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획기사는 '통합, 그 이후'입니다. 지난 제65회 총회에서 고신총회와 고려총회가 역사적인 통합을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통합은 개교회 차원에서 교류를 시작하면서 서로의 고백과 신앙을 확인하다가 통합에 이른 것이 아니라 총회 임원회를 중심한 통합추진위가 노력하여 전격적인 통합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과제를 많이 남겨놓기도 하였습니다. 따라서 고려측 교회들의 지나온 걸음들과 상황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무엇보다 필요할 것입니다. 이에 이번 기획기사에서는 통합 이후의 과제에 대해 차분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편집장 주-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 통합 그 이후
이성호 목사
고려신학대학원 교수
고려 측과의 통합이 은혜 가운데 순조롭게 완성되었다. 모두가 함께 기뻐해야 할 일이다. 이를 위해 수고한 양측의 지도자들에게 깊은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교회의 하나됨은 선물임과 동시에 과제이다. 이제 우리는 겨우 통합의 법적인 첫 걸음을 내 디뎠을 뿐이다. 법적인 하나됨은 앞으로 실제적인 하나됨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교단이라는 법적인 울타리 안에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여전히 서로 간에 서먹한 관계를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15년 전에 먼저 교단에 합류한 서경노회의 경우 여전히 독립된 노회로 남아 있다. 여기에 대해서 교단 내에 있는 목사들이 불만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서경노회 만의 책임은 아니다. 그동안 서경 노회와 실제적으로 하나 되기 위해서 우리는 얼마나 노력을 했는가에 대해서도 스스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우리도 노회 구역을 조정할 필요를 오랫동안 절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진보가 없는 상황에서 서경노회를 향해서만 일방적으로 지역노회 가입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이번 고려 측과의 통합은 기본적으로 위로부터의 통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통합은 상당히 허술한 통합이다. 통합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하나됨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환원이라는 뼈아픈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시는 그런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최대한 겸허한 자세로 성령의 하나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교회의 연합은 기본적으로 진리 안에서의 연합이다. 따라서 연합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진리 문제를 절대로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고려 측과의 분리는 기본적으로 고린도전서 6장의 송사와 관련된 문제였다. 이번 통합으로 “성도 간의 송사는 불가하다”고 합의를 보았다. 이 합의는 앞으로 지켜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한 하나님의 말씀을 더 진지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우리는 “송사가 가능한가 혹은 불가하가?”에 대한 문제에만 너무 몰두한 것 같다. 교회 안에서 악한 자들은 얼마든지 송사가 불가하다는 것을 악용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송사 불가의 원칙이 교회를 세우기보다 교회를 허물어뜨리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만 한다.
송사 불가의 원칙은 교회의 재판이 세상 재판보다 훨씬 권위가 있고 공의롭게 이루어진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사실 바울 사도도 정확하게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가 천사를 판단할 것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고전 6:3) 교회의 치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송사 불가의 원칙은 아무 힘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노회와 총회의 권위를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 특별 치리회의 각 재판부는 정말로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해야 한다. 재판 과정과 결과를 보면 누가 보아도 공정하다는 신뢰감을 주어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적당하게 서로 타협하는 선에서 재판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송사 불가의 원칙을 우리가 받아들인 이상, 공정하고 정의로운 치리회를 구성하고 운영하는데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교회의 연합은 진리와 더불어 사랑 안에서의 연합이 되어야 한다. 한국 교회의 경우 전자보다 후자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 보수 장로교회들이 진리가 다르기 때문에 수백 개 교단으로 나누어진 것이 아니다. 이것은 같은 진리를 고백하더라도 사랑 안에서 연합하지 않으면 교회의 하나됨은 쉽게 깨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제 법적으로 하나가 되었으니 서로 사랑 안에서 교제하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사랑 안에서의 연합은 서로 알아가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번에 합류한 교회 숫자가 몇 개인지, 목사는 몇 명인지, 성도 수는 얼마인지와 같은 외형적인 숫자에만 관심을 가지지 말고 40여 년 동안 고려 측이 어떻게 지내 왔는지, 그들에게 어떤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있었는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주요한 관심사가 무엇인지와 같은 사안에 대해서 여러 채널을 통하여 알아갈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교단 언론사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서로 알아가는 방법 중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 초청하는 것이다. 노회 차원에서 가까운 지역끼리 자매결연을 맺어서 상호 방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체 교회 차원에서 강단 교류도 서로를 알아가는 좋은 방법이다. 지역이 가까운 교회 중에서 교회 규모가 비슷한 교회끼리 먼저 시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신학대학원 교수들 중에 한 두 명을 통합된 노회 중에 배정하는 것도 친교를 확대시키는 것도 고려 할만하다.
교단 통합의 하나됨을 가장 확실하게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은 통합에 참여한 목회자들에게 신대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여러 용이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신대원은 현재 성경강해를 비롯하여 석사 과정(Th. M)을 개설하여 현장 목회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모든 학생들이 30%의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하고 있는데 고려 측 목회자들에게는 보다 많은 혜택(50%)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하여 사직동 교회(담임 김철봉 목사)는 1000만원의 장학금을 기부하기도 하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신뢰가 쌓이게 되면 실제적인 하나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 반대의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그들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됨을 위해서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말로만 하나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다. 하나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자기희생과 헌신과 겸손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오직 그리스도를 본받는 자만이 이 일을 할 수 있고 그 일을 하는 자만이 주께서 예비하신 축복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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