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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획기사는 '종말을 말하다'입니다. 끝 날에 대해 무책임하고 신비한 이야기를 늘어놓아서 신자들을 유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늑대가 나타났다는 양치기의 거짓말에 속다 보니 종말에 대해 말하면 이단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성경적인 종말론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오심으로 인해 종말이 이미 시작되었고, 또 다시 주님이 오고 계신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고백하면서 마지막 때를 사는 지혜를 구해야 하겠습니다. -편집장 주-




신앙고백서, 종말을 말한다

안재경.jpg







안재경 목사

온생명교회 담임목사
                                                            

끝 날에 대한 이야기는 늘 호기심어린 주제였고, 신 불신간에 누구나 한마디씩 거들고 나서는 주제이다. 사실, 미래에 대한 예측과 지구종말에 관한 예측은 믿지 않는 자들이 더 자주 들먹거리던 것이기도 하다. 기독교계 내에서 종말에 대해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이들은 이단들과 주님의 재림날자를 알아서 준비하려는 시한부 종말론자들이다. 이들은 종말에 모든 것을 걸어두고 있지만 정작 시간을 주관하시는 주님을 경외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들은 성경이 기록되어 있다고 믿는 특정한 날과 시간을 고집하고 있으니(물론 그 날과 시에 주님이 오시지 않으면 그 날과 시를 바꾸어야 하겠지만) 로또당첨을 바라는 이들에 비유할 수 있겠다. 종말은 우리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만사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면서 겸손하게 다루어야 한다. 종말론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기에 온갖 억척을 늘어놓을 수 있지만 창조로부터 시작된 하나님의 구원계획의 종지부를 찍는다는 점에서 확실하게 고백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면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들에서 종말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 보자.


1. 죽음은 죄의 삯이요, 신자의 죽음은 해방이다

대요리문답은 소위 말하는 개인적인 종말, 즉 사람의 죽음에 대해 먼저 다룬다. 죽음은 죄의 삯이요, 모든 사람에게 정해진 것이라고 고백한다(84문답). 그런데 죽음이 죄의 삯이라면 그리스도를 통해 자신들의 모든 죄를 ‘용서받은 의인들’이 왜 불신자들과 같이 죽어야 하는지 묻는다(85문). 이에 대해 의인들의 죽음은 겉으로 보면 불신자들의 죽음과 하나도 다르지 않지만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답한다. 신자들은 “죽을 때에도 죽음의 쏘는 것과 저주에서 구출된다.” 신자의 죽음은 하나님의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다. 신자의 죽음은 해방이며, 영광 중에 들어가는 것이다. 신자는 죽어도 사는 자들이다. 아니, 신자는 죽으면서 동시에 사는 자들이다.

신자는 죽음 후에 어떻게 되는가?(86문) 신자의 영혼은 완전히 거룩해지고, 가장 높은 하늘 안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들은 하나님의 얼굴을 보면서 자신들의 몸이 완전히 구속될 날을 기다린다. 여기서 우리는 영혼과 몸의 분리에 관해 말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대요리문답은 신자의 몸이 죽음 가운데서도 그리스도와 계속해서 연합되어 있다고 고백한다(살전 4:14). 신 불신간에 사람의 몸은 죽어서 썩기 시작한다. 하지만 신자의 몸과 불신자의 몸은 죽음 이후에도 다르다. “신자의 몸은 침상에 누워 있는 것처럼 무덤 속에서 쉬고, 악인의 몸은 부활과 심판의 날까지 감옥에 갇힌 것처럼 갇혀 있는다.”


2. 모든 사람이 다시 살아나고, 몸과 영혼이 결합한다 

대요리문답(87문)은 부활에 관해 우리가 믿어야 할 것이 무엇이냐고 묻고는 ‘일반적 부활’ 즉, 죽은 의인과 악인 모두가 부활한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 날을 부활의 날이라고 말하고는 그 부활의 날에는 의인과 악인이 같이 부활한다고 말한다. 부활은 신자에게만 적용해야 할 것 같은데 언어의 한계상 신자나 불신자가 다같이 부활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 마지막 날에 살아있는 이들은 어떻게 되는가? 그들은 그 날에 죽고, 죽는 순간 즉시로 부활하는가? 이 세상을 사는 모든 사람은 죄의 삯으로 인해 죽어야 하기 때문에 마지막 날에 살아 있는 사람은 어쨌든 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데 우리 요리문답은 그런 사변적인 답을 하지 않는다. 그때 살아 남아 있는 자들은 순식간에 변화된다고 말한다.

