈입니다. 기독교보와 함께 진행하는 시리즈로서 여기에 싣는 것은 기독교보의 허락을 받았습니다. 글 내용은 기독교보에 실린 그대로인 경우도 있으며, 오프라인 신문 지면의 한계상 다 싣지 못한 내용을 여기에는 그대로 싣습니다. - 편집자 주
다른 교회 목사님이 우리 교회 일에 간섭할 수 있나요?

정찬도 목사
(주나움교회)
“다른 교회 목사님이 우리 교회 일에 임의로 개입할 권한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은 이렇습니다. 다른 교회 목사 개인이 독자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목사님이 시찰회·노회·총회 등 공적으로 구성된 치리회(대회)의 권한을 위임받아 수습위원, 전권위원, 조사위원 등으로 파송된 경우라면 그 개입은 정당합니다. 이때의 개입은 개인적 감정이나 임의적 간섭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의 질서 회복과 세움을 위한 공적 직무 수행입니다. 개인적이며 강압적·월권적인 충고 혹은 소위 ‘괘씸죄’와 같은 사적 보복성 처사는 정당한 치리 행위로 볼 수 없으며, 본문에서는 이를 논의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그렇다면 다른 교회 일에 관여할 수 있는 ‘원리’는 무엇일까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제31장은 교회의 ‘더 나은 치리와 세움’을 위해 치리 제도가 존재함을 밝힙니다. 치리권과 권위는 본질적으로 교회의 머리 되신 그리스도로부터 나오며, 대회는 그 머리 되심을 현세적 공동체 안에서 구현하기 위한 목회적·신학적 장치입니다. 따라서 대회는 그리스도께서 직분자들에게 맡기신 권한을 공적·공동체적으로 행사하도록 조직된 제도이며, 각급 치리회는 고유한 권한을 가지되 원칙적으로 대회의 지도와 감독에 순차적으로 응합니다.
동시에 분명히 유의할 점도 있습니다. 대회의 개입은 교회 자치와 치리회의 합법적 자율성을 무너뜨려서는 안 되며, 소환·조사·위임 등 절차적 정당성을 반드시 갖추어야 합니다. 또한 당회, 노회, 총회는 흔히 말하는 ‘상회–하회’의 위계 구조로 구분되지 않습니다. 그런 구분은 상급 기관이 하급 기관보다 본질적으로 더 큰 권위나 능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게 하여, 교회의 머리 되신 그리스도의 유일한 권위를 흐리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혁교회 전통은 ‘상회’ 대신 ‘대회’(major assembly)라는 용어를 선호합니다. 여기서 ‘대’(major)라는 표현은 ‘상급’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범위를 대표하는 모임이라는 의미입니다. 곧 당회보다 노회가, 노회보다 총회가 더 큰 범위를 대표한다는 것이지 권위가 단계적으로 높아진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러므로 공적 권한의 목적은 단순히 징계가 아니라 회복과 화해, 교회의 건강한 성장을 이루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권한의 근거(공적 위임), 목적(교회의 선과 세움), 절차(공정한 조사와 소명의 기회)를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왜 교회 외부 목회자들로부터 지도를 받아야 할까요? 그 핵심 이유는 교회가 ‘언약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언약의 관점에서 한 교회의 신앙과 삶은 결코 그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며, 이웃 교회들과 다음 세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칩니다. 따라서 대회의 개입은 단순한 행정적 간섭이 아니라, 언약의 신실함을 지키고 세대 간 신앙의 연속성을 보존하려는 공적 책임의 발현입니다. 대회는 ‘교회 연합’과 ‘보편성’을 제도적으로 드러내는 수단으로서, 지역적·시대적 다양성 속에서도 한 몸 된 교회의 일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제도입니다. 또한 특정 교회가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교리·실천 문제를 공동체적으로 분별해 결정함으로써, 전체 교회의 복음 증거와 신앙의 순수성을 보호합니다. 사도행전 15장의 예루살렘 공의회가 바로 그 모범이며, 오늘날의 대회 제도는 그 전통을 제도적으로 계승한 것입니다.
그러나 대회의 개입은 목적과 방법에 있어서 분명한 ‘한계’를 지녀야 합니다. 목적은 통제나 정죄가 아니라 회복과 화해,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한 신앙 유산의 보전이어야 합니다. 또한 소환·조사·소명의 기회 보장 등 절차적 공정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며, 하급 치리회의 자율성과 교회의 목회적 자치가 불필요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행사되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외부 목회자의 지도는 언약적 연대와 공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한 정당한 장치이며, 그 행사는 언제나 교회의 선과 공동체적 회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언약 공동체를 위한 치리와 지도의 권위와 정당성은 어디에 근거해야 할까요? 답은 분명합니다. 모든 치리와 결정은 반드시 ‘성경’에 근거해야 합니다. 그러나 ‘성경적’이라는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 실천을 요구합니다. 곧 치리의 목적과 기준은 성경의 가르침과 일치해야 하며, 인용되는 본문은 맥락과 해석 원리에 따라 정직하게 다루어져야 하고, 교회의 신앙고백과 치리 규정도 성경적 일관성을 지녀야 합니다. 역사적으로는 ‘성경적’이라는 명목이 남용되어 정치적·문화적 이해관계에 휘둘리거나 오히려 성경 위에 군림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성경 근거의 적실성(정확한 해석)과 절차적 정당성(소환·변론·항소 기회 등)을 함께 검증하는 일이 필수입니다. 성경에 기초한 치리는 본질적으로 목회적 수단이어야 하며, 목적은 형벌적 권력 행사가 아니라 회복과 화해, 공동체의 거룩함 회복입니다. 징계는 배제나 파괴가 아니라 죄를 깨닫게 하는 은혜의 통로로서 재통합을 지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결정 과정은 근거 성경구절과 해석 논리를 문서화하고, 비례성과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며, 징계 이후의 재통합 계획을 포함해야 합니다. 결국 권위와 정당성은 ‘누가 말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에 근거했는가’와 ‘어떻게 행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교회는 성경적 근거의 적실성, 해석의 정직성, 절차의 공정성을 지켜 모든 결정을 회복과 화해로 이끌어야 합니다.
