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획기사의 주제는 “나는 이렇게 설교한다”입니다. 설교는 교회를 세우는 중요한 방편이며, 하나님께서는 설교로 자기 백성을 찾아오십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영광스러운 직무를 목사에게 맡기셨습니다. 그래서 설교는 목사의 영광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설교는 목사에게 부담이기도 합니다. 많은 목사들이 설교의 영광과 부담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고민을 함께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이번 기획기사를 통해 매주일 성실하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수고를 소개하고, 그 유익을 함께 누리면 좋겠습니다. - 편집장 주
나는 이렇게 설교한다: 개척교회 설교 준비에 대한 나눔
전영욱 목사
(더순수한교회)
필자는 2025년 2월부터 교회를 개척하여 개혁주의 신학 위에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세워가고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 개척교회를 막 시작한 입장에서 설교를 어떻게 준비하는지를 나누려고 합니다. 설교가 무엇이며, 기본적으로 설교자가 어떻게 설교를 준비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1. 설교란 무엇인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가 “개체교회들은 복음의 교리를 가르치고 받아들이는 일, 규례들을 시행하는 일, 그리고 공적 예배를 수행하는 일을 얼마나 순수하게 하는가에 따라 더 순수하기도 하고, 덜 순수하기도 하다”(25장 ‘교회’ 4항)고 고백하듯이, 모든 교회는 순수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순수해야 할까요? 신앙고백서는 ‘교리와 규례와 예배’라고 가르칩니다. 교회에서는 복음의 교리가 순수하게 가르쳐지고 받아들여져야 하고,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 규례들이 순수하게 시행되어야 합니다. 공예배가 순수하게 이루어질 때, 더(more) 가시적이고, 더(more) 순수한 교회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성경이 말하는 은혜의 방편을 잘 알고 있는데, 바로 ‘말씀, 성례, 기도’입니다. 이것이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구속의 은덕을 전달하시는 외적이고 통상적인 방편입니다(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88문). 우리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와 소요리문답의 가르침을 통해 ‘설교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설교란 무엇인가요? 설교란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언함으로 교회를 더 순수하게 세우는 것’이요, ‘죄인을 위한 구속의 은혜를 전달하는 방편’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말씀사역자로 부르심을 받은 목사의 직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2. 설교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그렇다면 설교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 159문답은 ‘설교자는 올바른 교리를 설교해야 하며, 부지런하게 설교를 준비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매일 성경을 읽고, 틈틈이 성경을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신학서적과 주석, 강해 등을 항상 가까이해야 하는데,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설교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서는 설교를 할 수도, 잘 할 수도 없습니다.
필자는 아침에는 기도하는 일과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것에 전념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지금은 시편을 묵상하며 정리하여 주중 언약의 자녀들을 가르치는 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후에는 주일 설교 준비와 주중 양육 준비에 대부분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교회를 개척하면서 이것저것 준비하고 살펴야 하는 것이 많은데, 감사하게도 성도들이 그 사역들을 대부분 감당해 주고 있으며, 교회가 목사로서 설교 사역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있습니다. 개척교회에서는 목사가 해야 할 일도 많지만 개인적으로 할애할 수 있는 시간도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개척교회 목사가 누릴 수 있는 장점 중 하나가 ‘설교 준비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밖에 설교문을 작성하고 설교하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이 많을 겁니다. 오직 성경(sola Scriptura)와 모든 성경(tota Scriptura)을 원칙으로 적절한 본문과 주제를 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개혁주의 신학을 바탕으로 설교문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와 대소요리문답,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등을 참고하고 활용하는 것도 유익할 것입니다. 청중들의 상황도 고려해야 하고, 명료한 어법과 문장을 사용하기 위한 연습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성령님의 조명하심 아래 말씀을 준비하고 풀어내기 위해서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3. 개척교회를 시작하면서 주일공예배 설교 어떻게 하고 있는가
필자는 작년 12월 부교역자로 사역하던 교회를 사임하고 개척을 준비했습니다. 올해 1월 한 달은 ‘광교장로교회, 부산유은교회, 포항장로교회 등’을 탐방하였고, 감사하게도 개척에 동참하는 분들이 계셔 2월부터 예배 처소를 마련하여 예배로 모일 수 있었습니다.
2-3월은 ‘교회란 무엇인가’에 대해 설교하였고, 4월부터 개혁주의 신학의 관점에서 ‘구원의 서정(ordo salutis)’에 대해 설교하고 있습니다. 교회를 시작하면서 가장 기본이면서도 중요한 ‘구원론’에 대해 말씀을 전하고 살피는 것이 유익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교회론’에 대해 계속해서 설교할 수도 있었으나, 주일 오후 양육을 통해 교회에 대해 함께 알아가며 나누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했고, 현재 주일 오후에는 성도들과 『교회다운교회(신호섭)』라는 책을 읽고 나누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주일오전예배 시간에는 ‘구원의 서정’이라는 주제로 설교하고 있습니다. 필자의 교회는 매달 셋째 주일에 성찬을 하기에 그 주일에는 설교를 성찬과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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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생’ |
5월 ‘칭의’ |
6월 ‘성화’ |
1주차 |
당신에게 거듭냤냐고 묻는다면 |
하나님 앞에서 의로울 수 있을까? |
성화, 거룩하게 하심 |
2주차 |
거듭남의 증거와 놋뱀 이야기 |
하나님의 의, 예수 그리스도 |
성령으로 충만한 삶 |
3주차 |
거듭납과 성찬이 주는 유익 |
전가 교리와 성찬의 기쁨 |
성화의 수단, 성찬 |
4주차 |
거듭나면 어떻게 될까요? |
사랑으로 역사하는 믿음 |
성화의 이미(already)와 아직(not yet) |
구원의 서정을 모두 설교할 수도 있지만 핵심적인 세 가지를 정했는데, ‘중생-칭의-성화’입니다. 필자는 세 가지 주제를 설교하기 위해 먼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을 살폈습니다. 칼뱅(John Calvin)의 『기독교강요』를 중심으로 신앙고백서와 요리문답 등을 정리하였고, 손재익 목사님의 『나에게 거듭났냐고 묻는다면』, 『나는 하나님 앞에서 의로울 수 있을까』, 『성화, 이미와 아직의 은혜』라는 책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외에도 ‘칭의’와 ‘성화’를 다룰 때는 박재은 교수님의 『칭의, 균형 있게 이해하기』, 『성화, 균형 있게 이해하기』도 꼼꼼히 살폈습니다.