부활의 날에는 나뉘어졌던 몸과 영혼이 합쳐진다. 죽어서 그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몸과 천국 아니면 지옥에 가 있던 영혼이 합쳐진다. 이것은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다. 여기서도 재차 뚜렷한 구분이 생기는데 그것은 의인의 몸과 악인의 몸의 차이다. “의인의 몸은 그리스도의 영에 의해, 그리고 그들의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부활의 덕택으로 능력 중에 신령하고 썩지 않는 몸으로 일어나서 그리스도의 영광의 몸과 같이 될 것이다.” 그리스도와 합일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리스도께서 가지신 영광에 동참한다는 뜻이다. 악인의 몸은 다른 대접을 받는다. “악인의 몸은 진노하시는 심판주이신 그리스도에 의하여 치욕 중에 일으킴을 받게 될 것이다.” 영광스러운 부활과 치욕적인 부활로 나뉘는 것이다.


3. 사람들뿐만 아니라 천사들도 최후의 심판의 대상이며, 악인과 의인이 구분된다

대요리문답 88문은 부활직후에 있을 최후의 심판을 언급한다. 이 심판은 ‘일반적인 최후의 심판’이라고 불린다. 사람들뿐만 아니라 천사들도 이 최후의 심판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 심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존재가 없기 때문이다. 대요리문답은 예수님의 재림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고 마지막 날을 부활의 날, 최후심판의 날로 규정한다. 이 날과 때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사람은 개인적인 종말, 즉 자기 죽음의 때를 알지 못하는 것과 동시에 우주의 종말, 즉 부활과 심판의 때를 알지 못한다. 하나님께서 그것을 숨겨 놓으셨다. 우리는 항상 깨어서 그 날, 주님이 오시는 날을 준비해야 한다.

대요리문답은 심판날에 있게 될 일을 악인과 의인으로 나누어서 설명한다(89문, 90문). 심판 날에 악인은 그리스도의 왼편에 세워질 것이다. 그들은 자기들이 죄지은 대로 공평하게 정죄를 받게 될 것이다. ‘확실한 증거’가 제출될 것이고, ‘그들 자신의 양심’도 충분한 확증이 된다(롬 2:15,16; 마 22:12; 눅 19:22). 심판 날에 의인들은 전혀 다른 대접을 받는다. 그들은 구름 속으로 그리스도에게로 끌어 올려져(휴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주님의 오른편에 세워질 것이다. 의인들은 거기서 ‘공개적으로 인정’을 받고 무죄선언을 받는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들이 ‘버림받는 천사들과 사람들을 그리스도와 함께 심판할 것’이라는 사실이다(고전 6:2,3).

신앙고백서(33장)는 외부를 향한 변증의 목적을 가지고 있음에도 마지막 심판에 관해 분명하게 고백한다.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께 의로 세상을 심판할 날을 정하시고, 아비지로부터 모든 권세와 심판권을 받으셨다고 고백한다. 천사들 뿐만 아니라 땅에 생존했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직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행한 대로 보응받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오해해지 말아야 할 것은 신자들도 행한 대로 보응받아야 하지만 그리스도께서 그들을 위해 변호해 주신다는 사실이다. 심판장이 변호인이 되는 참으로 이상한 재판이 진행된다.


4. 최후심판 후 악인과 의인이 나누어져 영원히 살게 되며, 이 모든 일로 인해 하나님이 영광을 받으신다

신앙고백서(32장)는 사람의 사후상태를 다루면서 죽은 자들의 영혼이 죽거나 자는 것이 아니라 불멸의 존재라고 말한다. 헬라인들이 가지고 있었던 영혼불멸설을 연상시킬 수 있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조심해야 할 표현이다. 영혼은 처음부터 불멸하도록 지어졌다는 생각은 성경적이지 않다. 어쨌든 신앙고백서는 사람이 죽는 순간부터 그 영혼이 천국과 지옥에 간다고 말한다. “이 두 장소 외에는 성경이 몸으로부터 분리된 영혼을 위해 인정하는 장소가 없다.” 신앙고백서는 구원받은 영혼은 낙원으로 가고, 구원받지 못한 영혼은 음부로 간다는 생각, 이 장소는 영원히 거할 천국과 지옥과는 다른 장소라는 생각을 거부한다.