이제 보다 ‘실질적인 문제’로 들어가겠습니다. 핵심 질문은 “어떤 사안에 대회가 개입할 수 있는가?”입니다. 모든 문제에 무차별적으로 개입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교회의 일에 개입하려면 세 가지 요건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째는 절차적 정당성입니다. 마태복음 18:15–17의 권면 절차에 따라, 먼저 개체교회의 당회와 당사자 사이에서 규정된 권면과 수습 절차가 충실히 이행되어야 합니다. 그 후 당회가 정식으로 도움을 요청하거나, 대회가 정당한 위임(예: 수습위원·전권위원 파송, 조사위원 임명 등)을 받아 개입하는 경우에만 정당성이 인정됩니다. 또한 개입 과정은 반드시 문서화되고, 통지·소명·변론의 기회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임의적·비공식적 개입은 절차적 정당성을 잃습니다.
둘째는 사안의 적절성, 곧 공적성입니다. 대회가 다루어야 할 문제는 개인적 감정이나 사적 원한이 아니라, 교회의 공적·치리적 성격을 가진 사안이어야 합니다. 교리적 이탈, 목회자의 공적 직무 위반, 회계의 중대한 불투명성, 교회 질서를 해치는 조직적 분열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반대로 개인 간의 사소한 오해나 은혜생활의 차이 등은 대회의 개입 대상이 아닙니다.
셋째는 성경적·교리적 적합성입니다. 대회가 개입하거나 판단하는 사안은 반드시 성경의 가르침과 교단의 신앙고백에 부합해야 하며, 맥락적·정직한 해석과 교단 고백서 및 치리 규정과의 일치 여부가 검토되어야 합니다.
이 세 가지 검증 요건 중 하나라도 결여되면 대회의 개입은 권위와 정당성을 상실합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당회와 성도들은 먼저 사안의 성격을 냉정히 분별해야 하며, 공적 사안임을 확정할 경우에는 사실관계와 관련 자료, 이미 시행한 권면 절차 기록, 당회의 권한 범위 등을 명확히 정리하여 대회에 요청해야 합니다. 대회는 요청을 접수할 때 절차적 요건과 신학적 근거를 검토하고, 필요에 따라 중재·조사·자문 절차를 개시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지켜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대회의 개입은 절차적 정당성, 사안의 공적성, 성경적·교리적 적합성 이 세 가지 요건이 함께 충족될 때에만 정당화됩니다. 이 원칙을 통해 교회는 외부의 남용을 막으면서도, 언약 공동체로서의 신실함과 다음 세대를 향한 책임을 지켜갈 수 있습니다.
실무 절차에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요소도 있습니다. 먼저 파견된 수습위원이나 전권위원은 오직 공정성과 성경적 근거에 입각해 판단해야 합니다. 권위를 내세워 비합리적 지시나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됩니다. 또한 교회는 파견자를 개인적 차원에서 대하지 말고, 더 나은 치리와 세움을 위한 치리회의 대표로서 그 권위를 존중해야 합니다. 종종 파견된 권위를 부정하거나 무례하게 대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회의 결정이 내려진 이후도 중요합니다. 판결은 끝이 아니라 회복을 향한 출발점입니다. 따라서 당사자에 대한 목회적 돌봄과 교회의 영적 교육이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아울러 교회는 그 결정이 성경에 합당한지를 공동체적으로 검증할 책임을 집니다. 다만 결정이 성경적 기준과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될 경우,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재심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감정적 반응이 아니라, 성경과 치리 절차에 근거한 공동체적 판단이어야 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다른 교회의 일에 개입할 권한은 개인적 직분이나 친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공식적인 권한 위임을 통해 공적으로 부여될 때에만 인정됩니다. 대회의 개입은 교회의 치리와 세움을 위한 목회적·신학적 장치이며, 궁극적으로는 복음의 신실함을 지키는 역할을 합니다. 정당한 개입이 되려면 절차적 정당성, 사안의 공적성, 성경적·교리적 타당성 이 세 가지 요건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합니다. 이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개입의 권위는 무너집니다. 따라서 파견된 지도자는 항상 공정성과 성경에 근거해 판단해야 하며, 교회는 그 권위를 공적으로 존중하며 공동체적 책임 속에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무엇보다 치리와 권징의 목적은 형벌이 아니라 사랑으로 영혼을 회복하고 공동체를 세우는 데 있습니다. 모든 교회는 문제와 약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각 교회가 스스로 문제를 바르게 다루어, 치리와 세움이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끊임없이 개혁되어 아름답게 세워져 가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