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획기사는 신자의 장례입니다. 어느 문화나 마찬가지겠지만 동양문화는 생노병사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독특한 축하 및 애도의 문화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한국교회의 장례문화는 전통적인 장례문화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상호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천주교회는 이 장례와 기타 애도문화로 인해 큰 곤혹을 치르기도 했고요. 토착화도 필요하겠지만 성경에서 말하는 장례에 관해, 그리고 장례에 관련된 제반 문제를 차분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 편집위원장
장희종 목사
명덕교회 담임목사
개혁정론 자문위원
<장례설교의 예>
설교.01 - 제목: 성도의 본향 / 본문: 요한복음 14장 6절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14:6)
1. 인생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앞서간 수많은 현인들, 인류의 스승들이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 씨름해 왔습니다. 우리는 이 시간에 잠시 본향을 생각해 봅시다. 본향 생각하면 먼저 어린 시절 뛰놀며 자라던 곳을 떠올립니다. 거기엔 어머니가 계시고 함께 자라던 동기들, 동무들이 있는 곳입니다. 우리의 심성을 어루만져주며, 지성과 성품을 빚어주었던 산도 있고, 들도 있고, 풀 벌래 자연이 그대로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본향을 잊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우리의 옛 본향을 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고향 떠나 삶에 지칠 때 그곳이 더욱 그리워지는 것입니다. 멀리 떠났다가도 나이 들고 병이 들면 본향을 향하는 마음을 지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고향 그리워하는 본성은 우리가 다시 돌아갈 본향이 있다는 것을 알려 줍니다. 우리가 다시 안길 본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영원한 아버지가 계시는 영원한 본향 집이 있음을 알려주는 본성의 소리인 것입니다. 그래서 인생을 영원한 본향 아버지 집을 찾기까지는 마음의 안정을 가질 수가 없는 것입니다. 마음의 진정한 쉼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고향 떠난 자, 고향을 잃어버린 자에게는 끝없는 고독이 있는 것입니다.
2. 집나간 자를 찾아 아버지의 보냄을 받아 오신 분이 계십니다.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본향 집 아버지의 메시지를 들고 오신 분입니다.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음성을 들려주신 분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으로 인하여 하나님을 아는 자, 하나님이 보내신 예수님을 아는 자는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영생은 곧 유일하신 참 하나님과 그가 보내신 자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니이다”(요17:3).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14:6).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11:28).
3. 故 성도는 하나님 아버지의 부르심을 받고 사모하던 본향으로 떠나셨습니다.
하나님과 하나님이 보내신 자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즐거워하며 사모하시다가 이제 아버지의 부르심을 받고 아버지가 계시는 본향으로 떠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아버지가 계시는 본향으로 떠난 故 님을 그리워하며 이별을 아쉬워하면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별은 정을 가진 인생에게는 그리움과 슬픔을 안겨줍니다. 그래서 이날은 본향으로 돌아가신 이를 축하고 즐거워하면서도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주안에서의 이별은 다시 만남을 약속합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본향에 가게 될 터인데 그때 거기 가서 다시 뵙게 될 것입니다. 모든 슬픔과 아픔과 고통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모습으로 피차 뵙게 될 것입니다. 거기는 이별이 없는 곳입니다. 거기는 죽음이 없습니다. 아픔도, 눈물도 없습니다. 거기는 기쁨만 있는 곳입니다. 거기는 아름다움만 있는 곳입니다. 만물이 새롭게 된 곳입니다. 거기서 우리는 영원토록 우리 주님과 함께 말로 다할 수 없는 거룩한 즐거움으로 기뻐하게 될 것입니다. 그곳은 아무나 들어가는 곳이 아닙니다. “무엇이든지 속된 것이나 가증한 일 또는 거짓말하는 자는 결코 그리로 들어가지 못하되 오직 어린 양의 생명책에 기록된 자들만 들어가리라”(계21:27)고 했습니다.
사랑하는 유족들이여! 성도들이여!
우리도 그곳을 사모해야 합니다. 앞서간 성도들이 가신 곳, 우리 주님이 계신 곳을 사모해야 합니다. 우리도 이 땅위의 수고가 끝나는 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그 나라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기 위해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설교.02 - 제목: 출국 / 본문: 베드로후서 1장 13-15절
“내가 이 장막에 있을 동안에 너희를 일깨워 생각나게 함이 옳은 줄로 여기노니 이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게 지시하신 것 같이 나도 나의 장막을 벗어날 것이 임박한 줄을 앎이라 내가 힘써 너희로 하여금 내가 떠난 후에라도 어느 때나 이런 것을 생각나게 하려 하노라”(벧후1:13-15)
1. 베드로 사도는 사람의 생명이 무엇인지 성경적으로 다시 확인시켜 줍니다.
