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획기사는 '제65회 총회상정안건 분석'입니다. 이번에도 각 노회에서, 그리고 총회 임원회와 총회상비부에서 다양한 안건을 헌의하였습니다. 장로교회는 당회, 노회, 총회에 의한 치리를 중요시합니다. 총회에 상정된 안건에 대한 진지한 논의야말로 교회를 세우고 하나되게 하는 데에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총회가 행정적인 기능만이 아니라 예배와 신학과 교회정치를 깊이 논의하는 장이 되기를 바라면서 올해 상정된 안건을 분석하려고 합니다. -편집장 주-
[제65회 총회상정안건 분석] 직분은 이명 후에도 동일하게 유지되는가?
손재익 객원기자
(한길교회 목사)
Ⅰ. 원리
직분은 신분이 아님
한국교회의 상당수 사람들의 오해 중 하나는 직분을 하나의 계급(階級)이나 신분(身分)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목사나 장로가 된 것이 하나의 ‘신분’을 얻은 것으로 생각한다. 한 번 목사인 사람은 영원토록 목사이고, 한 번 장로인 사람은 영원토록 장로인 것으로 생각한다. 목사나 장로가 된 것이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서 더 큰 명예와 더 큰 특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인지 목사나 장로가 되기 위해서 매우 애쓰는 경향이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번 목사였던 사람이 다시 일반성도(직분이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다. 한 번 장로였던 사람이 일반성도가 될 수 있다. 직분이 없던 사람이 직분을 가질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직분이 있던 사람이 직분이 없는 상태일 수 있다. A교회에서 목사였던 사람이 B교회에서도 반드시 목사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B교단의 C교회에서 장로였던 사람이 D교단의 E교회로 옮겼다고 해서 그 사람을 무조건 장로로 인정해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직분은 기본적으로 소속된 교회를 위한 것
직분이란 기본적으로 소속된 교회를 위한 것이다. 하나님의 부르심과 소속된 교회의 회중을 통해 외적소명을 확인 받아 직분자로 임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직분은 철저히 자신이 소속된 교회를 위한 봉사로 나타난다. 그렇기에 소속된 회중의 청빙이나 선택이 있어야 한다. A교회의 목사는 A교회에서 목사이지, B교회에서 목사일 수 없다. A교회의 목사였던 자가 B교회의 목사이려면 B교회의 회중의 청빙이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A교회의 장로는 A교회에서 장로이지, B교회에서 장로일 수 없다. A교회의 장로였던 자가 B교회의 장로이려면 B교회의 회중의 선택이 있어야 한다. A라는 교회에서 장로나 집사로 임직했다가 B라는 교회로 이명했을 경우에 A교회에서 가졌던 직분은 B교회에서 다시금 외적 소명의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원리는 목사 청빙 및 위임, 장로 지명 및 취임, 집사 지명 및 취임이라는 형식으로 오늘날 우리교회에서도 유지되고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장로교 정치의 중요한 원리이다. 그래서 핫지(Hodge)의 『교회정치문답조례』 제532문에서는 “교회가 치리장로나 집사에게 이명서를 발급하여 보내면, 그때부터 그 교회와 직무상 관계는 종결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제104문에는 “장로는 오직 자기를 피선한 교회 안에서와 총대로 파송된 노회나 총회 안에서만 그 직임을 행할 수 있다”고 언급한다. 이처럼 목사는 한 교회의 목사요, 장로나 집사도 한 교회의 직분자로 부르심을 받은 것이다.
이러한 원리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 가지 잘못된 직분적 상황들이 생겨날 수 있다. 그리고 그 때 그 때 새로운 해석이 요구되어야만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Ⅱ. 상정 안건과 다양한 현실들
상정안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A교회에서 B교회로 옮긴(이명한) 장로나 집사의 직분문제가 여전히 문제되는 경우가 있다. 마침 이번 제65회 총회에 상정된 안건 가운데에 이와 연관된다고 보일 수 있는 안건이 있어서 생각해 보려고 한다.
남서울노회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안건을 상정했다.
제목 : 개척교회로 파송된 장로의 취임에 관한 질의 (제안 설명) (1)분립개척을 위해 모교회에서 파송 받은 장로는 새로 취임을 해야 합니까? (2)개척교회를 위해 타교회에서 이명증을 지참하여 파송 받은 장로는 3년 이전에 노회에 장로지명청원을 할 수 있습니까? 주의 은혜로 총회 산하에 많은 교회가 개척되고 있습니다. 개척 형태도 다양하여, 조직교회가 분립 개척하는 경우도 있고, 여러 교회가 연합하여 분립 개척하는 경우도 있고, 혹은 목회자의 가족중심으로 새로이 개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개척교회를 위해 장로들이 참여는 모습도 다양하여, 분립을 위해 모교회에서 파송되는 경우도 있고, 새로 개척된 교회를 위해 타교회에서 이명증을 가지고 참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각 경우 장로의 취임절차에 관하여 법조문에 대한 해석이 달라 혼란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에 총회에서 각 경우에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를 입법 취지에 맞추어 분명하게 확인해 주신다면 현장의 혼란을 미연에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
다양한 현실들
위 안건이 설명하고 있는 내용과 우리 주변의 상황을 보면 새로운 교회의 개척과 직분의 관계에 여러 가지 경우들(cases)이 있을 수 있다. ① A라는 조직교회가 교회 안의 성도들을 분립하여 B라는 교회를 개척할 수 있다. 이 때 A교회에서 장로나 집사였던 분들이 B교회에 동참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A교회에서 장로나 집사였던 분들은 B교회에서도 장로나 집사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② G라는 교회의 장로나 집사가 M이라는 교회가 개척하는데 동참하기 위해서 G교회로부터 이명증서를 받아서 갈 수 있다. 이 때 G교회에서 장로나 집사였던 사람이 M교회에서도 장로나 집사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기본적인 해결법
위 2가지 경우에 대한 해결법은 간단하다. 직분자 선택을 위한 선거를 하면 된다. ①의 경우, A교회의 장로나 집사였던 분들은 B교회로 이동한 뒤에는 그 교회로부터 다시 직분자 선택을 하면 된다. 이 때 어떤 분은 A교회에서 장로였으나 B교회로 이동한 뒤에는 장로가 아닐 수 있다. 어떤 분들은 A교회에서 장로였는데, B교회에서도 장로일 수 있다. ②의 경우, G라는 교회의 장로나 집사가 M이라는 교회의 개척에 동참하기 위해서 M교회로 이명했다면, M교회의 회중으로부터 선택을 받으면 된다. 이 때 바로 선거를 할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의 시일이 걸릴 수 있다. M교회가 어느 정도의 규모와 어느 정도의 상황에 있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선택을 한 결과, G라는 교회의 장로나 집사였던 분이 M교회에서는 아닐 수 있고, 오히려 다른 참여자들이 직분자가 될 수도 있다.