중생과 관련하여 성경 본문은 주로 ‘요한복음(3장, 20장)’으로, 칭의는 ‘로마서(3장, 4장, 5장), 갈라디아서(2장)’, 성화는 ‘로마서(6장), 에베소서(5장), 빌립보서(2장)’으로 정하였습니다. 본문을 정하면, 먼저 ‘LOGOS 성경 소프트웨어’를 통해 기본적인 본문의 구조와 단어의 의미, 중요한 문법들을 살폈습니다. 물론 신대원에서 석의 보고서를 하듯이 자세하게는 살필 수 없지만, 동사 등의 중요한 문법과 용법을 이해하기 위해 ‘LOGOS’를 활용하는 것은 매우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좋은 주석들이 많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카슨(D. A. Carson)의 『PNTC요한복음』, 더글라스 무(Douglas J. Moo)의 『NICNT로마서』, 『BECNT갈라디아서』, 토머스 슈라이너(Thomas R. Schreiner)의 『BECNT로마서』, 모이세스 실바(Moisés Silva)의 『BECNT빌립보서』 등을 참고했는데, 특별히 ‘LOGOS’ 프로그램과 연동하여 활용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필자는 설교를 준비할 때 고려신학대학원 강의안을 많이 살핍니다. 대학원에서 배운 내용이 큰 도움이 됩니다. 이번 설교를 준비하면서 박영돈 교수님의 강의안을 참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대소요리문답’,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에서 큰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사실 이러한 신앙고백서와 요리문답만큼 ‘구원의 서정’을 잘 설명하고 있는 것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중생’이라는 부분을 따로 다루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중생’이라는 개념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에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제10장 효과 있는 부르심’에서 ‘중생’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10장 효과 있는 부르심 1항
하나님께서는 정하시고 용납하신 때에 오직 생명에 이르도록 예정하신 모든 자만을, 그들이 본성적으로 처해 있는 죄와 사망의 상태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은혜와 구원으로, 말씀과 성령을 통하여 효과 있게 부르기를 기뻐하신다. 곧 그들의 지성을 구원에 이르도록 영적으로 조명하여 하나님의 일을 이해하게 하시고, 돌처럼 굳은 마음을 제거하시고 살처럼 부드러운 마음을 주시고, 그들의 의지를 새롭게 하셔서 전능하신 능력으로 그들이 선한 것을 향하도록 정하시고 그들을 예수 그리스도께로 효과 있게 이끄신다. 그렇지만 그들은 하나님의 은혜로 지극히 자유롭게 자원하는 마음으로 가지고 그리스도께 나아간다
이 고백들은 분명 ‘중생’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필자도 ‘중생’을 설교할 때 ‘효과 있는 부르심’을 함께 다루기도 했습니다.
필자는 일반적으로 목요일까지 설교문 작성합니다. 그리고 탈고 작업을 거칩니다. 오타, 잘못된 표현과 문장은 없는지, 전달하기 쉽고 청중들이 알아듣기 쉽도록 단문으로 작성되었는지, 지나치기 신학적인 주제만 설명하는 형식은 아닌지,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제시하는지 등을 살핍니다. 주일공예배에 언약의 자녀들도 모두 참여하기에 설교문은 25분 내외로 준비합니다. 그리고 설교문을 바탕으로 성도들에게 나누어줄 ‘설교노트’를 작성합니다. 주일공예배에 참여하는 언약의 자녀들을 위해서는 따로 ‘설교노트’를 준비합니다.
언약의 자녀들을 위한 설교노트
설교문과 설교노트가 완성되면 금요일부터 주일 아침까지 계속해서 기도하며 살핍니다. 부족하지만 성령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주의 말씀을 전합니다. 월요일이 되면, 설교요약을 성도들에게 제공하고 한 주간 말씀을 붙들고 살아갈 수 있도록 격려합니다.
나오면서
필자는 초보 목사요, 설교자입니다. 이제 교회를 개척하여 본격적으로 설교 사역을 감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장기적인 설교 계획 및 방법에 대해서는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훨씬 더 전문가요, 잘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필자처럼 이제 막 설교 사역을 본격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분들과 저의 설교 준비와 상황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설교가 중요한 이유는 설교가 우리 연약한 사람의 말이나 초보 목사의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것에 있습니다. 우리가 이 설교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믿습니다.
끝으로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는 설교를 “불붙은 논리(logic on fire)”라고 표현하였듯이, 설교자는 기본적으로 설교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설교 준비를 의지하기보다는 성령님의 나타나심과 능력을 의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르침을 잘 기억하면서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기도하는 참된 설교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승천하신 주님께서 참된 설교를 통해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든든하게 세워가실 것입니다. “내 말과 내 전도함이 설득력 있는 지혜의 말로 하지 아니하고 다만 성령의 나타나심과 능력으로 하여 너희 믿음이 사람의 지혜에 있지 않고 다만 하나님의 능력에 있게 하려 하였노라”(고전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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