13절에는 “내가 이 장막에 있을 동안에….” 14절에는 “나도 나의 장막을 벗어날 것이 임박한 줄을 앎이라” 그리고 15절은 “나의 떠난 후에라도"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사도 베드로의 인생관을 보게 된다. 인생은 장막을 치고 살다가 장막을 벗어버리고 떠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베드로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 사상을 두고 한 말입니다. 하나님은 인간을 흙으로 창조하신 것입니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인간을 자기의 형상으로 만드셨다고 했습니다. 하나님이 인간을 흙으로 손수 빚으시고 그 속에 하나님의 생명을 불어 넣어주셨습니다. 인간은 하나님의 생명을 받은 존재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것이요, 피조물 중에 가장 존귀한 존재라고 성경은 알려줍니다. 베드로는 그것을 이렇게 표합니다. 13절 “내가 이 장막에 있을 동안에” 14절 “나도 나의 장막을 벗어날 것” 베드로는 여기서 자신과 육체(장막)를 분리해서 생각합니다. 사도 요한도 예수님을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장막을 치심)….”(요1:14) 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의 육체라고 하는 이 장막 안에 거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의 생명이란 이 육체뿐만 아니라 이 육체 속에 있는 “나”라는 것입니다. 이 육체는 내가 잠시 치고 있는 장막과 같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육체는 머지않아 벗을 날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육체는 자기가 거할 영구한 처소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표현들은 사람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성경적인 표현입니다.
2. 성도의 죽음이 무엇인가?
성도의 죽음은 출국(exodus)하는 것입니다. 베드로는 죽음을 “장막을 벗어날”이라고 했습니다. 15절에 “내가 떠난 후에라도” 베드로는 죽음을 “떠나는 것”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여기 “떠난 다”는 말은 출국(exodus)한다는 말입니다. 본국으로 귀국한다는 말입니다. 베드로는 “내가 떠난 후에라도” 떠나는 날이 가까웠다고 말합니다. 자기의 임종이 가까웠다는 말을 떠나는 날이 가까이 왔다고 말한 것입니다. 베드로 사도는 사람의 죽음이 무엇인지 알려 준 것입니다.
성도의 죽음은 압제 당하던 종이 자유로운 몸이 되어 떠나는 것과 같습니다. 애굽을 떠나 가나안으로 들어가는 것과 꼭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신약의 사도들은 우리에게 그 점을 강조해 주고 있습니다. 인생은 하나님에게 돌아갈 순례자라고 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보냄 받아 왔습니다. 하나님의 보냄 받은 우리는 이 세상을 순례하는 순례자들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을 순례하는 동안에는 육체라고 하는 장막 속에 거합니다. 이 장막은 새 날, 새 아침이 밝아 올 때까지 순례의 밤을 지내는 여인숙 입니다. 아침 태양이 떠오르면 순례자는 미련 없이 장막을 떠납니다. 우리의 육체는 본향으로 돌아갈 때까지 이 세상 여행 중에 치고 살아야 하는 장막입니다. 그러나 이 세상 순례길 마치고 떠나면 아직 출국하지 않고 남아 있는자들이 남겨둔 장막(육체)을 치워야 합니다. 그의 육체는 더 이상 나의 사랑하는 님이 아닙니다. 이것은 낡은 장막일 뿐입니다. 이 낡은 장막은 태우든지, 땅에 묻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유족들이여! 그리고 성도들이여!
천사는 육체가 없기 때문에 죽음이 없습니다. 동물은 영혼이 없기 때문에 영생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육체가 있기 때문에 죽음이 있고, 영혼이 있기 때문에 영생이 있음을 기억하십시오. 그래서 우리 주님은 우리의 죗값으로 대신 죽어주시기 위해 육체를 입고 오셔야만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죽으시고 다시 부활하셔서 영원한 영광의 나라에 들어가셨습니다.
우리 모두는 알지 못하지만 이 세상에서 떠날 출국 일이 정해져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지워진 무거운 짐이 벗어질 날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유하는 날이 다가 오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고달픈 순례길이 마쳐지는 날, 영광의 나라로 입성하게 될 것입니다.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의 순례길의 목적은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를 이 땅에 보내신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데 있습니다. 이것을 깨닫고 응답하게 될 때 비로소 인간은 존귀와 영화로 관을 쓰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그 날을 기대하면서 힘내어 맡겨준 임무를 충성스럽게 감당합시다. 이 세상 나라에서의 출국은 곧 영원한 본향에 귀국하는 날임을 기억하고 그날을 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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