분립개척한 교회의 경우 한국적 정서를 고려한 해결법
그런데 한국적 정서상 이렇게 되는 게 쉽지가 않다. ①의 경우, B교회의 회중의 거의 전부가 A교회에서도 회중이었던 사람들인데, A교회에서 장로였던 분이 B교회에서는 장로가 아닌 상태가 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B교회에서 직분을 그대로 하는 것은 원리상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대개 노회의 허락을 받아 항존직원에 대해서는 그대로 유지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 새로운 회중에 의한 선택이라는 원리를 실제로 집행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이해할 만한 형편과 상황을 고려한 해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 반드시 교회설립(분립)의 주체인 ‘노회의 허락’이 요구된다.
새로운 개척교회의 경우
문제는 ②의 경우이다. G라는 교회의 장로나 집사였던 분이 M이라는 교회의 개척에 동참했는데, 그 M교회의 회중은 이전에 잘 알지 못하던 분들이 상당수 있을 수 있다. 게다가 개척교회의 형편도 다양할 수 있다. 예컨대, ㉠ M교회의 개척형태가 목사 가정과 다른 교회에서 장로였던 가정 1가정만이 참여한 경우일 수 있다. 혹은 ㉡ 목사 가정과 다른 교회에서 장로였던 가정 2가정, 그리고 성도 몇 명이 있으나 ‘교회설립’요건(교회정치 제2장 제14조)을 갖추지 않았거나 당회를 조직할 수 있는 요건인 세례교인 30명 이상이 아닐 수 있다(교회정치 제10장 제113조). 또는 ㉢ 목사 가정과 다른 교회에서 장로였던 가정 10가정, 다른 교회에서 직분자가 아니었던 가정 1가정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한국적 정서를 고려한다고 해도 다른 교회의 장로나 집사였던 분이 M교회의 직분자가 되기에는 쉽지 않다. ㉠과 ㉡의 경우 아무리 다른 교회에서 직분자였고, 그것을 무시하기 어렵다 해도 그대로 직분자일 수 없다. 특히 조금은 극단적인 예일 수 있긴 하지만 충분히 생겨날 수 있는 ㉢의 경우, 직분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정상적인 교회의 모습이 되기 어렵다. 게다가 그렇게 직분을 유지했을 경우에는 오히려 개척교회가 더 성장해 가는데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그 교회는 이후에 등록하는 분들이 앞으로 직분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직분자가 아닌 1가정은 사실상의 신앙생활이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목사의 경우
이렇게 설명하면 이런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개척교회 목사는 어떻게 되는가? 왜 개척교회 목사는 여전히 목사인가? 사실 M교회를 개척한 목사도 예외가 아니다. S교회에서 시무하던 목사가 사임하고 M이라는 교회를 개척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바로 M교회의 목사인 것은 아니다. 그 목사는 전도목사이거나 혹은 새롭게 모인 회중으로부터 청빙을 받아야 한다. 전도목사인 경우 전도목사로 시무하다가 일정기간이 지나 교회설립을 허락받게 되면 그 때 그 교회의 회중의 청빙을 받아야 한다. 이 때 비로소 M교회의 목사인 것이다. 이 사실은 우리 헌법에 잘 나와 있다. “교회정치 제47조 (전도목사의 계속시무) 전도목사는 사역하던 기도소가 교회 설립허가를 받은 후에도 그곳에서 계속 시무하고자 하면 그 교회에서 청빙을 받아야 한다.”
Ⅲ. 결론
직분은 철저히 소속된 교회를 위한 것이다. 그래서 ‘이명’을 하게 되면 원래 있던 ‘직분’의 의미는 사실상 종료된다. 그래서 핫지(Hodge)의 『교회정치문답조례』 제111문에는 ‘이명’의 개념에 대해서 말하기를 “전 교회의 모든 의무가 이명과 동시에 종료된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분을 계급이나 신분으로 생각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부르심과 회중의 선택이 중요하며, 그에 기초한 섬김과 봉사가 핵심이다. 이러한 원리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선행된다면 어떠한 문제도 각 교회가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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