부활 이후에는, 심판 이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신앙고백서와 대요리문답은 영원한 상태를 따로 다루지 않지만 이미 언급했던 천국과 지옥을 통해 그 답을 했다. 악인들은 “은혜로우신 하나님의 임재와 그리스도와 그분의 성도들과 그분의 거룩한 천사들과의 영광스러운 교제로부터 쫓겨나 지옥으로 던져질 것이다.” 그 지옥에서 언제 해방될 것인가? 해방은 없다. “거기서 몸과 영혼이 모두 마귀와 그 사자들과 함께 영원히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의 형벌을 받을 것이다.” 그 고통이 어떤 것인지는 관련성경구절을 언급할 뿐이다(마 25:46; 눅 16:26; 막 9:43; 14:21; 살후 1:8,9). 악인들도 영원히 산다는 의미에서 영생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의인들에게만 영생이 적용된다. “의인들은 하늘로 영접되어 거기서 모든 죄와 비참에서부터 완전히 그리고 영원히 해방된다.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성도들과 천사들의 무리 가운데서, 특히 성부 하나님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을 영원토록 대면하고 즐기면서, 상상할 수 없는 기쁨으로 충만하게 될 것이며, 몸과 영혼이 모두 완전히 거룩하고 행복하게 될 것이다.”

신앙고백서(33장)는 하나님께서 심판의 날을 정해 놓으신 이유를 말한다. 그것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시기 위함이다. 심판을 통해서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난다는 사실이다. 하나님께서 심판의 날을 정하신 목적은 이중적이다. 택함받은 자들의 영원한 구원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자비의 영광’을 나타내신다. 악하고 불순종한 버림받은 자들의 심판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공의의 영광’을 드러내신다. 그리스도께서, 성경에서 이 심판날이 있다는 것을 알리신 이유도 이중적이다. 하나는 만인을 죄에서 떠나게 하시기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역경에 처한 신자를 위로하시기 위함이다. 심판날이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납득하는 것이야말로 신자에게 불안이 아니라 도리어 큰 위로가 된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날을 감추어 두심으로 안심하는 마음을 떨쳐버리고 항상 깨어있어 주님이 속히 오십사고 외친다.

정리해 보자. 신앙고백서를 보면 성경에서 말하는 종말이 분명하게 보이고, 끝과 시작이 선명하게 꿰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들에 나타난 종말에 관한 고백을 보면 말세 중의 말세를 사는 신자들의 바른 분별력이 돋보인다. 위에서 살펴 보았듯이 개혁주의 신앙고백서들은 끝 날이 확실하다는 것을 단순하고 조촐하게 고백한다. 네덜란드 캄펀신학교에서 교의학을 가르쳤던 캄파이스(J. Kamphuis) 교수는 칼빈의 종말론에 동의하면서 이런 개혁주의 종말론을 두 단어로 요약한 적이 있다. 하나는 ‘조촐함’(Sobrietas)이고, 다른 하나는 ‘확실성’이다. 이 두 가지는 다 사변과 거리가 멀다. 조촐하기에 확실하고, 확실하기에 조촐하다. 개혁주의 종말론은 성경에서 언급하는 부분만 말하기에 너무나 조촐하다. 군더더기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너무나 싱거워 보이기도 한다. 여느 종말론처럼 끝 날의 시간표를 작정하기에 여념이 없는 것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그렇다고 개혁주의 종말론이 끝 날에 대해 흐릿하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종말론보다 확실하게 끝 날에 대해 말한다. 조금이라도 다르게 해석할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다. 개혁신자는 종말의 시간표를 작성하기에 여념이 없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때를 사는 지혜를 담대하게 구한다. 끝 날의 시간표를 알아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도리어 종말에 대해 더 확실하게 고백하며 살 수 있다. 하나님의 말씀이 단순하고 확실한 것처럼 끝 날에 대한 고백은 조촐하고 분명할 수밖에 없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개혁신자는 종말이 없는 듯 종말을 기대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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